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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25돌 “많은 게 변했다“

올해로 데뷔 25주년을 맞은 부활은 시나위, 백두산과 더불어 80년대 한국 록의 중흥기를 이끌었던 대표적인 밴드였다. 기타 깨나 치는 이들은 부활의 김태원, 시나위의 신대철, 백두산의 김도균 중 누가 더 뛰어난 기타리스트인지를 두고 티격태격하기 일쑤였다.

지난 19일 서울 홍대 인근의 공연장인 V홀. 부활의 김태원은 틀어 올린 긴 머리에 젓가락 같이 생긴 나무를 두 개나 꼿은 채 대기실을 부산히 오갔다. 그는 굳이 "젓가락이 아니라 젓가락을 닮은 '비녀'"라고 강조했다. 

부활은 사실 호락호락한 밴드가 아니다. 김종서, 이승철, 고 김재기, 김재희, 박완규 등 내로라한 보컬리스트를 탄생시킨 팀이기도 했고, 수많은 히트곡으로 80~90년를 주름잡는 녹록치 않은 경력도 있다.

공연장에는 부활의 활동 햇수보다도 적은 나이의 10~20대 젊은 남녀들이 수시로 눈에 띄었다. 넥타이를 맨 30대, 나이 지긋한 신사도 고루 섞여있었다. 

"'국민할매' '핑크태원' '뒷태태원' 요렇게 쓰인 응원 푯말을 들고 오는 10대 팬들도 많지. 왜 핑크색 스키복을 입고 등장하는 그 커피CF 있잖아? 그게 예상밖으로 큰 호응을 얻었던 모양이야."

김태원의 예능 나들이는 부활의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젊은 팬들이 크게 늘었고, 평소 어렵게만 느껴졌던 록밴드 이미지에 '편안함'이라는 옷을 입혔다.

김태원은 "대중과 가까워지는데 이렇게 좋은 방법이 있었는데 왜 몰랐을까"라며 "최근 부활은 보컬 정동하가 역대 보컬리스트 중 처음으로 재계약에 임하는 경사도 누렸다"고 배시시 웃었다. 

형들의 기에 눌렸던 정동하도 말수가 제법 늘었다. 2005년 24세의 나이로 부활에 처음으로 영입됐던 그는 당시 쟁쟁한 멤버들 앞에서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처음엔 얼마나 부담스러웠겠어요. 형들도 잘해주시고, 저를 따라주시는 음악팬들도 많이 생겼고…. 모든 일이 다 잘 되니 자연스럽게 말수가 늘더군요."

곁의 멤버들도 "푸하하"하고 기분 좋은 웃음을 터뜨렸다. '김태원의 예능 진출로 인해 부활 활동에 장애는 없냐'는 질문에 베이시스트 서재혁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처음에야 매일같이 예능 녹화 스케줄이 있었는데 요즘은 본인 스스로가 몇개의 프로그램만을 택하는 등 조율을 하고 있는 중"이라면서 "태원이 형의 변신은 분명 부활 팀 전체에 새로운 바람을 넣었다"고 말했다. 최근 쇄골뼈가 부러져 치료를 받은 드러머 채제민도 "공연이 성황을 누리면서 아픈 것도 잊고 있다"고 거들었다.

김태원에 따르면 부활 25년 중 60% 정도의 기간이 해체 위기에 놓여 있었다. 

"순탄한 그룹이 아니었어. 멤버가 죽기도 했고, 나는 감옥살이도 했고…. 보컬리스트 마다 팀을 나가기도 했고. 25년 내내 죽을 만큼 술을 먹었는데 최근들어 뚝 끊었어. 요즘 매우 행복해."

인터뷰 중간 탤런트 소유진이 대기실을 찾았다. 그는 25주년 기념 두번째 앨범인 '리트로스펙2'의 뮤직비디오 주인공이자 평소 부활과 친분이 두터웠다. 

"부활과 가까워진 계기요? 호호. 제가 좀 로커기질이 있어서…. 어릴 때부터 워낙 부활 음악을 좋아했고, 또 만나면서 너무 편한 오빠들이라 싶기도 하고요. (김)태원이 오빠를 보면 왠지 인생상담을 하고싶다는 생각 안드세요?"

이날 김태원의 부모와 여동생도 관람차 공연장에 들어섰다. 여동생은 꽤나 뛰어난 미인이었고, 부모의 모습 모두 고왔다. 김태원의 모친은 콧수염을 멋지게 기른 남편에게 "이 사람도 젊었을 때 알아주는 멋쟁이였다"고 귀띔했다.

25주년 기념 두번째 앨범 '리트로스펙2'에는 김태원이 만든 '사랑이란 건' '동화', 멤버 서재혁의 자작곡인 '섬데이', 정동하가 작곡한 '너는 하얗다' 등 4곡의 신곡과, '백야' '사랑할수록' '흑백영화2' 등 3곡의 리메이크곡이 수록됐다. 

타이틀곡 '사랑이란건'은 듣는 이의 감성을 크게 자극하는 부활 특유의 록발라드곡이다. 리메이크곡 중 '백야'는 고 최진영이 '스카이'로 활동할 때 줬던 특별한 사연의 노래. 

김태원은 "바쁘긴 한데 내가 책상에서 곡을 쓰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틈틈이 곡을 만들 수 있었다"고 소개한 뒤 "음악은 생활에서 우러나야하는 것 아냐? 캬~"하며 부연했다. 

부활은 올해 내내 빠듯한 시간을 보낼 참이다. 최근 녹음을 끝낸 월드컵 응원가 '태양은 있다'로 월드컵 시즌을 달굴 예정이며, 하반기에는 25주년 기념 전국투어에도 적극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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