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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의 S학사전]성욕감퇴장애

얼마전 발기부전치료제인 비아그라가 국내 출시 10주년을 맞았다. 비아그라는 출시 이후 지난 10년간 국내에서 총 3000만 정이 소비됐다. 이는 한국 성인 남성 인구를 총 2400만명 기준으로 삼았을 때, 성인 남성이 최소 1회 이상 비아그라를 접했다고 볼 수 있는 수치다. 

일부에서는 비아그라의 출시로 소위 강장식품 시장이 위축됐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또 한때 한의원에서 팔리던 해구신 등 강장제들의 판매가 부진하다는 얘기도 있다. 

이와 더불어 '여성용 비아그라'로 불리는 여성 성욕감퇴장애 치료제가 곧 시판된다는 소식이다. 몇 해 전 출시된 비아크림이 애정 촉진제라면 신제품은 약제로 남성용과 같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유럽에서 폐경 전 여성 5000명을 대상으로 시판 전 마지막 단계인 임상 3상 시험을 진행 중이라고 한다. 

성욕감퇴장애는 성적 흥미나 욕구가 줄어들고 성적인 생각이나 환상이 사라지는 일종의 성기능장애로, 성적 욕구는 있으나 기능에 문제가 있는 불감증과는 다르다. 따라서 시판되더라도 반드시 전문의의 상담과 처방을 거쳐 복용해야 하는데, 여성 성기능 장애 개선에 기여하길 희망한다. 

인류가 여성의 성욕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부각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의학적으로 모든 여성이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고, 오르가슴을 느끼는데 클리토리스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밝혀진 것은 19세기 중반 무렵이다. 

그전까지 여성의 성욕에 대한 확고한 생각은 '여성들은 선천적으로 불감증이며, 단지 출산을 목적으로 성교를 통해 남성의 씨앗을 받아들이는 존재에 불과하다'는 빅토리아 시대의 관념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기원전 5세기에 히포크라테스는 클리토리스가 여성들의 성감에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으며, 오르가슴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언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히포크라테스는 '여성의 성기는 간지러운 느낌이 몰아치며, 황홀한 기분과 따스한 기운이 온몸으로 펴져나가면서 정액이 나온다'라고 기술했다. 현대의학의 관점에서도 매우 정확한 분석인데, 당시에는 남성 중심의 사회와 종교적 편향에 의해 무시되고 말았다. 

한편, 여성의 대표적 성기능 장애는 불감증이다. 일반적으로 성욕이나 성적인 흥분은 있으나 오르가슴에 이르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서양의 조사에 의하면 약 15%의 기혼여성이 불감증으로 한 번도 오르가슴을 경험하지 못했거나, 오르가슴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살아가고 있다. 

불감증의 원인은 임신이나 성병 등에 대한 공포, 종교적 가치관, 성교에 대한 무지, 감각기능의 이상 등으로 다양하다. 문제는 완치가 어렵다는 것도 있지만 15%라는 높은 수치의 여성이 겪고 있으면서도 치료에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여성들은 남성보다 성적인 것에 대한 부끄러움이 많고, 오르가슴을 느끼지 않는 것이 정숙한 여자라고 여기는 그릇된 의식 때문이다. 또한 남편의 조루로 인해 오르가슴을 느낄 겨를도 없이 성행위가 끝나기 때문에, 피곤하기만 한 부부관계를 외면하게 되고, 이런 행동이 불감증을 더욱 심화시키게 된다. 

따라서 아내가 부부관계에 미온적이고, 행위 시 반응이 미약하면 전문의의 상담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여건상 부득이 하다면 부부관계에 변화를 주고, 남성이 여유를 갖고 충분한 전희와 사정 억제를 통한 마찰 증대가 필요하다.
부부의 정은 이불 속에서 싹튼다고 하면 너무 지나친 표현일까? 부부의 속정이 없는 사람들은 이를 치료하는 게 급선무다. 

<압구정동 퍼스트비뇨기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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