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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탈북복서’ 챔피언 최현미, 프로데뷔 전적조작 파문

최현미 “이번 기회 과오 깨끗이 털었으면…”

“당시 어른들이 결정…그동안 마음고생 커”

‘가짜선수’보다 심각…복싱계 “국제 망신”

새터민 출신 복서로 최근 세계복싱협회(WBA) 여자 페더급 챔피언 4차 방어전에 성공한 최현미 선수(21·사진)의 프로 데뷔 전적이 조작된 것으로 밝혀졌다.

19일 한국권투위원회(KBC)에 따르면 ‘탈북복서’ 최현미는 2008년 6월 26일 중국 윈난에서 열린 범아시아권투협회(PABA) 주니어 타이틀 매치에서 중국의 장 주안 주안 선수로부터 3라운드 TKO승을 거두고 프로에 공식 데뷔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최현미는 화끈한 프로 데뷔 첫 승을 발판삼아 4개월 뒤인 10월 11일 진안 문예체육관에서 공석이던 WBA 페더급 챔피언에 도전, 중국의 쑤 춘얀 선수에 판정승을 거두고 챔피언에 등극했다.

최현미는 평양에서 복싱을 배운 뒤 2004년 가족과 함께 평양을 탈출,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복서의 길을 걸었다. 최현미는 전국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아마추어 전적 16승1패의 화려한 전적에도 불구하고 올림픽에 여자 종목이 없기에 올 일찌감치 프로로 전향했다. 고교생 신분으로 프로데뷔 2경기만에 세계챔피언 벨트를 허리에 감으면서 화제가 됐다.

국내는 물론 해외언론의 찬사도 뒤따랐다. 2006년 3월 AP통신은 최현미를 ‘한국판 밀리언달러 베이비’로 소개하면서 스포트라이트를 집중시켰다. 하지만 대회경비를 조달하지 못해 방어전을 치를 수 없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국민체육진흥공단이 1억원을 후원하기도 했다. 방송인 김미화와 남편인 윤승호 교수(성균관대 스포츠 과학부)도 후원에 동참했다. 예능프로 ‘무한도전’을 통해 2차 방어전이 소개되면서 ‘코리안 드림’을 일궈갔다.

하지만 권투계에서는 “새터민들은 중국 여행 조차도 꺼리는데 어떻게 중국에서 데뷔전을 치를 수 있느냐”며 “세계챔피언 도전을 위해 없는 전적을 고의로 만든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해 왔다. 프로복싱 선수가 전적을 조작하는 것은 ‘가짜선수’ 보다도 심각한 윤리위반으로 통용된다.

이에대해 최현미의 매니저를 맡고 있는 아버지 최영춘씨는 <경향신문>이 사실 확인을 요청하자 처음에는 “아무것도 말해줄 수 없다. 심양섭 WBA 부회장에게 확인하라”고 했지만 “중국에 간 사실이 없다”고 말을 바꿨다.

PABA 회장과 WBA 부회장을 맡고 있는 심양섭씨는 “경기를 추진했다가 북한 공안들이 많다는 얘기를 듣고 경기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현미는 “당시에는 18살이었고, 어른들이 한 일이라서 모르겠다”면서 “그동안 치르지도 하지도 않은 전적이 포함돼 속앓이를 했다”고 털어놨다.

프로 권투선수의 전적 조작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프로복싱계는 ‘한국권투가 국제적인 망신을 당하게 됐다’는 분위기다.

유명우 전 WBA 챔피언은 “아마추어때 실력으로 볼때 경험을 좀 더 쌓으면 충분히 챔피언이 될 수 있는데 왜 전적을 조작했지 의문”이라며 “전적 조작에 관여한 당사자는 물론 사실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은 한국권투위원회에 대한 사법당국의 철저한 수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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