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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크] 개그계 11년 친구 이수근·김병만 “우리는 이미 형제, 나중에 사돈도 맺을 거예요.”

'죽마고우(竹馬故友)' '수어지교(水魚之交)' '금석지교(金石之交)'…

세상에는 깊고 단단한 우정을 이르는 말이 참 많다. 하지만 '친구'처럼 그 의미가 쉽고도 금방 다가오는 말은 찾기 힘들다. 개그맨 이수근과 김병만은 '친구'란 말이 누구보다 잘 어울리는 사이다. 두 사람을 보면 느낌이 너무나 비슷해 '형제'란 말도 절로 나올 정도다. 20대의 기쁨과 고통을 함께 하며 서로를 위해 울어줬고, 30대 중반이 된 지금은 누구보다 든든한 서로의 후원자다. 한 사람은 '1박2일'을 통해 버라이어티의 별로 떠올랐고, 한 사람은 10년 가까이 '개그콘서트'에서 소나무처럼 한 자리를 든든하게 지키고 있다. '친구'보단 '형제'같은 사이 이수근과 김병만을 만났다.

▲ 행복하지만 고민도 많은 '현재'

이수근은 최근 물오른 예능감으로 '1박2일'의 에이스로 떠올랐다. 꺼내는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큰 웃음을 주며 '1박2일'의 살림꾼이 됐다. 한때 "운전만 한다"며 핀잔을 듣던 때와는 천지차이다.

"오랜시간 멤버들과 함께하면서 많이 편안해졌어요. 처음에는 호동이형(강호동)의 기세에 눌렸었죠. 몇 년을 그렇게 못 다가가다가 지금은 많이 힘이 돼 주세요. 저 힘들 때 병만이가 많이 아이디어를 줬어요. 주한미군이나 중국어 엉터리 통역, 슬랩스틱 등 다 병만이 아이디어죠."(이수근)

이수근이 전국을 다니며 시청자들에게 편안한 이미지로 각인된 시간만큼 김병만은 '개그콘서트' 무대에서 자신을 단련했다. 그가 꺼내놓은 '달인'캐릭터는 이제 그 아니면 누구도 깰 수 없는 커다란 벽이 됐다. 너무나 행복한 요즘이지만 김병만에게도 고민은 생겼다.

"뭐든지 달인을 연계해서 떠올리세요. 제가 음료수를 마시고 있으면 '어, 음료수 마시기 달인이다', 당구를 치고 있으면 '어, 당구의 달인이다'라고 말씀하시니까 저도 고민이 생기죠. 계속 다른 코너를 시도하고 있어요. 요즘은 '달인'보다는 다른 아이디어를 짜는데 시간을 더 써요."(김병만)

두 사람 다 오로지 시청자들을 재밌게 해주려는 열정으로 10년 세월을 헤쳐나왔다. 때로는 '오버한다'는 말도 듣지만 희극인의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이수근은 김병만의 지치지 않는 열정을, 김병만은 이수근이 버라이어티를 하면서도 '개콘'을 놓지않는 애정을 칭찬한다.

▲ 생각하면 뭉클한 '과거'

두 사람은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00년 초 쌀쌀했던 오디션장에서 처음 만났다. 레크리에션을 하던 이수근과 전북 완주에서 갓 올라온 김병만은 이정재·이영애 주연의 영화 '선물' 오디션에 참가했다. 서로 다른 팀에서 개그를 짰으나 각자 혼자만 합격의 영광을 누렸다. 두 사람은 둘만 팀이 없어 의기투합을 하기로 한다.

"만난 날 나이를 물어보니까 75년생 동갑인 거예요. 그래서 대방역 근처에서 맥주를 먹었죠. 처음 만났는데도 몇 년 된 친구처럼 느껴졌어요. 수근이는 언젠가 방송에서 돌사진을 내라고 했는데 돌사진이 없어서 제 돌사진을 내고 그랬어요. 그만큼 닮았대요."(김병만)

이렇게 친구가 된 두 사람이었지만 정식 개그맨이 되기까지의 과정은 쉽지 않았다. 이수근은 방송사 개그맨 공채 최종에서만 4~5번 연속 낙방하며 이미 경제사정이나 심신이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상태였다. 김병만의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은 개그맨 김지호의 어머니가 근처 학교에서 배식을 하고 남겨온 반찬으로 밥을 먹곤했다.

"2001년 공채 때가 제일 괴로웠어요. 저랑 병만이는 '선물' 때 작가님 눈에 띄어서 이미 1년 개콘생활을 했었거든요. 저희가 당시 16기 개그맨들에게 아이디어도 주고, 경쟁자들도 저흴 그냥 합격했다 생각하고 빼놨었어요. 하지만 결과는 아니었죠. 둘 다 부모님, 친지, 친구 다 모셔왔는데…. 살면서 최고 많이 울었죠. 울다가 여의도 별관 옆 포장마차 앞에서 만나서 또 울었어요."(이수근)

두 사람의 무명시절은 이미 '승승장구'에서 소개돼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이수근은 그길로 경기도 양평의 수련원으로 들어가 버렸고 김병만은 개콘연습이 끝나면 매일 차를 타고 양평에 와 이수근을 붙잡았다. 함께 술잔을 기울이고 회의도 했다. '언저리 뉴스' '3인조' '달인' 등 대부분의 아이디어가 암울했던 시절 양평에서 나온 것이었다. 옛날 이야기를 꺼내자 두 사람의 눈시울은 어김없이 또 촉촉해져 있었다.

▲ "둘의 미래요? 사돈 맺어야죠!"

눈물젖은 설움 끝에 김병만은 2002년 KBS 17개 공채로, 이수근은 이듬해 18기 공채로 꿈에 그리던 개그맨이 됐다. 이후에는 쉼없이 달려온 시간이었다. 김병만이 특유의 날랜 몸을 이용해 무술을 이용한 개그 '주먹이 운다' '착한사람만 보여요' '예술의 전당'에 강점을 보였다. 레크리에이션으로 단련된 이수근은 특유의 단순한 애드리브와 음악을 이용한 코너 '고음불가' '야야야 브라더스' '키컸으면' 등을 선보였다.

"저는 병만이를 빛나게 하는 캐릭터였죠. 제가 포장은 예술이거든요. 제가 포장을 딱 하면 병만이가 나와서 웃기는 거죠."(이수근)

"수근이는 아이디어가 무궁무진해요. 거기다 함께 연기하는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죠. 애드리브도 뛰어나고요."(김병만)

두 사람은 인기를 얻자 제작진으로부터 '공동코너 금지령'을 받았다. 이유는 후배들을 살리기 위해서였다. 두 사람의 시너지는 어느 후배들과 어우러져도 진가를 발휘해 '개콘'인기의 버팀목이 됐다.

▲ 마지막으로 둘의 소망을 물었다. 

"병만이가 장가를 갔으면 좋겠죠. 하지만 진지하게 말하진 않아요. 병만이는 목표하는 바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누굴 만나면 정말 좋은 사람을 만나서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저도 해보니까 결혼은 어느순간 딱 꽂혀서 하는 거거든요."(이수근)

"전 이수근의 이름을 건 토크쇼에 희극배우 김병만이 출연해서 웃음을 주는 순간을 꿈꿔요. 그러기 위해선 제가 정말 유명한 배우가 되서 친구를 옆에서 빛내줘야겠죠. 수근이는 잘 할 수 있을 거예요."(김병만)

둘은 장차 사돈을 맺을 생각도 하고 있다. 김병만이 결혼해 딸을 낳으면 이수근의 아들과 결혼하는 계획이다. 이럴경우 우월한 개그유전자를 물려받은 '슈퍼 희극인'의 탄생이 예견된다. 

오랜세월을 걸쳐 한 번도 싸우지 않고 서로를 위한 형제같은 친구, 이수근과 김병만은 인터뷰 내내 지난 세월의 기억에 잠긴 듯 했다. 하지만 행복한 날들만이 남았을 뿐이다. 다가올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두 사람의 눈가가 웃음으로 더욱 깊게 주름이 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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