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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온병 개콘은 실의에 빠진 국민 위한 이벤트”

정치권·넷세상에 안상수 패러디 잇따라

“그래~, 정치를 못하면 차라리 웃기기라도 해라. 참~ 고맙다.”(포털에 올라온 누리꾼의 댓글)

북한의 연평도 도발로 불편했던 국민들의 심기를 말 그대로 ‘빵’ 터뜨려버린 일명 ‘보온병 개콘’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1일 소설가 이외수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보온병, 포신에 장전하고 쏘면 물폭탄 되는 건가요?”라고 꼬집은 뒤 “나는 제대하고 나서도 10년 동안 재입대하는 꿈을 꾸어야 했다. 그러니까 대한민국 남자들의 복무연한은 10년인 셈이다. 내 생애 가장 어둡고 불길하고 공포스러운 악몽”이라며 “하지만 군대에서 얻은 인내를 바탕으로 비굴하지 않은 인생을 살아갈 수 있었다”며 군 미필자인 안 대표를 힐난했다. 

이날 자유선진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보온병 개콘’이 도마위에 올랐다. 김창수 사무총장은 “개그콘서트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블랙코미디를 연출한 집권여당의 대표와 군 출신 의원의 희극에 대해서 국민들은 분노를 넘어 허탈감마저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육군참모총장 출신인 이진삼 의원은 “탄피는 현장에 떨어지고, 이 탄피를 고철업자들이 가져가는 것이지 그것이 왜 여기에 날아오는가”라며 “보온병을 들고서 포탄이라고 떠들어대는 그 사람들한테 안보를 맡겨서 되겠는냐”라고 비아냥댔다.

105mm 포병부대 출신인 변웅전 의원 역시 “아무리 군 미필자모임인 현 정부와 여당이라고 해도 보온병을 들고 이것이 포탄이라고 하면 보온밥통은 핵무기에 속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안상수 시리즈’ 패러디

넷세상에는 이른바 ‘안상수 시리즈’가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다. 대형 할인 매장의 ‘보온병’ 코너가 ‘무기고’로 불리는가 하면, 많은 누리꾼들이 “학교에 불발탄이 쌓여 있다”며 학교 운동장에 놓은 보온병 사진을 찍어 올리고 있다.

안 대표를 직접 겨냥한 패러디도 잇따르고 있다. 행방불명 등의 사유로 병역을 면제 받은 안 대표의 이전 별명은 ‘행불상수’였으나 이번 보온병 사건으로 ‘보온 안상수 선생’이라는 별명이 빠르게 번지고 있다. 또 ‘안상수 대표가 사실 군대를 다녀왔다. 병과는 보온병(兵)이다’라는 유머도 떠돌고 있다.

‘상수스럽다’는 신조어도 등장했는데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아는 체 하는 태도’라는 설명이 붙었으며, “윤봉길 의사는 도시락 폭탄을 던져 나라를 구하려 했고, 안상수 대표는 보온병 포탄을 제조해 실의에 빠진 국민에게 큰 웃음을 주었다”는 패러디도 나왔다.

황진하 의원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많은 누리꾼들이 “군 미필자인 안상수 대표야 그렇다쳐도 육군 중장 출신 황 의원은 도대체 뭐냐”며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황 의원은 포병장교 출신. 포병장교 출신이 보온병과 포 탄피를 구별하지 못하는 것은 정말 대한민국 안보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30일 방송된 YTN ‘돌발영상’에서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는 육군 중장 출신 황진하 의원 등과 연평도 포격 현장을 둘러보던 중 검게 그을린 철통 두개를 집어 들고 “이게 포탄입니다. 포탄”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황 의원도 “작은 통은 76.1mm같고 큰 통은 122mm 방사포탄으로 보인다”고 거들었다. 하지만 확인 결과 안 대표가 집어든 철통은 포탄이 아닌 일반 보온병으로 밝혀졌다. 

<조진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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