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트랜스젠더 이시연 "살고자 했습니다!"

이대학: "왜 이제 왔니?"

이시연: "미안, 많이 늦었지? 그동안 많이 아팠니…."

남자에서 여자로 거듭난 트랜스젠더 이시연의 미니홈피에 오른 문장이다. 

최근 '난 여자가 됐어'라는 발라드곡을 발표한 이시연은 홈피 곳곳에서 삶을 버리지 않았던 과거의 이대학에게 감사의 글을 써두었다.

짧은 치마를 입고 시원시원한 미인의 모습으로 스포츠칸을 방문한 이시연의 눈에는 인터뷰 내내 그렁그렁 눈물이 맺혔다. 딸을 받아준 가족의 일화를 꺼낼 때는 아이처럼 환하게 웃었다. 

"제가 왜 겁이 없었겠습니까. 두려움은 또 없었을까요.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에 이런 대사가 있지요. 배우 류덕환씨는 '뭘 하고 싶은게 아니라 살기 위해서'라고 말하죠. 그 장면을 보면서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그 마음을 잘 아니까요. 죽을 바에야 여자로 한번 살아보고 죽어도 늦지않다는 마음으로 수술대에 올랐습니다."

성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중학교때부터 시작됐다. 스포츠와 여자에는 전혀 동하지 않고 오히려 남자 또래들에게 관심이 가는 자신을 보면서 남들과 다르다고 여겼다. "일부러 여자의 벗은 사진을 보았지만 전혀 감흥이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시계 제조사를 운영하던 아버지가 IMF때 부도를 맞으면서 가산은 급격히 기울었다.

대전대 의상디자인학과 학업을 중도에 멈추고 그는 생업을 위해 패션 모델계로 뛰어들었다. 여성복을 가끔 입으면서 모델계에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때마침 남자지만 여성 역할 캐릭터를 찾고 있던 영화 '두사부일체' 제작진으로부터 연락이 왔고 여성스런 남자로 영화계에 입문했다. 

여자로 거듭난 결정적 계기는 영화 '색즉시공'에서였다. 

"상대 배역인 신애씨를 사로잡는 남성이 되기위해 걸음걸이며 말투등 모든 것을 바꿔야했죠. 어느날 그 상황이 너무 숨막히더라고요. 이후로 2년간 칩거하면서 얼굴은 회색빛이었고, 원형탈모…. 칼, 한강, 술 등 어떻게 하면 죽을 수 있을 지 고민하는 방황과 자책의 시간이었어요."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시도했던 당시를 떠올리면서 그는 계속해서 손수건을 찾았다. 

"엄마와 동생, 친구에게 '나 없이 잘 살라'는 전화를 걸었습니다. 친구가 유리창을 깨고 집을 찾아왔던 모양이에요. 일어나니 병원이었고요. 엄마에게 아픈 고민을 털어놓고선 밤새 부둥켜 안았습니다. 엄마가 '너 혼자 힘들게 해서 미안해'하며 저를 눈물로 껴안아주었죠."

수술 후 어머니가 자신을 딸로 맞아준 그순간을 그는 "내 생애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고 설명했다. 어머니는 "목욕탕엘 같이 가자"고 권유했고, 이시연은 처음으로 사랑하는 어머니의 등을 밀어주었다.

그가 발표한 노래 '난 여자가 됐어'는 이별과 상처를 겪고 나서야 여자가 된다는 뜻과 함께 이시연 삶 자체를 중의적으로 표현한 노래다. 진정성이 담긴 음악인 만큼 팬들의 리뷰가 좋다. 

이시연은 앞으로 소수자의 편에 서는 의미있는 삶을 살고자 했다.

"편견과 선입견이 얼마나 뼈아픈 것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성적소수자는 물론, 다문화가정, 불우한 이웃, 장애인 등 힘든 이들의 곁에 늘 있고 싶습니다. 그들이 저를 보면서 자그마한 힘을 내도록 돕는 그런 역할로 남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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