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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e스포츠 FA’…대박은 있었다

대상자 대부분 원 소속구단과 재계약

이제동 3억 이상·김택용도 몸값 껑충

총액연봉제·보유기간 등 문제점 지적도

이제동

e스포츠 최초로 실시된 FA(자유계약선수제도)가 모든 일정을 마쳤다. 지난 10일 한국e스포츠협회의 FA 자격 취득자 39명의 명단 공개를 시작으로 31일까지 진행된 이번 FA는 화승 이제동이 원소속팀과의 1차 협상이 결렬된 것 외에 큰 이슈 없이 끝났다. 첫 FA치고는 싱겁게 끝났다고 할 수 있지만 일부 최대어 선수들은 억대 연봉으로 몸값을 올리고 은퇴 선수도 다수 나오는 등 파장이 컸다.

◇극과 극

이번 FA에서 39명 중 KT 안상원·SKT 전상욱·화승 이제동·MBC게임 고석현·하이트 김창희 등 5명이 원소속팀과 우선협상을 포기하고 FA 시장에 나왔다. 그러나 다른 팀과의 협상이 이뤄지지 않아 원소속팀으로 ‘컴백홈’을 하거나 아예 은퇴를 선택했다.

눈에 띄는 것은 e스포츠 최대어인 이제동이다. 이제동은 처음부터 잔류를 원했지만 부모가 다른 팀으로 가길 원해 FA 시장에 나왔다. 최고의 저그 선수로 여러 팀에서 영입 의사를 보였으나 만만치 않은 몸값에 이제동이 화승에 남고 싶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피력해 이적 빅딜은 성사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동은 화승으로 돌아가면서 최고 대우를 받게 됐다. 기본 연봉과 인센티브까지 포함해 3억원이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프로배구 연봉킹인 최태웅(삼성화재)의 1억6800만원보다 많은 것으로 현 프로게이머 중 최고 연봉이다.

대박 선수는 또 있다. SKT의 김택용으로 1억원 내외의 연봉에서 파격적으로 인상, 이제동과 비교해 적지 않은 수준으로 재계약했다. STX 선수들도 이번에 억대 연봉 선수에 합류했다. 김윤환이 연봉 1억원에 옵션 계약을 포함해 총 1억3000만원이 넘는 금액으로, 진영수와 김구현도 옵션을 포함해 1억원대에 재계약하며 대박을 쳤다.

반면 은퇴하거나 선수 생명 연장으로 만족한 선수도 있다. KT 안상원은 관심을 가지는 게임단이 없어 은퇴를 선언했다. 이번 FA에서 은퇴하는 선수는 삼성 박성훈과 웅진 김준영 등 총 3명이다. 하이트 김창희는 위메이드와 협상을 진행했으나 성사되지 않아 원소속팀으로 돌아갔다.

김택용

◇준비 부족한 FA

FA가 e스포츠에서는 처음으로 진행되는 만큼 여러 문제점을 드러냈다. 가장 많이 지적된 것은 선수의 팀 선택권이 제한됐다는 점이다. 총액 연봉제에 따라 선수가 다른 팀으로 가려고 할 경우 입찰 금액이 가장 높은 팀과 협상해야 한다. 가고 싶은 팀이 있다 하더라도 입찰 금액이 낮으면 갈 수 없는 것. 이 제도는 영입 경쟁의 과열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지만 FA 제도의 근본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많다.

이적 시장이 얼어붙는 문제점도 노출됐다. 이번 FA에서 다른 팀으로 이적한 선수가 한 명도 없다. 팀이나 선수들이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팀들은 선수를 영입할 때 원소속팀에게 보상비를 줘야 한다. 해당 선수 연봉이 5000만원 이상이면 연봉의 200%를 줘야 하는데 e스포츠 시장의 현실에 비춰 너무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선수의 경우 이적이 안되면 은퇴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 측면이 크다.

FA 계약시 팀의 선수 보유 기간을 5년으로 둔 것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올해 계약을 하고 5년 전에 다시 FA 자격을 취득한다고 해도 원소속팀이 보유권을 가지게 된다. 사실상 노예계약으로도 볼 수 있다. 특히 프로게이머의 생명이 3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5년은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이외 e스포츠 시장 규모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선수 부모의 개입도 FA 시장을 왜곡시키는 요소로 제기됐다.

SKT 스포츠단 오경식 팀장은 “첫 FA이지만 너무 준비가 안된 것 같다”며 “FA를 잘못할 경우 선수나 팀이 큰 타격을 입는 만큼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개선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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