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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메모]“초상났어?”…양승호 감독 정규시즌 첫 미팅소집

한화-롯데전이 열린 20일 대전구장. 오후 4시가 넘어 구장에 도착한 롯데 선수단에 예전 활발했던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적막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의기소침한 모습이 역력했다. 전날 한화전에서 8안타에 4사구 8개, 실책 2개를 얻고도 2점 밖에 뽑지 못하며 비긴 충격이 컸다. 양 감독은 이날 “조성환은 어제 3구 삼진을 당했는데 이런 경우가 3년 만에 처음이라고 하더라. 빨리 살아나야 할텐데…”라며 걱정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면서 양 감독은 훈련 전 선수단 미팅 내용을 소개했다.

올해 롯데에 부임하며 프로 사령탑 데뷔해를 맞은 그가 정규시즌 돌입한 뒤 미팅을 소집하기는 이날이 처음. 숙소에서 대전구장까지 오는 버스 안이 썰렁한 분위기를 연출하자 양 감독이 나선 것이다. 선수들을 질책하기보다 힘을 불어넣기 위한 차원이었다.

“무슨 초상집도 아니고 이렇게 조용할 수가 없었다”고 말한 그는 “그래서 내가 얘기했다. ‘어제 1-2로 지다 동점타 치고 비겼으니 오히려 잘 한거 아니냐’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14게임 했다. 선수들 기가 죽을 필요는 없다. 자신감 있게 싸우면 된다”고 덧붙였다.

사실 가장 다급한 사람은 양 감독이다. 작년과 전력은 그대로인데 연승이 한 번도 없고 순위도 7위로 떨어졌으니 걱정이 태산이다. 양 감독도 이날 “어차피 와야 할 초보 감독 진통이 빨리 오는 거라 생각하련다”며 쓰린 속을 달랬다. 그럼에도 속내를 최대한 감추고 선수들 기살리기에 나섰다.

그는 “오늘 이승화를 2군으로 내려보냈는데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고생했다’는 문자를 보냈다”면서 “그러니까 승화가 ‘아닙니다. 도움 못 되어서 죄송합니다’라고 답장을 보내더라. 푹 쉬고 다시 와서 잘했으면 좋겠다”는 바램도 전했다.

그러나 양 감독이 선수들에게 기를 불어넣은 날. 마침 한화 선발 류현진의 구위가 살아난게 롯데에겐 불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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