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정일우 “‘하이킥’ 꼬리표 이제서야 떼어낸 기분”

‘49일’로 이미지 변신 

<49일>의 여행이 끝났다. 24세 청년 정일우는 SBS 드라마 <49일>을 통해 ‘연기를 즐긴다’는 것을 새삼 배웠다고 고백했다. 2006년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데뷔한 19세 소년 정일우는 초고속으로 스타덤에 올랐다. 하지만 인기가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다. 연기라는 것이 뭔지도 모르던 그에게 쏟아진 과한 관심은 정일우를 ‘붕’ 뜨게 했고,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그렇게 2년의 시간을 흘려보냈다.

<하이킥> 소년 정일우는 2009년 MBC <돌아온 일지매>의 의적 일지매로 돌아왔다. <하이킥> 이후 첫 작품인데다 첫 정극이라 정일우에게는 일종의 시험대나 다름없었다. 또 <돌아온 일지매>를 마친 뒤 곧바로 KBS2 <아가씨를 부탁해>(2009)에 출연했다. 하지만 평가는 좋지 않았다. <하이킥>의 꼬리표는 너무나 끈질겼다. 180도 달라진 정일우의 모습을 사람들은 반기면서도 낯설어했다. 하지만 정일우는 좌절하지 않았다. 연극 <뷰티풀 선데이>(2010)에서 동성애 연기에 도전했고, <49일>을 통해 연기자 정일우로 자리잡았다.

“데뷔한지 올해로 5년이 됐어요. 지금까지 드라마 4편, 연극 1편에만 출연했죠. 적다고 할 수는 없지만 생각보다 많지 않죠? 피치 못할 사정도 있었지만 왠지 많은 작품을 하고 싶지 않았어요. 지금 돌이켜보면 잘못 생각한 거죠. 그래서 이제 다작을 해보려고요. 현장에서 배우는 것도 많잖아요. 또 앞으로는 <하이킥>이나 <49일>같은 밝은 캐릭터를 많이 할 거에요. 저한테는 그게 더 어울리는 것 같아요.”

최근 정일우는 자신의 트위터에 “오늘따라 이수가 너무 그립다”고 글을 썼다. 송이수는 <49일>에서 정일우가 연기한 스케줄러의 생전 이름이다. 정일우는 “이번 작품은 정말 몰입해서 한 것 같다”면서 “진짜 이수에 빠져 살았다. 이수를 더 이상 연기하지 못한다는 것이 진짜 허전하더라. 이수가 스케줄러로서의 사명을 마치고 떠났듯 나도 작품에서 떠나게 되니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어머니가 한번도 ‘잘 했다’고 말해주신 적이 없다. 그런데 <49일>이 끝나고 처음으로 ‘수고했다. 잘 했다’고 말해주셨다. 왠지 모르게 뿌듯했다”고 덧붙였다.

‘스케줄러’는 영혼들을 사후세계로 인도하는 인물이다. 누군가 생의 마지막을 함께하는 것이다. 정일우는 스케줄러를 연기하면서 ‘삶’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 그렇다면 정일우가 살면서 가장 애착을 가진 것은 무엇일까. 정일우는 “뻔한 대답 같아 보이겠지만 연기”라면서 “솔직히 지금까지 살면서 ‘이거 아니면 끝장을 봐야 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목숨 걸고 열심히 한 적이 없었다. <일지매>를 할 때부터 연기로 끝장을 봐야 겠다는 생각을 처음 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스케줄러는 연기하기에 참 매력적인 캐릭터였어요. 인간이 아닌 초월적인 존재로 마음만 먹으면 뭐든지 할 수 있고 어디든 갈 수 있죠. 또 오토바이도 타고 기타도 치고…모든 것을 다 갖췄어요. 연기하면서 부러웠던 게 한 두번이 아니에요. 저도 스케줄러처럼 한 여자만 바라보고 싶고, 통장 프러포즈도 해보고 싶어요. 특히 백화점에 아무도 없을 때 데리고 가서 쇼핑시켜주는 것을 해보고 싶어요.”

<49일> 속 정일우는 죽어서도 송이경(이요원)을 잊지 못하는 로맨틱남(男)이다. 하지만 실제 정일우는 많이 다르다. 정일우는 “실제로는 전혀 로맨틱하지 않다. 장미꽃을 선물하거나 이마에 뽀뽀하는 그런 건 부끄러워서 못한다”며 “그래도 스케줄러를 연기하면서 많이 배운 것 같다”면서 웃었다. 정일우는 의외의 모습을 많이 갖춘 청년이었다. 가장 좋아하는 영화 장르는 ‘멜로’라고 했다.

“<노트북>이나 <이프 온리>같은 잔잔한 멜로 영화를 좋아해요. <잉글리쉬 페이션트>나 <라비앙로즈>같은 실화도 재미있게 봤죠. 의외라고요? 어릴 때 삼촌들이 영화를 많이 좋아했어요. 그래서 <투캅스>같은 액션 영화들은 이미 어린 나이에 다 섭렵했죠. 그 때 너무 많이 봐서 질렸나봐요. 사실 판타지도 좋아하지 않아요. 말도 안 되잖아요. 그런데 스케줄러는 끌렸어요. 왠지 현실에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정일우에게 힘이 되주는 존재는 팬, 가족, 친구다. 특히 정일우는 이민호와 연예계 소문난 절친이다. 우연히도 <49일>의 후속작이 이민호가 출연하는 <시티헌터>다. 정일우는 “그러고보니 이민호를 못 본지 너무 오래됐다. 4개월 정도 못 만난 것 같다”면서 “<시티헌터>가 어떻게 나올지 나도 궁금하다. 첫 방송을 챙겨 보고 꼭 전화해줘야겠다”고 말했다.

“이제 진짜 어른이 된 것 같아요. 행동을 하나 하더라도 충동적으로 하지 말자고 다짐하죠. 또 사람을 대할 때 말 한 마디를 하더라도 진심을 다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또 시간 약속 지키고, 거짓말 안 하고, 남을 속이지 않는…그런 기본을 지키려고 노력하죠. 저요? 물론 쉽지 않지만 잘 지키려고 하죠. 앗! 매니저형 앞에서는 고개를 못 들겠네요”

상단으로 이동 스포츠경향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