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스타독백] 장진 감독 “사람들의 힘으로 만든 영화”

흔히 ‘장진 사단’ ‘장진 코미디’라는 말을 한다. 16일 개봉하는 ‘퀴즈왕’은 이른바 ‘장진 사단’이라고 하는 임원희·류승룡·류덕환·이한위 등이 출연하고, ‘퀴즈쇼’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여러 사람들이 벌이는 언어유희는 ‘장진 코미디’다. 장진 감독의 이름은 한국 영화에서 하나의 브랜드다. 이전에도 그랬듯, 모티프도 기발하다. 이번 영화는 “만약 누구도 풀지 못한 퀴즈쇼의 마지막 정답만 알게 됐다면”이라는 물음에서 시작돼, 마지막 정답만 알고 도전한 15인의 도전기를 그렸다. 사람과의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그는 사람의 힘으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아래부터는 장진 감독의 말.

4중 추돌 사고로 얽힌 사람들이 교통과에서 만나는 설정은 10년 전 직접 체험했던 거에요. 임원희 같이 술 안 깨서 무릎 꿇고 해병대 얘기하면서 ‘형님’ 부르는 그런 놈이 정말 있더군요. 꼭 작품화하겠다는 건 아니었는데, 내 머리 속에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는 게, 유효기간이 꽤 길었던 것 같아요. 만들어 놓고도 재밌게 본 장면이죠.

이 영화는 주인공인 한재석을 두고 쓴 작품이에요. 재석이랑 원래 친한데, 너무 좋고 재미있고 순수한 아이에요. (신)현준이 형이 굉장히 재미있는 사람인데 ‘비천무’나 ‘은행나무 침대’에서는 심각하게만 나왔잖아요. ‘킬러들의 수다’에서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본인도 신나서 연기했죠. 그런 걸 끌어내 줄 때 연출로서 보람 있어요.

영화 속에 어려운 퀴즈는 직접 냈는데, 퀴즈 내는 게 맞추는 것보다 재밌어요. 이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광화문 문제의 핵심이 횡단보도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 광화문에 진짜 횡단보도가 생기는 바람에 아주 식겁했죠. 밤에 와서 지울까 할 정도로…. 스릴 있었어요. 영화가 개봉하면 문제에 대한 항의가 있을 수도 있는데, ‘정말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한 번 더 보고 생각해보라’고 할 참이에요. 크하하.

당초 류승룡이 로또 당첨되고, 심은경과 류덕환 ‘짝짜꿍’되고, 한재석은 진짜 야학가서 가르치는 에필로그가 있었어요. 마지막까지 고민했는데, 심의를 처음부터 다시 받아야 해서 포기했어요. 등급심사를 할 때, 아주 작은 양의 변형은 한 명이 대표로 본다든 가하는 유연성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현실에서는 그렇지 못하니까요.

어떤 사람들은 “영화로 인맥 자랑하냐”고 하는데, 인맥자랑 할 것 같으면 이 사람들 데리고 안하죠(웃음). 나랑 친한 걸그룹 애들, 하이틴 스타들 데리고 자랑하죠. ‘퀴즈왕’은 99%, 나와 함께 한 스태프들과 배우들의 힘으로 만든 영화에요. 이 영화 엔딩에 나오는 대학생(이지용), 불문과 교수(이상훈), 사회자(이해영)은 저와 10년 이상 호흡을 맞춰온 사람들이에요. 영화는 그 분들의 힘으로 만들었을 뿐이죠. 억대의 출연료를 받는 배우들도 있지만 이 영화에서는 50만~100만원 정도 밖에 주지 못했어요. 대신 영화에 참여한 사람들의 지분을 계약서에 명시해 수익이 나면 200%까지 돌려줄 계획이죠. 영화가 잘 돼서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일이 있었으면 해요. 뜬금없는 보람을 드릴 수 있고, 나도 빚을 좀 갚을 수 있으면 좋고요. 모든 에너지의 근원은 적당한 채무인 것 같아요. 하하하.

상단으로 이동 스포츠경향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