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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사전 등재 박정희 건국훈장 논란

장면 전 총리 함께…유관순 등 독립운동가보다 훈격 높아

전두환·최규하 전 대통령은 재임때 권력이용 스스로 받아

친일인명사전에 오른 인물이 안중근·윤봉길 의사, 유관순·이준 열사와 똑같은 국가의 훈장을 받았다? 어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 발간을 계기로 박정희 전 대통령과 장면 전 총리가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받은 사실이 논란이 되고 있다.

민족문제연구소와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는 8일 오후 2시 효창공원 백범 묘소 앞에서 일제 식민지배에 협력한 인사들의 해방전후 행적을 담은 ‘친일인명사전’ 발간 국민보고대회를 열고 총 3권, 3000쪽에 달하는 인명사전을 공개했다.

이 사전은 4389명의 주요 친일 행각 등을 담고 있는데 수록된 인물 중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장면 전 국무총리, 음악가 안익태, 홍난파, 언론인 장지연, 소설가 김동인 등 유력 인사들이 상당수 포함됐다.

문제는 친일명단에 포함된 박정희 전 대통령과 장면 전 총리가 ‘대한민국 건국에 공로가 뚜렷한’ 인물에게 주는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받았다는 것이다. 친일 논란이 있는 인물에게 건국훈장을, 그것도 최고 훈격인 ‘대한민국장’을 받았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로, 서훈을 취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정부수립 이후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받은 사람은 모두 60여명. 그중 한국인은 32명에 불과할 정도로 귀한 상이다.

수훈자의 면면을 보면 항일 의병장 최익현 선생을 비롯해 자결한 민영환, 안중근·윤봉길 의사, 김좌진 장군, 김구 선생 등 우리나라 독립운동사에 위대한 족적이 객관·학술적으로 입증된 인물만 받은 건국과 관련된 최고의 훈장이다.

그런데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우 ‘일본군 지원 충성 혈서’를 비롯해 만주군 장교 경력을 둘러싼 친일 행적으로, 장면 전 총리는 일제하 학도병 지원과 신사 참배를 독려하는 등 뚜렷한 친일 활동이 확인됐음에도 이 훈장을 받았다.

특히 홍범도, 이봉창, 유관순 등의 독립운동가들도 대한민국장보다 한 단계 훈격이 낮은 ‘대통령장’을 받은 데 반해 두 사람은 이보다 격이 높은 대한민국 최고의 훈장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의 경우 10·26 사태 직후 정상적인 상훈 절차를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에 의해 추서됐다. 또 장 전 총리는 1999년 국민의 정부때 김대중 대통령이 추서했는데 당시에도 ‘자신의 정치적 대부인 장 전 총리를 예우하기 위해 무리수를 둔 것 아닌가’라는 논란이 일었다.

수훈 명단에는 최규하, 전두환 두 전직 대통령도 이름을 올리고 있는데 어이없게도 이들이 훈장을 받은 시점은 1980년 9월과 1983년 3월. 다시 말해 두 사람이 각각 현직 대통령으로 재임하던 시점으로 권력자들이 지위를 이용해 스스로에게 건국 최고훈장을 준 셈이다.

이중 최규하 전 대통령은 만주국 관리 경력으로 친일혐의를 받고 있으며, 전두환 전 대통령은 군사반란에 의한 내란 수괴와 부정부패로 법의 심판을 받았다.

같은 사람이 친일인명사전과 대한민국 최고훈장 공훈록에 나란히 오른 사실에 대해 국민은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경기도 일산에 사는 김모씨(38)는 “비정상적으로 훈장이 추서 혹은 수여됐거나 나중에 친일행적이 드러났다면 마땅히 서훈을 취소하는 것이 이치에 맞다”고 말했다.

<조진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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