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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독백]한재석 “실제로는 밝고 웃음이 많은 성격”

굳이 인기와 실력의 선후를 따진다면 배우 한재석은 인기가 먼저였다. 1995년 드라마 '째즈'로 일약 스타로 떠오른 후 '모델' '해바라기' '장미와 콩나물' '이브의 모든 것' '유리구두' 등 출연하는 드라마마다 히트했다. '이브의 모든 것'으로 중화권에서 인기를 얻으며 한류스타가 됐다. "연기 잘한다"보다 "인기가 많다"는 말을 더 자주 들었다. 그가 장진 감독의 코미디 영화 '퀴즈왕'으로 올 추석 관객과 만난다. 한 번도 우승자가 나오지 않은 133억원짜리 퀴즈쇼에서 마지막 정답만 알게 된 상식 제로 15인이 펼치는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 속에서는 퀴즈쇼 우승을 향한 도전이지만, 한재석 개인에게는 연기 변신 도전기다.

△코미디 영화지만 제스처나 대사보다 상황으로 재미를 줘요. 좀 더 편안한 게 이전과는 다른 변화죠. 장진 감독은 몇 년 전부터 개인적으로 친하게 지내온 형이에요. 술도 마시고 야구나 골프 같은 운동도 같이 하고요. 제가 생각보다 밝고 웃음이 많은 편인데 그런 모습을 보고 (영화) 한번 해보지 않겠느냐고 권유했어요. 감독님 덕분에 자연스러운 연기를 할 수 있었어요. 예를 들어 내가 웃는 연기를 할 때 '네가 원래 웃는 웃음이 아니잖아. 원래대로 웃어'라고 주문을 하는 식이죠. 연기할 때 편했던 만큼 관객들도 편하게 볼 수 있을 거예요. 사실 그동안 딱딱하고 냉철하고 고리타분하고 외도는 절대 안할 것 같은 역할을 많이 했잖아요. 관객들이 그런 제 이미지 때문에 편하게 못 다가오는 게 마음에 걸렸어요. '퀴즈왕'을 계기로 저를 편하게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해요.

△데뷔작인 '마지막 연인'를 마치고 6개월 후 작품이 바로 '째즈'예요. 제 자랑은 아닌데, 팬레터가 방송사로 쌀 가마니(포대를 말하는 듯) 8개씩 왔어요. 오종록 감독님은 아직도 '여덟 가마니' 얘기를 하세요. 배우에 대한 개념도 없을 때인데 모든 환경이 변했죠. 2년을 아무것도 모르고 팬들의 환호성과 사랑에 휩싸여 살았어요.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너무 큰 인기를 누리다보니 우왕좌왕했던 것 같아요. '모델'이라는 드라마를 하면서 선배 연기자들과 많아 가까워졌고, '배우란 이렇게 해야 하는 거였구나' 하는 걸 배웠죠. 

2002년에 그런 일(갑작스러운 군 입대)이 생기면서 5년 정도 공백기를 가졌죠. 그때 많은 것을 배웠어요. '아 내가 모래성을 쌓았구나. 이제 단단하게 쌓아야겠다'는 생각 같은 것. 연기라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지도 느꼈고요.

△일하면서 가장 힘들었을 때는 '태양의 여자'를 할 때예요. 어머니 돌아가시고 4개월 후였는데, '내가 어머니 곁에 있어야 하는데 왜 여기서 일을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후로 작년까지 힘들었어요. 조금 해소되고 웃을 수 있을 때 '퀴즈왕'을 하게 된 거죠. 

'퀴즈왕'에서처럼 간절히 원하는 것을 꼽으라면 시간이에요. 상투적이겠지만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이 생각은 평생 할 것 같아요. 그동안 못했던 것들, 어리광 피웠던 것, 뭣보다 효도를 하고 싶어요. 만약 133억원이 생기면요? 주위 사람을 위해서 써야죠. 그 대상이 주변 사람이냐 아니면 내가 모르는 어려운 사람이냐는 고민은 되겠지만, 어쨌든 돕고 싶어요. 제가 노력해서 번 돈이 아니니, 나만 위해 쓰면 다 없어질 것 같아요.

인생에서 우승은 제 일에서의 만족도가 아닐까 해요. 연기가 소중하다는 걸 느꼈고, 이 일을 계속하는 게 인생의 우승이라고 생각해요. 다른 생각 안하고 열심히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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