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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오 배기자의 지상 트위터]오달수 “입 열면 시골스런 말투 안 감추니까 관객 폭소”

배우 오달수./권호욱 기자

오달수. 사람들은 그에 대해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온다”고 말한다. 오달수의 매력이다. 그가 빚어낸 캐릭터의 힘이다. 영화 <조선명탐정:각기투구꽃의 비밀>을 보면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이 영화에 이어 연극 <해님지고 달님안고>도 공연한다. ‘꼬라지 연기론’으로 열어온 ‘달수의 전성시대’.

# “연기는 나의 운명”

<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 ‘조선판 셜록 홈즈’의 활약상을 그렸다. 탐정극에 코미디를 가미했다. 오달수는 이른바 허당천재 명탐정(김명민)을 돕는 눈치백단 개장수로 출연, 자신의 장기를 십분 녹여놓았다.

-<음란서생>과 <방자전>이 마음에 걸리지 않았나.

“사극에다 캐릭터도 닮았죠. 닮았지만 달라요. 특히 캐릭터는 주인공과의 관계, 각각의 상황에 따라 변해요. 이에 따른 변신을 꾀하는 게 개인적으로 도전과제였어요.”

-저번에도, 이번에도 웃겨요.

“제 임무니까요. 감독님께 내게서 얼마든지 빼먹으라고 했어요. 빼먹는 데에는 한계가 없다고 봐요. 상대 배우, 상황이 각각 달라 다 못 빼먹을 것 같아요.”

-관객 반응은 어떤가.

“좋아요. 특히 김명민씨 팬들은 열광 그 자체에요. 촬영할 때에도 느꼈지만 정말 대단한 배우에요. ‘쌈마이 연기’도 어울리잖아요. 단역시절 많은 역할을 한 게 도움이 된다더군요.”

-달수씨는 말맛이 돋보여요.

“저만큼 말 못 하는 배우도 없을 거에요. 말 더듬는 건 고쳤지만 표준어 안 되지, 발음 안 좋지…. 이걸 감추려고 하면 들키게 마련인데 오히려 드러내니까 관객도 속 편하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장점이 될 순 없겠지만 최대한 그걸 살려보려고 노력했어요.”

오달수의 이른바 ‘꼬라지 연기론’이다. 꼬라지, 즉 생긴 대로 연기하면서 발성·말투 등보다 대사에 감정을 실어내는 게,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는 게 더욱 중요하다는 지론이다.

<해님지고 달님안고>. 한 아이의 성장기를 그렸다. 집착이 강한 아버지와 아비의 반대를 무릅쓰고 세상으로 나가는 도깨비재를 넘는 아들의 이야기를 엮었다. 오달수는 아버지로 등장한다.

“2월 10일부터 공연해요. 3주밖에 안 남았는데 아직 대사도 못 외웠어요. 지금 솔직히 좌불안석이에요.”

-연극도 꾸준히 하는 게 남달라요.

“영화는 편집기술 덕분에 연기가 커버돼요. 연극은 아니에요. 발가벗겨저요. 그게 묘미고요. 어떻게 보여질지, 신뢰를 무너뜨리는 건 아닌지, 불안해요. 연극은 집, 영화·방송은 직장이란 느낌이 없지 않아요. 연기를 하는 거는 다 같지만….”

동의대 공업디자인과 출신인 오달수는 부산에서 대입 재수 때 연극과 인연을 맺었다. 인쇄소에서 아르바이트, 포스터·프로그램 등을 배달하러 연희단거리패 연습실을 자주 들락거린 게 계기가 됐다. 데뷔작은 이윤택 연출 <오구>(1990). 공연 내내 대사 한 마디 없는 문상객으로 출연했다. 이후 단계를 밟아 맏상주 역까지 맡았다. 1997년부터 서울서 활동했다. 2000년 의형제 사이인 작가·연출가 이해제와 함께 극단 ‘신기루만화경’을 창단, 오늘에 이르고 있다. 오달수는 “편수는 안 세어봐서”라며 “스무 편은 넘는다”고 했다.

“배우는 꿈도 안 꿨어요. 연극 보러 다니는 친구들도 이해가 안 됐고. 그런데 ‘우연히’ ‘그냥’ 하게 됐어요. 배달 갔을 때 식사시간이면 단원들과 함께 밥 먹고, 설겆이 도와주고, 내친 김에 화장실 청소도 해주고. 그런 게 인연이 되려니까 ‘운명적인 만남’이 된 거에요.”

 # “10년 파면 길이 열려요”

‘명품조연’ ‘조연스타’ ‘충무로 공인 감초배우’…. 오달수는 이를 뛰어넘어 주연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구타유발자들> <그림자살인> <해결사> 등에 이어 <조선명탐정…>에서 주연을 맡았다.

출연작 가운데 흥행작이 많다. <괴물>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 <친절한 금자씨> <올드보이> <마파도> <방자전> <음란서생> <박쥐> 등 한국영화 역대 흥행 톱100에 8편이 올라 있다.

유명 국제영화제 초청작도 즐비하다. 국내 배우 가운데 가장 많다. <박쥐> <남매의 집> <괴물> <놈놈놈> <올드보이>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달콤한 인생> <주먹이 운다> 등으로 칸,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로 베를린, <친절한 금자씨>로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등을 장식했다.

-영화는 어떻게 시작했나요.

“데뷔작이 <해적, 디스코왕 되다>(2002)에요. 캐스팅디렉터인 후배의 권유로 오디션을 봤죠. 디스코장의 ‘뻘쭉남’으로 출연했어요.”

-당시 출연료는….

“많이 받았어요. 파격적으로. 3일간 찍었는데 제시된 금액의 약 10배를 받았으니까. 10년 넘게 한 연극배우의 자긍심을 살렸죠. 제가 많이 받아야 후배들도 대우를 받을 수 있잖아요.”

출세작은 <올드보이>(2003). 데뷔작이 다리가 됐다. <해적…>을 본 조감독의 연락을 받고 박찬욱 감독의 <믿거나 말거나 찬드라의 경우>를 찍고 곧바로 <올드보이>에 출연했다. <올드보이>의 경우 박찬욱 감독으로부터 “달수씨 놓고 배역을 쓰고 있으니까 기다리라”는 언질을 받았다. <올드보이> 이후 존재 만으로 웃음을 낳는, 관객을 즐겁게 해주는 배우로 각광받았다. 악역으로 전율이 일게도 했다.

-기억나는 에피소드는.

“… <구타유발자들>은 잠시 망설인 작품이에요. 시나리오는 수술 통증을 잊을 정도로 단숨에 읽혔는데 쥐를 만지고 먹기까지 해야 하는 게 걸렸어요. 하등 이유가 될 수 없는데 그때는….”

<달콤한 인생>의 ‘명구’도 애착이 간다. 두 신(scene)에 나오는 인물이다. 극중 딱 중간에 등장, 힘을 빼고 보게 해준다.

“처음에는 대사가 많은 배역이었는데 제가 ‘명구’를 원했어요. 나중에 감독님이 그러더군요. 니 판단이 맞았다고.”

-배역에 다가가나요, 끌어오나요.

“끌어와요. 캐릭터를 제 안으로 들여와 오달수식으로 풀어내요. 평소의 저와 극중의 저는 전혀 달라요.”

-하고 싶은 배역은.

“못 해본 인물이요. 감성을 실어내 관객의 마음을 울리는 인물을 하고 싶어요.”

오달수 주연 멜로영화라…. 누군가가 만들 듯한 그 영화에서 보여줄 오달수의 감성연기가 기대됐다.

오달수는 자신의 연기인생에 대해 “운이 좋았다”고 했다. 과연 그럴까. 운도 준비된 사람에게 주어진다고, 운은 한두 번이고 그 운도 실력에 좌우된다고 하지 않나. 충무로에서 대체 불가능한 영역을 구축한 오달수는 “그냥, 전후좌우 살피지 않고 10년을 파면 길이 열리고 치열함과 사명감도 생긴다”면서 “단원들에게도 그렇게 주문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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