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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독백]류승룡 “사실은 고스톱도 못 쳐요”

연기로 천의 얼굴을 표현할 수 있어야 배우라고 한다면, 류승룡은 진짜 배우다. 드라마 ‘개인의 취향’에서 신념과 반대되는 동성애자를 연기했고, 고스톱도 못치는 그가 추석코미디 영화 ‘퀴즈왕’(감독 장진)에서 각종 노름에 심취한 가장을 맡았다.

비중으로 봤을 때 ‘퀴즈왕’이 올해 첫 주연이 아닌가 생각되네요. 장진 감독이 제도권에서 벗어나 간섭받지 않고 기획영화를 만들어보자고 해서 참여했어요. 덕분에 연기도 놀듯이 했어요.

제가 맡은 상도는 각종 노름에 심취한 가장으로 아내(장영남)와 딸과 단칸방에 살아요. 133억 원이 걸린 퀴즈쇼의 마지막 정답만 알게 된 후 상식공부에 몰두해 꽤 좋은 성적을 거두죠. 상도라는 이름은 제 전 매니저의 이름인데, 바리스타가 되기 위해 매니저를 그만뒀어요. 선물삼아 이름을 그렇게 지었어요. 보고 기뻐하라고 여자친구와 같이 VIP시사회에 초대했어요. 그런데 연락이 없네(웃음).

극중 사투리 연기는 친척들 덕분에 자연스럽죠. 친척들이 서천과 장항에 있어서 전라도와 충청도 경계의 사투리에 익숙해요. “왜 그런디야” “시방 이런 겨” “그랬간디” 같은 거요. 하하.

사실 실제론 고스톱도 치지 않아요. 대사에 포커 게임 용어가 나오는데 그냥 통으로 외웠죠. 영화 ‘시크릿’에서는 골프치는 한 장면을 위해 두 달간 배웠는데, 이제껏 금기시 해왔던 것(카드나 화투)을 연기를 위해서라도 배우기가 좀 그랬어요. 재미가 붙을 것 같고, 시간도 아까울 것 같아서 통으로 외웠어요.

영화 속에서처럼 그렇게 열심히 공부했던 적은 연극영화과라는 목표가 생겼을 때. 고1때 교화프로그램 비슷하게 말썽꾸러기들을 모아 연극반을 꾸렸어요. 연기를 하면서 제가 좀 달라졌고, 마음의 안정을 찾는 것이 느껴졌어요. 질풍노도의 시기에 나쁜 쪽으로 에너지를 소진하지 않고 이렇게 살면, 내 인생도 순화가 되겠구나라고 생각했죠. 지금까지 그렇게 살고 있고. 그 때 고등학생 작품인데도 500석이나 되는 시민회관에서 돈을 받고 공연했어요. 1일 2회 공연이었는데 사람이 너무 몰려 한 회를 더 공연했어요. 그 때 보람, 그리고 관객들의 즉각적 반응에 대한 짜릿함을 느꼈어요. 미치죠. 끊을 수가 없어요.

만약에 나에게 133억이 생기면? 그것도 소속사와 분배해야 하나?(류승룡은 장진 감독이 대표로 있는 영화제작사 겸 매니지먼트사 ‘필름있수다’ 소속이다) 하하하. 일단 제세공과금 내고, 헌금하고, 선교 성금 내고, 나머지는 3-3-4 비율로 분배해서 투자해야죠.

이제 연기한 지 25년이 됐는데 전 “종주한다”고 생각해요. 어떤 배우는 연기보다 배우의 입지로서 정상을 달려간다고 하는데, 내려갈 때도 있고 올라갈 때도 있잖아요. 끝까지 완주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얼마나 온 것 같냐고요? 여전히 가고 있는 여정이죠. 지금까지가 평탄한 길이어서 앞으로 험난한 길을 만날 수 있고, 정상에 오른 줄 알았는데 더 가니 또 넘어야 될 산이 나올 수도 있고…. 연기는 계속되는 여정이지. 어때요. 우문현답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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