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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진 기자의 밴쿠버에서 생긴일] 안 될 것을 알았기에 더 아팠던 아사다 마오

스피드스케이팅 이규혁은 "안 될 것을 알면서도 도전해야 한다는 것이 슬펐다"고 말했다.

5번째 올림픽에 도전했지만 이번에도 메달을 따지 못한 그는 이 말을 하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

김연아에 이어 링크에 들어선 아사다 마오를 보며 이규혁의 말이 생각났다.

사상 초유의 점수 150.06점. 전광판에 새겨진 점수에 퍼시픽 콜리시움을 가득 메운 관중은 경악스러운 환호성을 질렀다.

아사다는 그 소리를 모두 들으며 링크에 나섰다. 

"관중의 함성이 너무 커 김연아의 점수를 듣지 못했다"고 말했지만, 이미 예감한 얼굴이었다.

아사다는 김연아 바로 앞에 뛰게 된 쇼트프로그램 조 추첨 후 "김연아 뒤에 뛰면 관중의 함성과 박수를 듣고 신경쓰일 것 같다"며 "잘 됐다"고 했다.

하지만 쇼트프로그램에서 4.72점을 뒤졌고,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프리스케이팅에서는 김연아의 뒤차례였다.

심혈을 기울인 두 번의 트리플 악셀. 아사다는 이번 시즌 어느 때보다 완벽하게 뛰었다.

김연아의 황홀한 점수에 취해 있다 아사다의 불꽃 같은 연기를 보며 살짝 정신이 들 무렵, 실수가 나왔다. 한 번 실수는 두 번째 실수를 낳았다. 그렇게 아사다 마오는 무너졌다.

혼신을 다해 연기했다. 이를 악 물고 정말 열심히 점프하는 모습은 모니터를 통해서도 생생하게 보였다.

할 수 있는 것을 다 했지만, 김연아의 클린 프로그램이 너무 컸다. 역전을 하려면 154.58점을 받아야 했다.

아사다 마오가 받은 131.72점도 대단한 점수다. 불과 10분 전까지 세계기록이 133.95점이었다.

하지만 그 10분 만에 아사다 마오가 받은 점수는 보잘 것 없어졌다. 

실수했지만, 그래서 금메달은 안 되리라고 예감했지만, 그래도 김연아보다 18점이나 덜 받았다는 사실이 아사다를 흔들었다.

아사다는 2년 전까지 울보였다. 잘 하면 기뻐서, 못 하면 슬퍼서 울었다. 지금 그를 지도하는 타라소바 코치가 해설자 시절 "일본 선수들은 도대체 왜 저렇게 무대에서 잘 우는지 모르겠다"고 했을 정도로 아사다는 울보였다.

타라소바 코치를 만난 뒤,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아사다는 지난 2년 동안 눈물을 거뒀다. 하지만 참았던 눈물을 결국 올림픽에서 흘렸다. 시상식에 나온 그의 눈은 이미 퉁퉁 부어있었다.

주니어 시절부터 이어져온 아사다와 김연아의 경쟁 관계는 2010년 2월26일로 끝났다. 둘에게 인생 목표였던 올림픽 금메달은 김연아가 가져갔다.

김연아는 금메달을 딴 뒤 "누구 한 명을 라이벌로 생각하지 않았다. 내가 해야 하는 것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사다는 김연아와 7년을 같이 뛰었다. 김연아의 우승을 더욱 극적으로 만들었다. 함께 경쟁한 아사다가 있었기에 김연아의 금메달도 더욱 빛난다.

둘의 생각은 다를지 몰라도 세계는 그렇게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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