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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섈위토크]송승헌 “멋지게 나이든 배우가 되고 싶다”

15년 전 배우 송승헌은 눈에 띄게 잘생긴 청바지 모델일 뿐이었다. 1996년 시트콤 ‘남자 셋 여자 셋’에서 잘 생겼지만 춤도 추고 허술하기도 한 대학생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번개머리’ 이의정과 사랑에 빠지는 의외성은 뭇 여성들에게 웃음과 희망을 줬다. 드라마 ‘가을동화’에서 죽음도 갈라놓지 못한 사랑을 하는 준서로 아시아를 사로잡았다. 그가 올 추석에는 영화 ‘영웅본색’을 모티프로 한 영화 ‘무적자’(감독 송해성)의 이영춘으로 강한 남성을 연기한다.

- 출연 결심할 때 감독에 대한 신뢰와 원작의 화려함 중 더 크게 작용한 것은 뭔가요?

△물론 감독에 대한 신뢰죠. 사실 드라마 ‘에덴의 동쪽’이 끝나고 다른 작품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송 감독님이 기다려봐라 해서 하게 된 작품이에요. 10년 전 영화 ‘카라’는 나도 입봉(데뷔)이고 감독님도 입봉이었는데, 그때 우리가 못했던 것을 해보자고 뭉쳤죠.

- ‘영웅본색’을 봤을 때 기억나나요?

△86년도니까 초등학교 3학년인데 어렴풋이 기억이 나요. ‘무적자’ 없이 ‘영웅본색’을 이야기하라고 하면 원, 투, 쓰리가 짬뽕이 되요. 그래도 ‘영웅본색’하면 홍콩 느와르의 전성기를 만든 작품이고 남자들에게는 전설같은, 아우라가 큰 영화죠. 부담감은 컸지만 우리만의 색깔과 한국적 정서를 가미해서 새로운 ‘무적자’를 만들어야 겠다고 생각했죠.

- 원작에서도 그렇지만 형제 이야기가 중심이 되면서 이영춘(원작에서는 주윤발)의 비중이 적은데도 선택한 이유는?

△‘에덴의 동쪽’에서 형제의 아픔, 갈등, 화해를 그렸기 때문에 또 형제 이야기를 하는데 대한 부담감이 있었어요. 오히려 제3자 입장에서 바라보면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캐릭터가 탐났죠.

- 이번에는 성냥개비 대신 막대사탕을 물고 나오죠?

△네. 성냥개비를 물고 나오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결론내렸어요. 원작을 본 올드 팬들이 기억하고 꼭 있어야 하는 장면은 살려야 하고, 그 중에서 새로운 것을 찾아야 하니 많은 시도를 했어요. 다리를 다친 전 후 변화를 주기 위해 5년간 끊었던 담배도 다시 물었어요. 감독님이 “배우가 왜 담배를 끊냐”면서 피폐해진 영춘을 표현하기 위해 담배도 피고, 술도 먹고, 로션도 바르지 말고, 머리도 감지 말라고…. “너의 속과 겉이 다 바뀌어서 나타나기 전까지는 촬영 안한다”고 해서 당시에는 좀 답답했지만 그 뜻은 알죠.

- 총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연습은 많이 했을 것 같아요.

△초반에 총을 분해해서 대결하는 것은 대역 없이 해야 하니까 열심히 했죠. 그런데 감독님이 총 잘 쏘는 놈이 피아노를 치면 어떻겠냐고 해서 피아노도 배웠는데 그건 편집이 돼서 원망 좀 했어요. 개인적으로는 속이 쓰리지만 대를 위해서 소를 희생해야죠.

- 군대 후에 ‘대결’이나 ‘에덴의 동쪽’ 같은 남성적인 작품을 많이 했는데 의도한 건가요?

△아무래도 송승헌이란 배우 이미지가 부드럽고 자상한 게 강하니까 바꿔보고 싶다는 생각은 했어요. 서른이 됐을 때는 몰랐는데 요즘 들어 한 남자로서, 배우로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요. 20대에는 30대 캐릭터를 연기할 수가 없어서 너무 아쉬웠고, 빨리 나이가 들고 싶었어요. 아직 안 해본 캐릭터가 많으니까 40대가 됐을 때 중후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게 꿈이고 목표에요.

- 35살인데, 노총각 대열에 든 건 인정하나요?

△(웃음)형, 누나가 결혼해서 조카들이 있어서 결혼에 대한 부담감이 없고 아직도 결혼은 남 얘기같아요. 제가 결혼할 자격이 있나 싶을 정도로요. 그런데 얼마 전에 처음으로 부모님이 “선 보라”고 하셔서 “저 결혼 생각 없습니다”라고 거절했어요. 제 가장 큰 꿈은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거에요. 그런데 가정을 만든다는 게 당연한 건데 쉬운 거 같지는 않아요. 주변에도 잘 사는 친구도 있고 갔다온 놈도 있는 것을 봤을 때, 결혼은 현실이죠.

- 드라마나 영화의 이미지와 다른 실제 송승헌의 모습은?

△전형적인 B형 남자에요. 남들은 O형으로 보는데, B형의 단점을 다 가지고 있어요. 제가 봐도 고집이 세고 직선적이고 다혈질이에요. 일에 대해서는 급하고 변화를 싫어하죠. 사람들과 두루두루 친하지 못해 오해도 받아요. 따뜻하고 섬세하고 자상한 거와는 거리가 멀어요.

- 연애할 때 손해를 많이 보겠네요.

△네. 저는 누가 좋다고 해서 사귄 적이 한번도 없어요. 제가 뭐에 씌인 것처럼 빠져야 해요. 사랑에 빠지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아요. “볼수록 괜찮네” 보다는 처음 본 순간, 번개가 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아요.

- 최근 번개는 언젠가요?

△최근에는 없죠. 너~무나 오래됐죠.

- 그럼에도 미녀 스타들과 열애설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뭘까요?

△(이)연희, 손담비씨요(웃음)? 계속 그런 질문이 나와서 다음 드라마 ‘마이프린세스’가 나오면 김태희 씨랑 열애설 나는 거 아니냐고 눙쳤어요.

- 전형적인 B형이라면서 에어컨 광고에서 펭귄 댄스는 어떻게 추셨어요? 전 손발이 오그라 들던데요?

△하하. 사실 (한)예슬이만 추고 나는 좀 봐달라고 했는데 콘티가 그렇게 나와서 현실과 타협을 했어요. 20대의 저 같으면 안했을 수도 있어요. 예전에는 하기 싫은 건 안했는데 요즘은 하고 싶은 것만 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해요.

- 앞으로 계획은?

△곧 마흔이 되고 쉰이 되겠죠. 나이가 들어도 나이에 맞는 액션, 멜로 연기하는 할리우드가 부러워요. 저도 나이에 맞게 중후한 멋을 내는 연기자가 되고 싶어요. 언제까지 주인공만 할 수는 없잖아요. 언젠가 주인공의 삼촌을 연기할 수도 있고, 주인공의 아버지가 될 수도 있는데, 그때 “멋지게 나이가 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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