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스타독백]이병헌 “복수를 꿈꿔보지 않은 사람 있나요?”

이병헌과 최민식이 주연한 영화 '악마를 보았다'(감독 김지운)는 개봉 전부터 논란이 됐다. '제한상영가'를 두 번 받은 후 3수 끝에 가까스로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으로 심의에 통과했기 때문. 이병헌이 맡은 국가정보원 요원 수현은 극중 살인마(최민식)에게 사랑하는 약혼녀를 잃은 후, 살인마만큼 치열하게 복수한다. 잔혹한 영화임은 분명하지만, 수현을 연기한 이병헌의 설명을 들으니 영화의 속뜻이 더 명확해진다. 

■상업성과 작품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영화

시나리오는 받고 나서 단숨에 출연을 결정했어요. 살인마를 처치해가는 해소감이 있을 줄 알았는데, 찍으면서는 감독과 나, (최)민식이 형 모두 우울한 분위기였어요.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와 촬영할 때 느낌이 달라 궁금했는데, '제한상영가'가 나니까 더 궁금해졌죠. 

영화를 보면서 수현에게 악마를 보든 사람을 보든 그건 관객의 판단인 것 같아요. 극중 "짐승을 잡으려고 짐승이 돼야하냐"는 대사가 나오는데 악마를 잡으려고 악마가 되는 건 너무 뻔하잖아요.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는데 콩밥만 먹이는 게 말이 되나, 사형? 그렇게 편하게 죽게 할 수는 없다라는 심정은 말로 들으면 이해할 수 있어요. 그런데 이것을 실제로 보여주면 사람들의 생각이 달라져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면이 펜션에서 두 남자와 한 여자와의 걸쭉한 싸움을 벌인 후 얼굴에 피를 닦으면서 울컥하는 겁니다. 그때 수현은 '왜 이렇게 된 거지'라는 생각을 하고, 복수를 하면서 괴로움을 느끼는 건데, 이런 부분은 다른 영화에서는 보여준 적이 없죠. 비슷한 감정을 실제 촬영하면서 느꼈어요. 살인마의 신체를 상해하는 부분에서 '이렇게 까지 해야 하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복수가 맞는 것 인지에 질문을 던지죠. 

영화처럼 복수를 꿈꿔본 적이요? 복수를 꿈꿔보지 않은 사람 있나요?

■전화번호도 10년째 같은 아날로그형 인간

센 영화 때문은 아니지만 악몽을 꾸긴 합니다. "아직 두 신 남았습니다"라는 거. 꿈이지만 그런 소리를 들으면 '피곤하고 졸린데'라는 생각이 들어요. '군대 두 번가는 꿈'과 비슷하죠(웃음). 

3~4년 전부터 작품을 쉬지 않았어요. 그래서 건강을 염려해주시는 분이 많은데, 최근 할머님을 병원에 모시고 갔다가 저도 건강검진을 받았어요. 다행히 너무 건강하다고 하네요. 특별히 건강관리를 안 하지만 그거 한 가지. 끼니는 절대 거르지 않아요. 아침 꼭 챙겨먹고, 배고픈 상황은 만들지 않습니다. 

피부 관리도 못해요. 영화 '그해 여름'(2006)할 때까지 선크림도 바르지 않았어요. 그때 햇빛에 너무 노출돼서 기미가 약간 생긴 후로 챙기게 됐죠. 휴대전화도 고장나지 않으면 안 바꿔요. 전화번호도 10년째 그대롭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휴대전화를 빨리 바꾸는 습성이 있어서인지 이상하게 생각해요. 

실제 제 모습은 드라마 '내일은 사랑'에서의 그 모습이에요. 예를 들면 반에서 선생님들이 "쟤 만 주의하면 돼"라고 말할 정도로, 쓸데없는 얘기 잘하고 엉뚱한 장난을 치는 사람. 방송 전에 분장을 하는 것도 시청자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가식이라고 생각하시기도 하나봐요. "쟨 너무 완벽하고 진지해"라고. 

결혼은 나도 해야겠다는 생각은 들어요. 해야겠다는 생각보다 '하게 되겠지'라는 생각이죠. 그런데 노력으로 되는 건 아니니까요. 

작품도 그렇지만 미국 활동도 계획을 세우고 진행하지는 않습니다. 계획은 아니고 꿈인데, 연기할 힘이 떨어지기 전에 온전히 연기로 그 (미국)사람들이 인정해주는 상을 받고 싶습니다.

상단으로 이동 스포츠경향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