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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원의 아메리카브레이크]‘레터맨 고백’ 동영상 인터넷서 볼 수 없는 이유

“오늘 아침, 내 평생 해보지 않았던 경험을 했습니다. 법원에 가서 배심원 앞에서 증언한 것입니다. 저는 맨해튼 검찰에 가서, 이 쇼에 나오는 여성과 성관계를 가졌고, 이를 폭로하겠다며 200만달러를 내놓으라는 협박을 받았다는 사실을 증언했습니다. 정말이냐고요? 그렇습니다. 이런 사실을 공개석상에서 밝히는 게 부끄럽지 않냐고요? 하지만 남들이 ‘아하, 저녀석은 혼외정사를 했으니까 협박해서 200만달러를 받아내야지’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 더욱 부끄러운 일입니다.”

이는 지난 1일 CBS의 인기토크쇼 ‘데이빗 레터맨의 래이트 쇼’ 생방송 중 진행자 데이빗 레터맨이 발표한 폭탄 선언이다. 알다시피 ‘데이빗 레터맨’ 쇼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까지 출연할 정도로 미국에서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는 토크쇼이고, 진행자인 레터맨은 미국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는 토크쇼 호스트이다.

그런 그가 혼외정사를 가졌으며, 그로 인해 수백만달러를 요구하는 협박을 받았음을 무려 생방송 중에 발표한 것이다. 약 10분간 이어진 레터멘의 생방송 고백은 다음과 같이 마무리됐다.

“내가 이 사실을 발표하는 이유는 내 가족과 내 직업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내 입장은 여기까지이고,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해서 말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미국 최고 인기 연예인의 섹스스캔들, 모략과 협박, 어마어마한 금액 등이 결합된 ‘레터맨 스캔들’은 지금 미국 최고의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연예가십언론은 물론이고 CNN, 워싱턴포스트 등 권위있는 언론들까지 특집방송을 편성하고 스캔들을 파헤치고 있다. 더구나 경찰에 체포된 협박범이 CBS의 인기 시사프로그램 PD로 밝혀지면서 스캔들은 점입가경에 접어들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레터맨의 역사적(?)인 생방송 고백을 정작 인터넷에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 같으면 방송이 끝나자마자 인터넷에 ‘연예인 동영상’으로 제목이 붙어 영상과 캡처화면, MP3 파일이 나돌고, 각종 블로그와 싸이월드에 ‘펌질’ 될 만한 사건이다.

그러나 현재 미국 인터넷에서는 ‘레터맨 고백’ 생방송 동영상을 다시 볼 방법이 없다. CBS 인터넷 사이트에는 ‘레터맨 쇼’의 1일 방송분만 삭제돼 있다. 세계 최대의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youtube.com)에서도 레터맨의 온갖 동영상이 올라와 있지만, 이날의 동영상만은 눈을 씻고 찾아도 발견할 수가 없다.

도대체 어찌된 영문일까. 까닭은 ‘레터맨 쇼’의 방송사인 CBS가 구글과 유튜브에 동영상 삭제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방송 직후 곧바로 유튜브 등에 레터맨 고백 동영상이 올라왔지만, CBS는 저작권 문제를 거론하며 동영상이 올라오는 족족 삭제를 요구했고 유튜브는 이를 받아들였다고 한다. 그러나 CBS는 유튜브에 따로 코너를 마련해 매일 60만건의 조회수를 올린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레터맨 동영상 삭제는 더욱 이례적인 일이다.

인터넷에 뜬 ‘연예인 동영상’이 불과 반나절 만에 전국민에게 퍼지는 한국의 실정에서 볼 때, 미국의 레터맨 동영상 인터넷 삭제는 미국 네티즌의 자유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한다.

네티즌 대신 기세가 오른 것은 라이벌 방송사들이다. ‘레터맨 쇼’와 동시간대 경쟁을 벌이고 있는 ‘제이 레노 쇼’의 진행자 제이 레노는 5일 방송분에서 “섹스스캔들을 보러 오셨나요? 방송국을 잘못 찾으셨네요”라고 말하며 라이벌을 실컷 비웃고 있다. CBS가 네티즌의 눈과 귀를 막아도, 타방송사의 입은 막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재미 언론인 이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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