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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양준혁 “야구 좀 한다는 후배들 내가 볼땐 아직 멀었다”

최근 은퇴를 선언한 삼성 양준혁이 28일 대전 한밭야구장에서 열릴 한화와의 경기에 앞서 후배들에게 배팅볼을 던지고 있다.대전ㅣ연합뉴스

종착역에 다다른 2010시즌. '살아있는 전설' 삼성 양준혁(41)이 그라운드에

서 떠날 날짜 또한 다가오고 있다.

시즌 뒤 은퇴하겠다고 선언한 지 20여일이 18일 대구구장. 양준혁은 개인 훈련을 뒤로 하고 후배들을 위해 굵은 땀방울을 흘렸다.

지난 달 26일 정든 그라운드를 떠난다는 말과 함께 1군 엔트리에서 빠진 뒤로 틈나는 대로 토스 배팅 때 공을 던져주고 왼손 선발투수에 대비해 배팅볼 투수로 나서는 등 '훈련 도우미'로 나서고 있다.

"요즘 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들을 찾고 있다"는 양준혁은 "일단 내가 갖고 있는 게 타격 기술이니까 이를 전수하려 한다. 타격 타이밍을 잡는 방법, 공 때리는 요령, 타석에서의 마음가짐 등을 조언하고 있다"고 했다.

#"은퇴 선언으로 조언 편해져"

양준혁은 은퇴를 선언했기에 더욱 편하게 가르쳐줄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은퇴 선언 전에는 경기에 못 나가고 내 앞가림하기 바빴지만 이젠 좀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며 "특히 지금 후배들은 입단 때부터 쭉 지켜본 선수들이라 더 편하다. 장·단점을 모두 파악하고 있고, 안 좋을 때와 좋을 때를 안다. 페이스가 내려갔을 때도 올라오게 해주기 좋다"고 즐거워했다. 

아무래도 얼마 전까지 함께 호흡하며 지내던 사이라 거리감이 좁다. 

그렇다면 그가 보는 '학생'들의 모습은 어떨까. "아직 멀었다"는 다소 냉담한 대답이 나왔다.

양준혁은 "3~5년 정도 리그 정상급 실력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되려면 본인의 하고자 하는 마음과 열정이 중요한데 후배들은 그게 부족하다. 아직 내 눈에는 안 찬다"고 일갈했다.

또 "지금보다 더 큰 세계가 분명 있다. 그런데 주위에서 '잘한다'라고 해주니깐 자기 스스로 만족하고 더 발전하려 들지 않는다. 이대호, 홍성흔처럼 리그를 좌지우지할 실력을 갖춰 가치를 높여야 하는데 욕심이 부족한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쓴소리는 이어졌다. "후배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조금 어려운 훈련을 시키면 안 하려고 한다. 모르면 와서 물어보고 찾아서 열심히 노력해야 하는데, 이제는 일일이 찾아가서 챙겨줘야 한다. 그래선 발전하기 힘들다"고 꾸짖은 뒤 "타율 2할8푼에 홈런 20개 정도 치고 잘 한다는 소리를 들으면 더 잘 하려고 해야 한다. 이승엽은 홈런 50개나 치고도 더 노력해서 아시아신기록 세우지 않았느냐"고 설명했다.

이처럼 곧은 자세를 보이는 이유는 자신 역시 자만 탓에 결국 손해 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양준혁은 "사실, 내가 그랬다. 90년대 3할 타율에 홈런 20개를 쭉 치면서 최고 소리를 들었다. 30대 중반 정도 되니까 내가 자만했음을 깨달았다. 그래서 만세타법으로 바꿔 다시 3할 타율을 쳤다. 그 때 '아 조금 일찍 깨달았으면'하는 아쉬움이 들더라. 조금만 일찍 알았다면 이승엽보다 더 잘 할 수 있었을 것이다"고 털어놨다.

#"야구에는 끝이 없다"

양준혁은 "야구에는 끝이 없다"고 했다.

배우면 배울수록, 하면 할수록 더 새로운 게 야구라는 설명이다. "세월은 흘러가는데 업그레이드 하지 않으면 퇴보한다"며 "야구는 계속 발전한다. 나 때만 하더라도 구종은 직구, 커브, 슬라이더밖에 없었다. 그런데 요즘은 체인지업만 여러 종류다. 포크볼, 커터 등 구종만 10가지가 넘는다. 계속 연구하지 않으면 안된다. 안주하면 거기서 도태된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후배라도 배울 건 배워야한다는 생각이다.

양준혁은 "지금 김상수의 수비가 정말 좋다. 분명 뭔가 다르기 때문에 잘 하는 것이다. 그럼 김상수 수비가 왜 좋은 지 알아내서 배워야 한다. 비록 21세에 불과하나 나도 김상수에게 배운다. 야구엔 나이가 없다. 나이로 야구하는 건 아니지 않느냐"라며 "이승엽이 7년 후배이지만, 같이 생활할 때는 나도 배울 점을 찾고 노력했다. 내 타격폼 좀 봐달라고까지 했다. 그런 건 절대 창피한 게 아니다. 자기만족, 그것은 야구선수에게 독이나 마찬가지다"라고 덧붙였다. 

양준혁은 "내 야구인생을 베이스를 도는 걸로 친다면 나는 이제 겨우 1루 돌고 2루에도 아직 못 미쳤고, 2루 베이스 근처 흙 좀 밟는 정도라고 생각한다. 아마 50년 더 해도 야구에 대해 다 알지 못할 것"이라고 깨달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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