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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박용택 지명타자 전환 “공포감 심어주겠다”

지·명·타·자.

LG 주장 박용택(32)이 올겨울을 보내며 가슴에 깊이 새겨넣은 말이다.

외야와 지명타자를 오간 지난해까지만 해도 그 말에 별다른 느낌이 없었지만 올해는 그에 따른 무게감이 또 다르다.

박용택은 최근 박종훈 LG 감독을 찾아가 포지션에 대한 면담을 했다. 이 자리에서 고질적으로 좋지 않은 오른쪽 어깨 상태를 만족스런 수준으로 돌리기 어려운 만큼 지명타자로 시즌을 준비하겠다는 의중을 전했다.

야수라면 누구라도 꺼내기 힘든 말이었다. 어깨 재활에 투자한 시간들, 그 쓴맛을 삼켜가며 보낸 보강훈련 과정을 더듬으면 외야 한자리를 그냥 놓기 어려웠다. 그러나 박용택은 어깨에 들인 힘을 줄이는 대신 방망이를 조금 더 힘껏 잡기로 했다.

박용택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좌익수로 15차례 출전했다. 그러나 올해는 외야에 서는 모습을 보기 어려울 전망. 변신의 길로 접어든 박용택은 지난주 스포츠칸과 만남에서 자신의 지명타자론과 더불어 지명타자로 성공의 길을 걷기 위해 방향점을 밝혔다.

#“중장거리 타자를 지향한다”

박용택은 2002년 입단 당시만 해도 빠른 발에 어깨까지 좋아 특급 외야수로 커갈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서서히 부상의 골이 깊어진 오른쪽 어깨에 대한 부담이 갈수록 커졌고 최근 2~3년 동안에는 좌익수 자리에서도 뜻대로 공을 던지기 어려웠다.

박용택은 “감독님을 뵙고 공 던지는 게 쉽지 않다고 말씀 드렸다. 이제 지명타자에 전념할 차례”라고 했다.

박용택이 밝히는 지명타자의 경쟁력은 ‘공포감’이다. “타율 좋은 애버러지 타자도 좋지만 그런 타자는 타격감이 떨어지면 지명타자로 경쟁력이 떨어진다. 그러나 뭔가 한방 있는 타자, 하나쯤 걸리면 넘어갈 수 있는 그림이 나오는 타자라면 얘기가 다를 수 있다”고 했다.

박용택은 “고타율에 기동력도 좋지만 장타를 칠 수 있으면서 타점을 올릴 수 있는 그런 타자가 되도록 애쓰겠다”고 이상적인 지명타자의 모습을 재정리하며 이에 대한 성공이 꾸준한 경기 출전도 보장할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파워를 찾아 미친듯이 먹었다”

비거리를 늘리기 위한 노력. 그 중 한가지가 몸무게 불리기다.

박용택은 “체중과 파워는 비례한다”며 “작심하고 미친듯이 먹고 있다”고 했다. 스프링캠프 출발을 앞둔 박용택의 현재 몸무게는 95㎏. 키 185의 박용택은 보통 88~90㎏ 정도를 유지하는데 일단 5㎏ 정도는 불리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러나 체질 탓인지 더이상 늘지는 않는다고 한다. 박용택은 “몸무게는 이 정도가 맥시멈인 것 같다. 시즌이 한창 진행될 즈음이면 지금 몸무게 유지가 쉽지 않겠지만 적어도 92~93㎏ 정도는 지킬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또 하나는 웨이트 트레이닝이다. 박용택은 “그간 어깨에 대한 미련 때문에 어깨 보상에 엄청난 시간을 할애했다. 이제는 그런 시간마저 다른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돌리고있다. 물론 비거리 늘리기에 도움이 되는 훈련”이라고 설명했다.

#“히팅 포인트 한개 앞으로”

타법에 큰 변화를 가져올 필요는 없다. 박용택은 2009년 타율 3할7푼2로 수위타자에 오르기도 했다. 당시 익힌 타법만 제대로 구사해도 어떻게든 3할 타율은 지켜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용택은 히팅 포인트의 작은 변화를 얘기했다. 공 한 개에서 반 개 정도를 앞에 두고 때릴 수 있도록 바꿔가겠다고 했다. 타구에 그만큼 힘이 실리기 마련인데 대표적인 홈런타자 이승엽(오릭스)도 상대적으로 히팅포인트를 조금 앞에 두는 타자다.

박용택은 그간은 생각지 않던 노려치기도 경우에 따라 하기로 했다. “그동안 노려치기는 하지 않았다. 쉽게 말하면 그냥 공 보고 공 치기를 했는데 장거리 타자가 되려면 경우에 따라 노림수를 갖고 가야할 것 같다. 병행하겠다”고 했다.

가령 류현진(한화) 같은 특급 투수들을 상대할 때 얘기다. 류현진을 앞에 두고 연타석 안타치기란 대한민국 어떤 타자도 쉽지 않다. 박용택은 그 중 한 타석이라도 큰 것 하나를 연결할 수 있는 길을 찾아가겠다고 했다.

박용택은 단번에 홈런 30~40방을 치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다. 일단은 20개 전후는 때릴 수 있는 그림을 그렸다. 타율 3할에 홈런 20개 정도라면 90타점 이상은 따라올 것이라는 계산. 박용택의 1차 목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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