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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민·김병욱·곽정환, 비극을 사랑하는 남자들 "또 죽였네"

이형민 PD

이형민·김병욱·곽정환, 죽여야 사는 남자들이다. 

5일 SBS 수목극 '나쁜남자'가 막을 내렸다. 이형민 PD와 김남길이 만났다는 점에서 방송 시작 전부터 엄청난 화제를 모은 작품이었다. 하지만 용두사미였다. 시작은 찬란했지만 끝은 8.4%(AGB닐슨미디어리서치 집계)로 초라했다. 그 속에서 이 PD의 소신(?)만은 지켜졌다. 이 PD는 그 동안 대개의 작품에서 주인공들이 죽는 비극적인 결말을 택했다. '미안하다, 사랑한다'에서 소지섭과 임수정을 죽였고, '눈의 여왕'에서도 성유리가 죽었다. '나쁜 남자'도 결국 김남길의 죽음으로 끝났다. 심지어 굴지의 대기업 태성그룹의 후계자인 건욱(김남길)은 신원미상의 시신으로 발견되며 초라하게 죽었다. 

김병욱 PD

비극을 사랑하는 남자는 또 있다. MBC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지붕킥)을 연출했던 김병욱 PD도 마찬가지다. 웃음을 주는 시트콤이기에 해피엔딩으로 끝나기 마련이지만 김PD의 끝은 다르다. '순풍산부인과'에서는 선우용녀가,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순 없다'에서는 박정수가 암으로 죽었고 '거침없이 하이킥'에서는 박민영이 자동차 폭발로 사라졌다. 때문에 '지붕킥'도 새드엔딩이 점쳐졌었다. 김PD는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2010년을 뜨겁게 달군 '지붕킥'도 신세경과 최다니엘의 죽음으로 슬프게 끝냈다. 김 PD는 "희망은 쉽게 얻어지지 않는다"는 비관적인 시각을 전했다. 

곽정환 PD

KBS2 드라마 '추노'를 연출했던 곽정환 PD도 주인공을 죽이는 PD로 악명높다. 실제로 노비해방을 부르짖던 '추노'에서도 대길(장혁)이 그토록 찾아 헤맸던 언년의 사랑을 얻지 못하고 죽었고, 업복(공형진)도 관노의 손에 잡혀 비참한 죽음을 맞이했다. 전작인 '한성별곡'에서도 박상규(진이한), 이나영(김하은)이 죽으면서 끝났다. 곽 PD는 "'추노'는 시대의 좌절을 맛보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다. 하지만 실패 속에도 성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곽 PD는 비극을 통해 역설적으로 희망을 전했던 것이다. 

한 문화평론가는 "모든 드라마가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없다. 오히려 현실은 비극에 더 가깝다. 때문에 시청자들은 새드엔딩을 보면서 우리네 현실을 상기하게 되고, 허망함과 씁쓸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매번 주인공을 죽여왔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결말을 예측할 수 있다는 약점이 생겼다. 이제는 변화를 꾀할 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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