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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의 S학사전]음담패설의 사회학

최근 정병설 서울대 국문과 교수가 펴낸 '조선의 음담패설'에 보면 재미있는 일화가 나온다. 

조선시대 한 선비가 명망가인 남명 조식 선생에게 물었다. "○○(여성의 성기)가 도대체 무엇입니까?" 남명은 얼굴을 찌푸렸다. 선비가 다시 "××(남성의 성기)는 무엇입니까?"하고 묻자 남명은 크게 화를 내며 제자들을 시켜 그를 내쫓았다.

내쫓긴 선비는 포기하지 않고 이번에는 역시 명망 높은 퇴계 이황 선생을 찾아가 똑같이 물었다. 그러자 퇴계는 "○○는 걸어다닐 때 숨어 있는 것으로 보배처럼 귀하지만 살 수는 없는 것이고(步藏之者 而寶而不市者也), ××는 앉아있을 때 숨어 있는 것으로 사람을 찌르기는 하지만 죽이지는 않는다(坐藏之者 而刺而不兵者也)"는 답을 내놨다.

음담패설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삶의 활력소로 구전됐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조선시대 음담패설 중에 재미있는 게 또하나 있다. 

어느 무더운 여름 날, 뙤약볕을 받으며 아낙네가 김을 매고 있었다. 쭈그리고 앉아서 부지런히 호미질을 하고 있는데, 그만 개미 몇 마리가 허벅지를 타고 올라가 음문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아낙네는 그 곳이 따끔거려 염치 불구하고 치마를 걷어 올리고 손가락을 이용해 개미를 빼내려 안간힘을 썼다. 마침 그 광경을 지나가던 선비가 보게 되었다. 

"허허, 말세로고. 벌건 대낮에 이 무슨 해괴한 짓거리요."

선비가 화를 내자, 아낙이 자초지종을 설명하면서 "좋은 방법이 없으시냐"고 물었다. 그러자 수풀이 무성한 아낙의 음문을 보고 회가 동한 선비가 "우리 둘이 힘을 합쳐 끼워 죽입시다"고 했단다. 듣고 보니 그럴 듯해 아낙은 선비와 한 몸이 되어, 부지런히 개미들을 끼워 죽였는데, 고맙게도 선비는 개미를 익사시켜 주었다. 그러자 치료를 마친 아낙이 "선비님. 누가 봤다면 우리 둘이 거시기 했다고 놀렸겠지요"하고 웃었다고 한다.

참으로 익살스런 육담이다. 우리 선조들이 이처럼 해학이 가득한 육담을 즐긴 것은 풍요를 기원하는 마음에서 비롯되었다. 농경사회에서 풍요는 노동력의 확보에서 비롯되는데, 이는 건강하고 활기찬 부부생활을 통한 출산율의 제고로 이루어진다.

해서 우리 선조들은 농밀한 육담을 나누며 성충동을 자극했으니, 육담은 단순한 음담패설이 아니었다. 건강하고 활달한 백성들의 성생활은 자연의 조화라고 여겼다. 즉, 우주가 음과 양의 조화로 이루어져 있기에 사람도 음과 양이 서로 화합할 때 각종 재난을 예방할 수 있으며, 수확량도 늘어난다고 믿었던 것이다. 이는 열매가 많이 열려야 하는 과수나 채소에 반드시 여성의 배설물을 거름으로 사용한데서도 알 수 있다. 아이를 낳는 여성은 생명의 잉태와 다산(多産)을 상징하기 때문이었다.

해서 예로부터 음의 신인 땅신(地神)에게는 총각들이 알몸으로 쟁기질을 하여, 성적 욕구 불만을 해소시켜 주었고, 양의 신인 하늘신(天神)에게는 아녀자들이 보름달이 뜬 밤에 산에 올라 흐덕진 엉덩이를 들추고 소변을 보는 행위로 간접적인 인신공양을 해 주었던 것이다.

<압구정 퍼스트비뇨기과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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