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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양준혁, “이놈의 팔자, 끝까지 즐길 수가 없네”

결국 끝은 다가왔다.

양준혁(41·삼성)이 19일 정말 그라운드를 떠난다. 대구 SK전에서 은퇴 경기를 치른 뒤 30년 동안 정들었던 방망이를 손에서 놓는다.

말 그대로 시원섭섭할 그의 이야기. 은퇴 경기를 이틀 앞둔 19일 광주구장에서 만나 들어봤다.

“은퇴 경기마저 편하게 즐기지 못한다”며 사나운 팔자를 원망하며 사람 좋게 웃었다.

#정말 시원섭섭하다

양준혁은 “정말 시원하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하다”고 했다.

은퇴를 결정해 발표한 게 7월 26일. 결정할 때까지만 해도 괴롭고 힘들었던 심정은 설명할 길 없지만 “놓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다”고 했다.

삼성은 양준혁의 은퇴 경기를 위해 많은 준비를 했다. 이미 대구구장에는 선수 양준혁의 마지막을 보기 위한 팬으로 예매분이 모두 팔려나갔다.

모두가 아쉬워하면서도 기대하고 있는 양준혁의 마지막 경기. 하지만 양준혁은 ‘은퇴경기’에 초점을 맞추지 않으려 했다.

양준혁은 “마음의 준비를 많이 하고 있어 평소와 똑같을 거다. 하나하나 특별하게 의미 담으면 공 한 개, 방망이 한 개에도 의미를 담아야 한다”며 “어차피 나는 팀에 소속돼 있으니 묻어 가겠다. 은퇴하는 마음이야 내가 정리해야 할 몫이니 팀에 자꾸 부담 주기 싫다”고 했다.

마지막이니 더 잘 하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을까.

양준혁은 “두 달 동안 실전에 나가지 못했다. 대타로 두 번 나갔지만 솔직히 공이 좀 안 보였다”며 “무엇보다 은퇴를 선언한 뒤 마음을 놓고 있었다. 경기에 임하려고 하니 조금 힘은 든다”고 웃었다.

#끝까지 즐기지 못하는구나

하필 SK전이다. 삼성이 은퇴 경기를 계획할 때만 해도 이럴 줄 몰랐다. 이번 시즌 양 팀의 최종 맞대결은 정규시즌 1·2위를 가를 중요한 승부처가 됐다.

질문에서 ‘SK전’이라는 단어가 나오자마자 양준혁은 “어떻게 끝까지 즐기지를 못한다”고 했다.

은퇴 경기니, 한 번이라도 조금은 편하게 야구를 즐기고 싶었던 마음 간절했지만, 이것이 팔자인 모양이다.

“한 달 전에 계획을 잡았고, 우리 팀이 1위를 포기한 상태였는데 이렇게 됐다”며 “편안하게 해야 되는데, 내 팔자는 어떻게 끝날 때까지 한 경기라도 즐기면서 못하는지 모르겠다. 결국은 즐기면서 야구 못하고, 매일 피 터지게 하다가 그만 둬야 될 것 같다”며 웃었다.

그래서 양준혁은 부담스럽다. 백전노장에게 ‘부담’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나 싶었지만, 양준혁은 “부담이 좀 된다”고 했다.

“중요한 경기인데, 실전 감각 없는 상황에서 에러라도 해서 괜히 민폐끼치면 안 될텐데…땅볼 치고 이런 건 하겠지만 괜히 나 때문에 승패에 지장될까 걱정된다”면서도 “김광현이 삼진 잡겠다고 했던데, 그렇게 말해줘 오히려 고맙다. 나도 살살 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1300득점은 아쉬움으로

국내 타자 기록은 다 갖고 있는 양준혁. 그래도 아쉬움 두 가지가 남는다.

양준혁은 “2500안타를 꼭 해보고 싶었는데 못 해서 아쉽다”고 했다. 93년 데뷔해 2318안타를 기록하고 멈췄다.

또 한 가지는 프로 최초 1300득점이다. 1299득점에서 멈춰있다. 한 개만 보태면 되는데 5월28일 두산전을 마지막으로 홈에 들어오지 못했다.

물론 은퇴 경기에서 추가할 수 있지만 경기가 경기인 만큼 욕심은 버렸다.

“안타는 1루까지 나가면 되지만, 득점은 홈을 밟아야 한다. 은퇴 발표하기 전 두 달 동안 1개를 추가하지 못했다”며 “아마 하기 힘들 것 같다. 숙제로 남겨두고 은퇴할 것 같다”고 했다.

#종범아 미안하다

양준혁은 “같이 못 해줘서 종범이한테 좀 미안하다”고 했다.

한때 그라운드를 주름잡았던 대형 선수들의 은퇴가 올해 유난히 많다. 그 선두가 2010년 프로야구 최고령 선수인 양준혁이다.

양준혁의 은퇴와 함께 이종범도 덩달아 주목받았다. 이미 두 차례나 은퇴 기로를 이겨내고 지난 해 팀을 우승까지 올려놓은 KIA 최고참이다.

“종범이는 구단에서 굉장히 필요로 하는 선수니까 나와는 상황이 좀 다르다.하지만 종범이도 알 거다. 나이에 대한 심적 부담이 은근히 컸다. 나도 2~3년은 더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종범이가 더 오래 해서 나이에 대한 선입견을 좀 깨주면 좋겠다. 그런 선수가 더 오래 해야 다른 선수들도 선수생활이 연장된다”고 했다.

이어 “그런 책임을 내가 종범이한테 떠넘기고 간다. 종범이가 아마 힘들 것”이라며 “나도 (송)진우 형 있을 때는 그만큼 심적 부담이 덜 했다. 하지만 형이 은퇴하니 부담이 커졌다. 위에 선배 한 명이 있으면 좀 낫다”며 먼저 털고 떠나는 데 대해 이종범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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