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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볼 디저트]은퇴선언 양준혁의 첫날…선배들의 한마디

사실상 은퇴다. 이제 후배 뒷바라지에 힘쓰는 모습이다.

삼성 양준혁(41)은 27일 대전 한화전에 앞서 경기장에 늦게 나타났다.

전날 '시즌 뒤 은퇴'를 발표한 뒤 엔트리에서 빠진 양준혁은 '은퇴 선언 후 첫날' 인근 대전고에서 장태수 수석코치와 함께 후배들을 지도하고 경기 시작 1시간 전인 오후 5시30분에 따로 도착했다. 이어 기자실에서 가진 기자회견.

#"신경써준 구단에 감사할 뿐"

먼저 양준혁은 삼성의 세심한 배려에 감사했다.

"이번 은퇴 선언하는 과정에서 구단에서 세심하게 신경써 줬다. 원한다면 다른 구단에 보내주겠다고 하는 등 최대한 해줬다"며 "정말 고맙다. 은퇴 경기는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구단에서 알아서 잘 해줄 것 같다"고 했다.

93년 입단 시절부터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는 듯 양준혁은 "처음 프로에 발을 들여놨을 때 이처럼 롱런할 줄은 몰랐다"면서 "그 당시만 해도 10년 넘게 하면 노장 소리를 들어 10년만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만 매 경기 능력을 쏟아붓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나이에 대한 선입견 아쉬워"

선수생활 18년동안 올시즌이 가장 힘들었다는 양준혁은 "대타로 뛰면서 한 타석을 위해 모든 걸 쏟아부어야 한다는 생각에 조바심이 났다. 즐기면서 해야되는데 신인 때보다 더 긴장했다. 아마 야구하면서 가장 많이 긴장했던 해였다"고 털어놨다.

특히 나이에 대한 선입견이 아쉽다며 착잡해 했다.

"솔직히 더 뛸 수 있다. 아니 50살까지도 할 수 있는데 실력이 아닌 나이로 
보는 시선이 아쉽다. 그런 선입견, 시선들과 싸웠다"면서 "우리 나이로 마흔두살로 비슷한 나이의 중년들에게 희망이 되고 싶었는데 정말 죄송하다"고 했다.

#선동열·한대화·송진우 "잘 생각했다"

인터뷰가 끝날 때 쯤 낯익은 얼굴이 찾아왔다. 한화의 '전설' 송진우(44)였다. 일본에서 코치 연수중인 송진우는 올스타 브레이크에 귀국했다 양준혁 은퇴 소식에 구장을 찾았다. 

송진우가 악수를 청하며 "은퇴한다면서. 그동안 고생했다"고 하자 양준혁도 손을 맞잡고 반가워했다.

이어 "형님이 안계시니까 제가 힘을 못 쓰잖아요"라는 양준혁의 아쉬움섞인 농담에 송진우는 "그래도 잘 생각했다"고 답했다.

삼성 선동열·한화 한대화 감독도 "잘 선택했다"고 했다. 화려한 선수 생활 뒤 비슷한 고민을 했던 두 감독은 "박수칠 때 떠나는 게 좋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선 감독은 "나도 은퇴할 당시 더 던질 수 있었다. 막상 은퇴 선언하자 메이저리그에서도 요청이 왔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며 "내가 다른 팀 가서 1년 뒤 은퇴했다면 주니치가 겨우 4년 활약한 나에게 명예선수를 해줬겠느냐. 주니치는 은퇴 경기도 해줬다"고 했다.

이어 선 감독은 "이제 삼성도 양준혁에게 더 신경써줄 것이다"라며 제2의 인생을 열게 된 양준혁을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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