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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별들에게 물어봐, 아니 이젠 내 인공위성을 불러봐”

공학도 출신 아티스트 송호준씨의 인공위성프로젝트

디지털 아티스트 송호준씨(34)는 내년이면 자신이 직접 만든 인공위성을 쏘아 올린다는 꿈에 부풀어 있다. 그는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 있는 작업실에서 3년째 인공위성 제작에 몰두하고 있다. 바로오픈소스 인공위성 OSSI(Open Source Satellite Initiative) 프로젝트다. 작업실을 들여다보면 처음에는 “하늘에서 별을 딴다”는 말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의구심을 갖게 된다. 그러나 찬찬히 그의 말에 귀 기울여보면 그 꿈이 결코 허황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도 곧 깨닫게 된다. 인공위성을 만들어 쏴올린다는 것이 보통 사람들에게는 허황된 말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그에게는 바로 현실이었다.

“예술이 비예술적이면 과학이고, 과학이 비과학적이면 그게 바로 예술이다.”

송씨가 평소 갖고 있는 믿음이다. 인공위성을 예술적 모티프로 고민하고 있는 예술가의 고민이 엿보이는 말이다.

인공위성프로젝트는 분명 봉이 김선달도 울고갈 야무진 꿈쯤으로 비칠만하다. 전업 예술가인 그가 기술의 총화인 인공위성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것도 의아했는데, 그것이 개인용이라는 말에 기자의 말문이 딱 막혔다. 인터뷰를 계속 진행해야 할 지 고민하는 순간, 진지한 어조로 논리적(?) 설명을 잇는 데 그만 ‘홀려버리고’ 말았다. 앞뒤가 톱니바퀴처럼 정연하게 이어졌고, 그가 진행하는 프로젝트의 귀착점인 위성발사도 시기를 박을 정도였다.

“원래 공학도 출신입니다. 국내 민간 인공위성 업체에서 차세대 인공위성에 들어갈 메인보드의 설계부터 테스트까지 진행한 경험이 있습니다. 일하다 보니 관심이 더욱 커졌고, 나도 내 인공위성을 띄워보고 싶다는 욕망이 생기더군요. 내친김에 로켓 임대비를 비롯한 ‘견적’을 내보았는데 일반적으로 국가적인 프로젝트로 진행되는 것에 비해 생각보다 싸서 놀랐어요.”

송씨에 따르면 약 1억원 정도면 개인 인공위성을 쏠 수 있다고 한다. 그는 “1억원이면 스포츠카 한대 값인데, 그 정도면 인생의 목표를 스포츠카 한대로 잡기보다 인공위성으로 세우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이 일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인공위성은 우주 전쟁이 시작되면서 국가간 대결 구도에서 핫 이슈가 된 ‘뜨거운 감자’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송씨는 미친 사람처럼 인공위성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송호준씨의 망원동 작업실은 개인용 인공위성의 제작 부산물과, 프로젝트 경비를 충당하기 위한 티셔츠로 가득차 있다. 작업실 한쪽 벽면에는 돼지저금통을 이용한 고사상도 차려져 있다. 그의 작업실엔 미래의 과학과 과거의 유산, 오늘의 현실이 공존한다. 김정근기자

“내가 인공위성을 쏘려는 궤도는 합법적인 곳으로, 더 높은 곳은 미국에서 못하게 막고 있는 실정입니다. 미국의 속내야 어떻든 우주 공간과 우주정거장에서 쓰레기가 부딪치면 안 된다는 것이죠. 현재 이런 논리를 아마추어무선협회가 반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인공위성과 교신하려면 전파를 사용하는 데, 이 주파수 사용 허가를 내주는 기관이 국제아마추어 무선연맹(IARU)이거든요.”

그의 작업은 시작 이후 순조롭게 진행됐다. 프랑스의 로켓 에이전트와 계약까지 한 지금, 인공위성 발사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하지만 유일한 문제는 인공위성을 우주궤도로 싣고갈 발사체(로켓)를 대여할 자금이다. 인공위성을 무사히 쏠 자금을 만들고, 많은 사람들을 이 프로젝트에 참여시키기 위해 그가 떠올린 해결책은 바로 티셔츠 판매이다. 스마트한 프로젝트에 구태의연한 아이템이다. 인공위성을 쏴올리겠다는 발상은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아이디어 뱅크지만, 돈버는 재주는 잼병임에 분명하다.

“티셔츠를 1만 벌 팔면 3억500만원 정도 버는 데, 그 중 수익은 이것저것 다 빼고 나면 1억원 정도 될 것 같아요. 티셔츠를 사는 사람은 아티스트들이 디자인한 멋진 티셔츠를 갖고, 인공위성 펀딩에도 도움이 되는 시스템을 만드는 거죠.”

그는 티셔츠를 구입하는 사람들에게 시리얼 넘버 카드를 주고, 인공위성이 떴을 때 로또처럼 이벤트도 진행할 계획이다. 얼마 전에는 인공위성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소책자도 만들었다. 눈물나는 분투를 벌이고 있는 셈이다.

실제 OSSI 프로젝트는 꽤 많이 진척됐다. 지난달 9~11일 열린 프랑스 파리 크리에이터 프로젝트가 끝나고 21일 프랑스에서 인공위성 발사 계약을 끝마쳤다. 인공위성을 띄워 외계인과 만나기 이전에, 해외의 ‘키다리 아저씨’들이 그를 지원하고 있다. 프랑스의 젊은 우주 연구기업 ‘노바나노 스페이스’의 도움으로 올 11월, 러시아 우주센터에 송씨가 만든 인공위성이 최종 인계된다. 그의 인공위성은 내년 5월 우주로 발사된다. 4년간의 노력이 결실을 볼 날이 불과 10개월 앞으로 다가온 셈이다.

눈치 빠른 독자라면 이미 알고 있겠지만, 그의 인공위성은 거창하지 않다. 오히려 초라해 “나도 한번!”하는 오기가 생길 정도다. 프로토(시제품)타입을 제작했고, 현재 실제 쏘아 올려질 인공 위성을 제작 중에 있다. 꿈을 담은 인공위성은 10×10×10㎝, 1㎏ 이하의 정육면체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부품도 인공위성용 특수재료가 아닌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들어졌다. 인공위성에 들어가는 부품은 국가 전략물품으로 판매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기성품 중 검증된 제품으로 인공위성을 제작 중에 있다.

“정육면체를 떠받치는 기둥과 면을 이루는 판은 모두 알루미늄 합금으로 만들어졌어요. 가격에 비해 튼튼하고 쉽게 구할 수 있고, 청계천 등에서 가공하기도 쉬워 누구나 만들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죠. OSSI 프로젝트의 정신에 꼭 맞는 재료인 셈이지요. 하지만 지구와 통신하기 위한 통신장치도 탑재되는데, 이 부분이 가장 걱정스러워요. 인공위성 통신에 사용할 주파수는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하거든요. 미항공우주국(NASA)이나 국가에 속한 단체도아닌, 예술가 개인이 주파수 대역 사용 허가를 받는 일이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정당성이 관건이다. 송씨가 많은 사람들이 이 프로젝트에 관심을 갖기 바라는 이유다. 송씨의 인공위성은 지표에서 600㎞에서 2000㎞ 상공에 떠서 지구로 빛을 쏘아 보낼 예정이다.인공위성에 탑재돼 모르스부호로 깜빡이는 LED는, 결국 누구라도 인공위성을 쏘아 올릴 수있다는 꿈을 꾸게 하고 있다.

불가해한 꿈의 현실화, 송씨가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려는 진짜 이유다. 무모한 그의 도전이 무기력한 우리들에게 희망으로 반짝일 수 있을까?
  

초소용은 많지만, 개인용은 국내 처음

송호준씨는 위성 전문기업 쎄트렉아이의 연구원 생활을 거친 후, 전업 아티스트를 선언하고개인용 인공위성 프로젝트에 ‘올인’해 있다. 그의 연구 상황은 홈페이지(opensat.cc)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개인용 초소형 인공위성 발사는 새로운 트렌드다. 현재 현재 세계 각국이 만든 초소형 위성 47개가 우주에 떠 있다. 음료수 캔 형태의 위성도 있다고 한다. 한국항공대가 2006년 시도했지만 실패했고, 경희대도 초소형 인공위성을 개발 중이다. 모두 기관과 단체의 산물이지만, 국내에서 개인용으로는 그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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