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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빵왕 김탁구‘ 진짜 막장의 길로 들어서다

'건강한 드라마'를 표방한 KBS2 수목극 '제빵왕 김탁구'가 '막장'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

지난 23일 방송된 '제빵왕 김탁구'(연출 이정섭·극본 강은경)에서 홍여사(정혜선)는 며느리 서인숙(전인화)과 한승재(정성모)의 불륜을 목격한 후 빗물에 넘어져 머리를 다치고, 서인숙이 이를 방관해 숨을 거뒀다. 한승재는 탁구의 등장으로 화가 난 서인숙을 위로하기 위해 탁구 엄마인 김미순(전미선)의 강간을 사주했다.

가뜩이나 '제빵왕 김탁구'는 구일중(전광렬)이 보모인 김미선과 하룻밤으로 아들 탁구를 낳고, 아내인 서인숙이 남편의 불륜에 반발하듯 한승재와의 사이에서 마준을 낳는 설정으로 "불륜드라마"라고 비난받고 있다. 하지만 제작진은 막장이라는 오명을 씻기는 커녕 살인 방조에 강간 사주까지 등장시켜 드라마를 한층 더 자극적으로 만들고 있다. 탁구가 역경을 딛고 성공하는 스토리를 보려고 했던 시청자들의 뒤통수를 때린 것이다. 이에 시청자들은 "살인에 강간까지 완전 범죄 드라마다" "청소년들이 보고 따라 할까 봐 겁난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대중문화 평론가 정덕현씨는 "'제빵왕 김탁구'는 아슬아슬한 막장의 경계에 서 있다. 자극적인 소재가 등장하지만 빠르게 정리돼 막장이라고만 치부하기엔 무리가 있다. 여기에 탁구의 건강한 성장기가 막장 느낌을 상쇄시킨다. 게다가 아역 부분이라 시청자들도 좀 더 부드러운 눈으로 드라마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막장 소재의 빠른 변화가 드라마가 더욱 자극적으로 흐르는 원인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눈여겨 볼 점은 '제빵왕 김탁구'를 향한 비난이 많아질수록 시청률은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것. 23일 방송은 27.1%(AGB닐슨미디어리서치 집계)를 기록하면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사람들이 욕하면서도 본다는 말이다. 

한국사회의 아이러니다. 

하지만 시청률이 잘 나온다고 모든 것을 용서할 수는 없다. 지난 5월 KBS는 봄 개편을 통해 '건강한' 공영방송이 되겠다고 밝혔다. 특히 제작진은 흥미 유발을 위한 선정적 연출을 거부하는 '선정성 추방선언'까지 했다는 점에서 점점 막장으로 가고 있는 '제빵왕 김탁구'를 다시 한번 짚어봐야 한다. 한편 전인화는 막장이라는 비난에 "세상에는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인생도 많다. 막장 속에도 휴먼이 있고 인생이 있다"고 해명했었다. 하지만 그의 말대로라면 살인이나 강간도 하나의 인생사로 생각하고 넘겨야 되는 건지 의문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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