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배구연맹, 문성민 트리플 크라운도 시상불가 논란

한국배구연맹(KOVO)이 문성민(25·현대캐피탈)이 작성한 트리플 크라운에 대한 시상을 하지 않기로 해 이중처벌이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배구연맹은 문성민이 KEPCO45에 드래프트 1순위로 지명을 받고 해외로 진출한 뒤 지난해 KEPCO45 입단과 동시에 현대캐피탈로 트레이드되자 경고와 1억1000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가 당사자가 반발하자 징계를 번복하는 우여곡절 끝에 1라운드(6경기) 출전정지와 벌금 1000만원을 부과한 바 있다.

그러나 유럽리그에서 뛰었던 문성민이 용병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출중한 경기력을 보이면서 문제가 생겼다. 5라운드 가운데 1라운드를 결장한 문성민이 공격 각 부문 상위에 랭크되면서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자 KOVO는 ‘누적출전정지 3경기 이상의 징계를 받은 선수는 당해 시즌 표창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발표했다. 표창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포석이었다.

특히 KOVO는 용병조차도 쉽지 않은 ‘트리플 크라운’ 에 대한 표창까지 불가를 통보해 리그활성화를 외면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트리플 크라운이란 한 경기에서 블로킹, 백어택, 서브에이스를 각각 3개 이상 동시에 달성하는 것으로 다음 홈경기때 상금으로 100만원을 지급한다. KOVO가 리그 활성화와 경기력 향상을 위해 도입한 제도다.

올 시즌 8번에 불과한 트리플 크라운은 용병조차 달성하기 쉽지 않기에 배구에서는 대기록으로 통한다. 프로출범 6시즌 동안 33번의 트리플 크라운 가운데 한국선수는 10번. 이마저도 프로출범 초창기에 나왔다. 2005~2006 시즌에 이경수(2회·LIG손해보험)·신영수(대한항공)·장병철(삼성화재)·양성만(KEPCO45)이 각각 기록했고, 2006~2007시즌 강동진(대한항공)·이경수(LIG손해보험) 이후로 용병들이 주공격수인 라이트 포지션을 잡으면서 자취를 감추다가 2009~2010 시즌에 김학민(대한항공)이 약체인 KEPCO45를 상대로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을 뿐이다.

거포부재에 시달려 온 한국배구에 올 시즌 문성민의 국내 복귀는 한국배구의 단비와 같은 존재였다. 징계를 받아 1라운드를 결장한 문성민은 ‘군계일학’의 화력을 보이고 있다. 초창기 거포 이경수가 두 시즌에 걸쳐 3개의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지만 문성민은 한 시즌에 벌써 두개째다.

지난달 13일 삼성화재와의 시즌 4차전에서 문성민은 용병 소토(16점)을 제치고 팀내 최다인 31득점을 강타, 팀의 3-2 승리를 이끌었다. 백어택 10점, 블로킹 3점, 서브 3득점을 올려 토종선수로는 시즌 첫(통산 30호)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지난 1일 삼성화재와의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도 문성민은 21득점 가운데 백어택 6점, 블로킹 5점, 서브 3점을 묶어 시즌 7호(통산 32호) 트리플 크라운을 작성했다.

그럼에도 문성민에게 ‘표창불가’ 잣대를 들이 댄 것은 자신들이 만든 규정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규정에 따르면 ‘공식경기에 한해 선수가 경기장에서 난폭행위나 위협행위를 했을때’ 표창제한 징계를 주도록 하고 있다. 결국 코트내에서 관중, 연맹 심판, 경기운영 요원에 대한 폭언이나 불손행위를 했을 경우에 한해서 출장정지가 내려지고 표창을 제한할 수 있다. 하지만 문성민의 경우는 드래프트와 관련된 징계로 현행 규정의 표창제한 규정과는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다.

현대캐피탈은 “배구연맹은 일사부재리의 원칙도 모른다. 표창제한은 선수를 두번 죽이는 행위”라며 “용병도 제대로 못하는 트리플 크라운을 두번이나 달성했는데 상을 주지 않아서 우리가 선수의 사기를 고려해 자체적으로 격려금을 주려고 했지만 그 나마도 제지를 당했다”고 말했다.

현역 선수를 비롯한 배구인들도 “연맹이 문성민에 대한 징계에 대해 첫 단추를 잘못 채우다보니 악수를 두는 것은 물론 자가당착에 빠져 있다”며 “문성민이 배구판에 활기를 불어 넣고 흥행에 기여했는데 아무리 선수가 밉다고 해서 코트에서 수립한 경기력마저 표창하지 않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상단으로 이동 스포츠경향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