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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독백]최민식 “여배우들이 피할까봐 걱정이에요”

배우 최민식은 영화 '악마를 보았다'에서 살인마 장경철로 분했다. 죄의식도 없는 냉혈한으로 스크린을 피로 물들인다. 최민식의 얼굴이 스크린으로 비추기만 해도 공포감이 스며들 정도. 그는 시사회 후 "실제로는 벌레도 못 죽이는데, 이번에 너무 여자들을 때려 죽여서 여배우들이 피할 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살인마 연기를 위해 유영철 검거한 형사 만나

'친절한 금자씨' 때보다 10㎏ 이상 몸무게가 늘었어요. 배도 많이 나오고 막 사는 ‘간지’죠(웃음). 처음엔 악마로 나오는 거니 샤프하게 살 좀 빼려고 했는데, 아무리 해도 (이)병헌이를 따라갈 수가 없을 것 같더라고요. 콘트라스트(대조)가 있어야 할 것 같아서, 돼지 같고 탐욕스러운 느낌으로 가게 됐습니다. 

시나리오를 보고 상투적이지 않아서 끌렸어요. 수현(이병헌)이가 약혼녀를 죽인 장경철을 죽이지 않고 괴롭히고 놓아주고 또 잡기를 반복하잖아요. 인간의 폭력성을 더 우화적으로 표현하는 점이 독특하게 느껴졌어요.

이 배역을 맡고 실제 강력반 형사를 만났어요. 형사인 친구 부인에게 부탁해서 유영철을 검거, 취조한 형사 분을 만났어요. 실제 겪었던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느낌들이 연기하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사전에 준비를 많이 했지만 촬영하면서 어려운 점도 많았죠. 아령으로 사람을 내리치는 장면에서는 정말 살 떨렸어요. 질감이 너무 사실적이어서 더미(촬영용 인체모형)라는 것을 알면서도 못하겠더라고요. 이젠 이런 거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죽이는 연기는 정서적으로도 힘들죠. 몸에서 뭐가 쭉쭉 빠져요. 탈진한 것처럼 초주검이 되죠. 어떤 때는 분장도 지우기 싫고 샤워도 귀찮아서 그대로 잘 때도 있었어요. 

■다음엔 피비린내 나는 캐릭터 벗어날 것

개봉하고 영화 관련 사이트를 봤는데 10점 아니면 1점이더군요. 이런 게 재밌잖아요. 영화 내놓고 10점 만점을 다 받으려는 것은 나쁜 놈이죠. 이런 논란들이 자연스럽게 느껴져요. 

표현방식이나 수위에 있어서 거부감은 당연하다고 봐요. 논란이 있는 소재지만 그 논란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죠. 일부에서는 모방 범죄에 대한 우려도 하는 데, 그런 생각 자체가 건강하다는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극단적인 위해를 가하는 인간도 있지만, 폭력성을 희석시키고 자정하는 능력도 분명히 있어요. 조금만 더 여유를 가지고 작품으로 봐라봤으면 합니다. 

주변 배우들도 반응들을 보이는 데, 여배우인 엄정화에게 전화가 왔어요. 연기가 대단하다고 칭찬을 많이 해주는데, 제가 그랬죠. "너 솔직히 얘기해봐. 나랑 다음에 같이 연기 안할꺼지? "라고요. 말로는 한다는 데 모르겠어요.
아내는 영화는 아직 못 봤어요. 장모님이랑 같이 보러 간다고 하는데, "제가 당신만 봐"라고 당부했어요(웃음). 

차기작은 가급적이면 빠른 시일 내에 있으면 좋겠어요. 이번 작품이 워낙 쎄니까. 전처럼 몇년씩 텀이 길면 곤란할 것 같아요. 피비린내 캐릭터에서 벗어나야죠. 이거하곤 좀 다른 것에 도전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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