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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 파일]<주유소 습격사건> 1ㆍ2

<주유소 습격사건2>가 주목받고 있다. 이 작품은 <주유소 습격사건>이 개봉된 지 10여년 만에 공개됐다. <주유소 습격사건>과 <주유소 습격사건2> 뒷 이야기를 전격 공개한다.

# 특별한 속편
<주유소 습격사건2>(이하 주유소2)는 특별한 속편이다. <주유소 습격사건>(이하 주유소)이 개봉(1999년 10월 2일)된 지 10년이 지난 뒤에 선보인 것이다. 한국영화 화제작의 속편이 이처럼 전편이 공개된 지 10여년 만에 선보인 건 <주유소2>가 처음이다.

<주유소2>의 뒤를 잇는 작품은 <투사부일체>(2006)이다. <두사부일체> 이후 5년 만에 나왔다. 반면 <장군의 아들> 시리즈 3편은 1990·1991·1992년 등 1년 단위로 개봉됐다.

<주유소>와 <주유소2>는 김상진 감독이 연출했다. 김 감독에 앞서 <장군의 아들> 시리즈 3편과 <공공의 적> 시리즈 3편은 각각 임권택·강우석 감독이 연출했다. 반면 <여고괴담> 시리즈 5편은 모두 다른 감독이 연출했다.

<주유소>가 전국에서 231만6333명(한국영화 역대 흥행 75위)이 관람한 뒤 김상진 감독은 속편 제작 제의를 끊임없이 받았다. 그러나 김 감독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그런 김 감독이 속편 연출을 결심한 건 1998년 10월이다. <주유소>와 달리 주유소를 지키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떠오른 것이다. 김 감독은 “습격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로는 <주유소>와 차별화를 꾀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면서 “차별화는 창작자와 관객 모두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김상진 감독이 <주유소 습격사건2> 촬영장에서 출연ㆍ제작진에게 촬영장면을 설명하고 있다.

# 캐스팅 비화
시나리오 작업은 6개월 정도 걸렸다. 지난해 3월에 완고를 탈고했다. 시나리오 작업 당시 김 감독은 조한선이 <주유소2>에 캐스팅됐다는 말을 퍼뜨리고 다닌다는 말을 들었다. 조한선이 <주유소2>를 하고 싶은 자신의 열정을 김 감독의 귀에 들어가도록 작전을 편 것이다. 이를 어여삐 여긴 김 감독은 조한선에게 ‘하이킥’ 역을 제안했고, 조한선은 군말없이 이를 받아들였다.

이와 달리 박영규씨 캐스팅은 애를 먹었다. 김 감독은 “다른 배역은 몰라도 사장 역은 반드시 박영규씨가 해야 했다”면서 “5개월여 삼고초려의 심정으로 설득을 했지만 실패했다”고 밝혔다. “결국 포기하고 비슷한 나이대의 다른 배우를 알아보던 중 박영규씨의 연락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박영규씨는 이에 대해 “아들을 잃은 뒤 다시는 연기를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다른 배우를 물색한다는 말이 들리자 생각이 달라지더라”면서 “흥행이 되면 약이 오르고 흥행이 안 되면 나 때문이라는 말을 들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더 약이 오를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주유소> 때 ‘노마크’는 원래 이성재가 아니었다. 요즘 한류스타로 각광받는 유명 배우였다. 김 감독은 그의 매니저에게 “안 하겠다고 한다”는 말을 듣고 이성재를 캐스팅했다. 그런데 며칠 뒤 그 매니저의 전화를 받았다. “형이 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김 감독은 이에 대해 “매니저가 제 선에서 커팅을 했는데 배우가 자동차에 놔둔 시나리오를 우연히 읽고 ‘이 영화 재밌는데 알아보라’는 말을 듣고 황급히 전화를 한 것 같다”면서 “이성재와 이미 계약을 한 만큼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주유소> 때 ‘페인트’ 역 제1 후보는 차태현이었다. 차태현은 시나리오를 읽고 ‘페이트’가 아닌 ‘건빵’ 역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건빵’ 역은 정준과 이미 계약을 한 상태였다. 신의를 중시여긴 김 감독은 이 또한 번복하지 않았다.

# 주유소를 찾아라
<주유소>는 분당에 있는 주유소, <주유소2>는 부산 해운대 입구에 있는 주유소에서 찍었다. <주유소> 주유소는 오일뱅크, <주유소2> 주유소는 S오일이다.

두 주유소를 찾는 데 각각 3개월이 넘게 걸렸다. 촬영을 하는 밤시간에 차량 통행이 뜸해야 하고, 조명 등을 하는 데 무리가 없어야 하며, 정유사에서 직영하는 주유소여야 하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이에 대해 “주유소는 차량 통행이 많은 곳에 있다”면서 “낮에는 많더라도 밤에는 뜸해야 일시 통제, 동시녹음 등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개인이 하는 주유소는 영업손실 때문에 불가능한 반면 정유사 직영 주유소는 홍보효과를 감안하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주유소>와 <주유소2> 모두 주유소에서 60~70회차 촬영을 했다. 촬영회차가 이처럼 많은 것은 밤에 촬영할 수 있는 시간이 4~5시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어두워지면서 준비작업에 들어가 촬영은 밤 11~12시부터 새벽 4시30분 전후까지 가능한 것이다.

<주유소>와 <주유소2> 모두 여름밤에 벌어진 이야기를 그렸다. 여름에는 기상변화가 심하다. 특히 비가 많이 온다. 두 작품은 이 때문에 촬영에 어려움이 많았다. 일례로 <주유소> 때에는 태풍이 불어 2주 정도, <주유소2> 때에는 폭우로 인해 주유소 주변 담이 무너지는 바람에 재정비를 한 뒤 촬영을 해야 해 보름쯤 촬영을 중단해야 했다.
<배장수기자 came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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