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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움직이는 사소한 계기들 ‘요노스케 이야기’

"정말이지 인생은 어디서 어떻게 풀릴지 알 수가 없다. 그것을 실감하고 있기 때문에 라디오에서 인생 상담도 할 수 있는 거란 생각이 절실하게 들었다. 상담을 한다고 해서 해답을 찾아줄 순 없지만, 해답 같은 건 애당초 찾을 수 없다는 말만은 자신 있게 들려줄 수 있었다."(308쪽)

인생은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는 물과 같다. 때로는 거센 바람을 만나 휘둘리기도 하고, 계곡을 흘러 강과 만나 합쳐지고, 큰 바다로 나아가기도 한다.
'요노스케 이야기'(은행나무)의 주인공 요코미치 요노스케도 새로운 변화를 맞는다. 어리바리한 열여덟 청춘인 요노스케는 대학 입학을 계기로 도쿄로 올라오고 첫 도시생활을 시작한다. 이 소설은 요노스케를 통해 일상의 사소한 계기들이 어떻게 인생을 결정하는지를 보여준다. 

소설은 도쿄를 배경으로 4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1년간의 기록이 담겨있다. 무거운 가방을 메고 비틀거리며 신주쿠 역에 도착한 그는 신주쿠 스튜디오 알타의 화려한 대형 화면과 아찔한 고층빌딩,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행인들을 보느라 정신이 없다. 어색하기만한 새 양복을 입고 입학식에 가지만 자리를 제대로 찾지 못해 망신만 당한다. 하지만 어리바리한 신입생 요노스케는 하나 둘씩 친구를 사귀기 시작하고 동아리 활동도 시작하면서 생활에 적응해나간다. 

또 호텔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는 등 경험을 쌓으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마주치게 된다. 소설 속의 부잣집 철부지 아가씨는 베트남 난민을 만나면서 소외받은 사람들에게 시선을 돌린다. 결국 국제연합의 직원으로 일하게 되고 여기서의 우연한 만남이 인생 항로를 바꾸게 했다. 

입학하자마자 더 좋은 대학으로 편입하겠다던 대학 동기생은 여자친구가 임신하면서 학업을 중단한다. 요노스케 역시 이웃집 사진 작가와 우연한 만남을 계기로 사진을 알게 되고 보도사진 작가로 거듭난다. 사소한 계기로 인생을 변화시키는 이들을 통해 인생의 의미를 말한다. 파격적이고 충격적인 사건은 일어나지 않지만 일상의 흐름이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소설의 시대적·공간적 배경이 실제 작가의 삶과 중첩된다. 한국의 정치적 상황도 묻어난다. 또 일본인을 구하다 세상을 떠난 고 이수현씨의 의로운 죽음을 연상시키는 요소가 중요한 모티브로 작용하는 점도 흥미롭다. 이영미 옮김. 487쪽, 1만3000원. 

<박은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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