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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2-0 시즌 기분좋은 출발

성남 골키퍼 정성룡(왼쪽)이 23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AFC챔피언스리그 E조 1차전 가와사키전에서 상대 정대세(오른쪽)의 헤디드슛을 잡아내고 있다. 성남|이석우기자

성남 일화 신태용 감독의 여우같은 전략과 족집게 예상이 절묘하게 들어 맞았다.

성남은 23일 홈구장인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0 아시아축구연맹(ACL)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E조 1차전에서 ‘용병 듀오’ 라돈치치와 몰리나의 연속골로 북한 대표팀의 정대세가 공격을 주도한 J리그의 가와사키 프론탈레를 2-0으로 꺾고 올 시즌 마수걸이를 기분좋게 했다.

대회를 앞두고 신 감독은 “가와사키 수비가 힘과 기술을 겸비한 유럽식 축구의 라돈치치를 쉽게 막지 못할 것이다. 몰리나의 지능적인 플레이도 상대를 위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입증하듯 라돈치치와 몰리나는 서로 도움을 주고 받으며 골을 터트렸다.

신 감독은 또 가와사키 공격의 시발점이 수비형 미드필더라고 분석하고 미드필드를 압박하는데 훈련을 집중했다.

경기는 신 감독의 구상대로 척척 맞아 들어갔다.

2008년, 2009년 연속 J리그에서 준우승한 강호 가와사키를 맞아 성남은 경기 초반부터 미드필드를 강하게 압박, 가와사키의 짧은 패스 플레이를 사전에 차단했다.

그리고 라돈치치와 몰리나를 전방 투톱으로 내세워 가와사키의 수비를 흔들었다.

전반 4분 몰리나의 크로스에 이은 샤샤의 헤디드와 이어진 라돈치치의 오른발 슈팅으로 상대의 골문을 먼저 위협한 성남은 전반 중반 이후 미드필드진이 차츰 안정세를 찾은 가와사키와 일진일퇴의 공방전을 벌였다.

물꼬는 해결사 몰리나의 발에서 터졌다.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 사나이’로 명성을 떨친 몰리나는 전반 34분 상대의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자신이 패스한 볼을 라돈치치가 수비수 3명의 틈을 뚫고 다시 연결해주자 왼발 아웃사이드로 절묘하게 오른쪽 골문 구석에 꽂아 넣었다.

이어 후반 32분에는 몰리나가 왼쪽 측면에서 왼발로 낮게 크로스 해준 것을 골에어리어를 지키고 있던 라돈치치가 수비수를 등지고 돌아서면서 강한 왼발 슛으로 골망을 흔들어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특히 성남은 핵심 미드필더인 김정우(광주 상무)와 이호(알 아인)가 떠났고, 겨울 이적시장에서 이렇다할 선수를 영입하지 못해 전력이 약화됐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건재를 과시한 용병들의 활약과 끈끈한 조직력으로 완승해 올 시즌 K리그에서 또 한번의 돌풍을 예고했다.

‘인민 루니’, ‘인간 불도저’로 불리는 가와사키의 골잡이 정대세는 최전방 중앙에 포진해 활발한 움직임과 다양한 기술로 성남 골문을 위협했지만 중앙수비수 샤샤와 조병국의 끈질긴 수비에 막혀 득점하지 못했다. 

신 감독은 경기후 “홈에서 이겨 매우 기쁘다. 우선 예선통과가 목표지만 본선에 진출한다면 8강에 오르도록 하겠다”며 “월드컵 휴식기에 잘 정비해 K리그와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라돈치치와 몰리나가 잘 해줬다. 하지만 공격진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며 상황에 따라 조합을 달리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전을 기분좋은 승리로 장식한 성남은 내달 9일 호주 멜버른에서 지난 시즌 호주 프로리그 우승 팀인 멜버른을 상대로 조별예선 원정 2차전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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