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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일 “‘이끼‘는 운명적인 작품“

윤태호의 웹툰 '이끼'를 영화로 만든다고 했을 때, 주인공 박해일은 네티즌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신념이 강한 원작의 유해국과 딱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윤태호는 유해국의 캐릭터가 모호해질 때 영화 '질투는 나의 힘'의 이원상을 떠올렸다고 했다. 박해일과 유해국의 만남은 운명적이다. 개봉(15일)을 앞두고 있는 그를 4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이끼=원작은 주위의 권유로 읽었어요. 드래그하면서 보는 웹툰은 처음이라 신선했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짜임새가 흥미로웠어요. "오래간만에 만화 잘봤다"고 생각했죠. 나중에 시나리오를 받았고, 강우석 감독이 "너 나랑 하자"고 제안하시더군요. 

전북 무주 세트장은 숙소에서 30분 정도 걸리는데, 시냇물이 흐르고 한쪽에는 산이 있는 편도 1차선을 굽이굽이 25분 정도 가요. 마음이 편안해지죠. 그런데 싹 좌회전을 틀면 흙길 1차선. 마음가짐이 달라져요. '안전재해', '오늘도 무사히' 같은 느낌이었어요. 이장으로 나오는 정재영 선배는 40대부터 70대까지 나오니 분장이 3시간 걸려요. 가발 때문에 삭발을 했는데, 매일 머리가 자라니까 제일 먼저 면도를 하죠. 비장한 의식 같아요. 현장에서 유해진·김상호·김준배 선배 모두 자기의 색깔대로 준비를 하죠. 그늘진 구석에서 대본을 보거나, 태양빛을 막 쐬고 있거나. 베테랑들이시니 남에게 피해안주면서 준비하죠. 선배들의 기운이나 컨디션을 느끼는 게 좋았어요. 

■정재영=제 첫 연기는 1997년 아동극 '백설공주'인데, '난장이3'과 '왕자님'을 겸했어요. 중간에 난장이와 왕자님이 겹치는 부분이 있으면 난장이는 잠시 나간 걸로 처리하고. 보자기 쓰다가 갑자기 초록색 타이즈에 말구두를 신고, 깃발 꽂은 빵모자, 망토를 입었어요.(웃음) 

아이들은 15분이 지나면 주의가 산만해져요. 애들이 무대에 올라와서 왕자가 들고 있는 칼을 만지면서 "에잉 가짜칼이네"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요. 그땐 매일 공연이 끝나면 술을 먹었어요. 그날 공연을 두고 "네가 대사가 늦잖아" "난쟁이가 빨리 걸어야 할 것 아니야"하면서 논쟁을 벌였죠. 다음날까지 술이 안 깨는 경우도 있는데, 난쟁이니까 토끼걸음으로 걸어오잖아요. 비틀비틀 넘어지고 엉덩방아찧고. 왕자 할때는 망토가 타이즈 사이에 끼고. 크하하. 15분이 지나면 또 아이들이 무대 위로 올라와서 소리를 쳐요. "엄마 이 왕자 술먹었어!" 재미있는 추억이 많아요. 

1년 정도 하다가 성인극 제안을 받고 대학로 넘어왔어요. 6개월 정도 포스터만 붙였죠. 유해진·김준배·강신일·정재영 선배들의 공연 포스터 였어요. 그때 공짜로 선배들의 공연을 다 봤죠. 그러다 제 두 번째 연극인 '청춘예찬'을 보러온 임순례 감독과 인연으로 '와이키키 브라더스'로 영화에 데뷔했고요. 그때 연극 봤던 정재영·유해진 같은 선배들과 다 함께 '이끼'에 출연하게 된 게 너무 신기해요. 의미있는 작품이니까 잘 됐으면 좋겠어요. 관객과 만나려고 영화를 만든 거고, "이런 얘기 어떠세요"라고 말을 거는 거니까 많은 분들이 봤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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