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골키퍼없는 상무의 릴레이 수난사

승부조작 여파로 상주 상무의 수난이 말이 아니다. 4명의 골키퍼 중 골문을 지킬 선수가 한 명도 없게 되는 처지에 몰렸다.

이미 3명의 골키퍼가 승부조작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그나마 유일하게 남은 권순태(27) 마저 지난 2일 대구전에서 경고누적으로 퇴장당해 다음 경기에 출전할 수 없게 됐다. 이로 인해 웃지못할 해프닝이 이어지고 있다.

상주는 대구와의 K리그 16라운드 홈경기에 달랑 한 명 남은 골키퍼 권순태를 선택의 여지없이 투입했다. 하지만 권순태는 전반 경고 한 장을 받은 뒤 후반 24분 또다시 경고를 받아 그라운드에서 쫓겨났다.

당초 상주는 최근 검찰 조사를 받고 나온 후보 골키퍼 L을 경기전 후보명단에 올려놓았지만 경기 감독관은 허락하지 않았고 벤치에도 앉지 못하게 했다. 아직 검찰에서 무혐의가 내려진 게 아니라는 게 이유였다.

상주는 공격수로 뛰고 있던 곽철호(25)에게 급히 골키퍼 유니폼을 입혀 골문을 지키게 했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보기드문 장면이 연출됐다. 골키퍼 장갑을 낀 곽철호가 대구 끼리노의 PK를 막는 진풍경을 연출한 것이다. 하지만 상무는 김정우(29)의 선제골과 ‘대타’ 곽철호의 선방에도 불구하고 결국 1-2로 역전패했다.

꼬여가는 상주 상무의 난감한 형편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권순태의 퇴장으로 당장 오는 9일 FC서울전에 내세울 골키퍼가 없다.

그래서 짜낸 고육책이 눈물날 정도다. 현역 병사 중에서 프로무대 경험이 있는 골키퍼 출신을 물색하기 시작한 것이다. 국군체육부대가 나서 정보를 총동원했고, 결국 2008년까지 수원에서 뛰던 권기보(29)가 파주에서 현역 복무 중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2004년 프로에 진출해 5년간 수원에 몸담았던 권기보는 2007년 한 경기를 뛴 게 전부로 상무 입대를 지원했지만 탈락했다. 상무로서는 흙속에 진주를 찾은 격이었다.

하지만 문제가 해결된 게 아니다. 등록 절차가 남았다. 상무 관계자는 “프로연맹에 현재 선수등록이 가능한 지 문의를 한 상태다”며 “먼저 축구협회에 선수로 등록돼 있어야 하는데, 4일에야 등록 여부가 결정될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사상 초유의 사태여서 협회나 연맹도 규정을 살펴본 뒤 협의를 거쳐야하는 과정이 남은 것이다.

‘일반 병사’가 프로축구 무대에 깜짝 등장하든, 아니면 필드 플레이가 골문을 지키든, 승부조작 여파로 씁쓸한 뒷맛을 남기게 됐다.

상단으로 이동 스포츠경향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