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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수다’ 청중평가단 체험

4일 오후 MBC 일산 드림센터가 북적였다. MBC <우리들의 일밤>의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 4라운드 1차 경연이 있는 날이었다. 청중평가단과 방청객, 관계자들까지 1000여명이 몰렸다. 이날은 BMK가 탈락하고, 김조한이 새롭게 합류하는 첫 무대이기도 했다. 청중평가단은 MBC 로비 왼쪽에, 방청객들은 오른쪽이 길게 줄지어 입장 순서를 기다렸다. 세트 설치가 늦어져 평소보다 1시간 뒤인 오후 8시로 녹화가 미뤄졌지만 어느 누구하나 짜증섞인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가수들은 최고의 무대로 답했다. 더이상의 긴장감과 비장미는 느껴지지 않았다. ‘내가 도전하고 싶은 노래’라는 주제에 맞게 새롭게 변신하고 무대를 즐기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녹화분은 오는 10일 방송된다.

#살벌한 무대 밖

‘나는 가수다’는 스포일러와의 싸움을 벌이고 있다. 2층 스튜디오 입구를 지키는 경호원들이 공연이 시작 시간이 다가오자 10대부터 50대까지, 세대별로 나눠 엄격하게 입장이 시켰다. 관객들은 ‘사진촬영 금지’, ‘스포일러 유출 방지’를 주의받으면서 신원 확인을 거친 후 한명씩 공연장에 들어섰다. 공연장 입구에도 “인터넷에 공연 내용과 음원이 유출될 시 방송이 어렵고 앞으로 여러분을 모실 수 없습니다”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박정현과 윤도현을 응원한다는 김경자씨(61)는 “딸, 사위와 함께 왔다. 이번이 3번째인데 최고의 가창력을 지닌 가수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또 “돈을 주고 산다고 해도 티켓을 구하기 어려운 공연을 볼 수 있어서 보람차다”고 밝혔다. 방청권을 들고 줄을 서 있던 한 30대 남성은 “운이 좋아 방청권을 구했다. ‘나가수’는 처음인데 좋아하는 가수들을 볼 수 있어서 설렌다. 음악도 굉장히 신경쓴다고 들었는데 기대된다”고 설렘을 전했다.

#달콤한 공연장

어린 아들과 함께 온 관객, 캐나다에서 왔다는 관객까지 녹화 시작을 기다리며 가위바위보 게임을 하면서 마음을 하나로 모았다. 드디어 녹화 시작 5분 전, 계단까지 관객들로 빼곡하게 메워졌다. 녹화를 앞두고 무대에 오른 신정수 PD는 “오늘 처음으로 1명의 가수가 인사를 드린다. 1명 탈락, 1명 투입이라는 꿈에 그리던 시스템을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 그 동안 자진 하차하는 가수들이 생겨 2명씩 새롭게 투입됐기 때문. 신 PD는 “기다린만큼 본전을 뽑을 수 있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말하며 스포일러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옥주현

이날 무대에서는 여가수들이 파격 변신했다. 옥주현은 이효리의 ‘유고걸’을 불렀다. 재즈와 록이 결합한 빠른 비트의 곡이 청중을 사로잡았다. 남자 관객들은 “옥주현 브라보!”를 외치며 기립박수를 쳤다. 박정현이 경쾌한 댄스와 함께 박미경의 ‘이브의 경고’를 선보이자 일부 남자 관객들은 줄곧 선 채로 공연을 지켜봤다.

장혜진

장혜진과 김범수는 아이돌 그룹의 노래에 도전했다. 장혜진은 카라의 ‘미스터’를 강렬한 록버전으로 바꿨다. 엉덩이춤까지 췄다. 윤도현은 “장혜진씨가 댄스곡을 하고 싶었는데 못해서 이번 무대를 통해 도전해보고 싶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김범수는 씨엔블루의 ‘외톨이야’를 랩까지 곁들여 선보였다. 다소 긴장한 듯 보였던 김범수는 “박명수 파이팅”이라는 객석의 목소리에 웃음을 터트리고 멋진 공연을 했다.

조관우

조관우가 김수희의 ‘남행열차’를 부르기에 앞서 “MBC에 5번 정도 왔는데 50번은 온 것 같다”고 부담감을 털어놓자 관객들은 “관우·장비 파이팅”이라고 응원했다. 윤도현은 이문세의 ‘빗 속에서’를, 김조한은 신승훈의 ‘아이 빌리브’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불렀다. 녹화장의 음향은 라이브 공연장에 뒤지지 않았다. 악기들의 소리가 조화롭게 어우러졌고, 가수들의 목소리도 생생하게 들려왔다.

이소라가 하차한 후 MC를 맡은 윤도현은 관객들과 “식사는 하셨어요?”, “노래는 어떠셨어요?”라고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보조 MC는 김제동이었다. 윤도현의 매니저인 김제동은 윤도현이 공연을 마치고 힘겨워하자 마이크를 이어받았다. 윤도현이 “이런 거 시켜서 미안하다”고 말하자 김제동은 “내가 할 일이야”라면서 윤도현의 등을 두드려줬다.

윤도현

핑크빛 무드도 조성됐다. 윤도현이 ‘커플 메이커’로 나섰다. 윤도현이 “김범수가 연애를 하고 싶어한다”고 말하자 한 여대생이 손을 번쩍 들었다. 이 여대생은 “나랑 사귀어요. 사랑해요”라고 김범수를 향해 공개 프러포즈를 해 공연장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다.

#심각한 청중단

즐거운 공연이 끝났다. 웃으며 공연을 지켜본 청중 평가단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김영민씨(29)는 “빠른 음악들이 많아서 여름에 잘 어울리는 무대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방송 초기에는 가수들도 긴장하는 모습이 많이 보였는데 이제는 즐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벌써 5번째 ‘나가수’를 보러 왔다는 그는 박정현의 팬이라고 밝히며 최고의 감동을 선사한 가수를 뽑기 위해 고심에 빠졌다.

50대 부부도 눈에 띄었다. 남편은 “팬심으로 공연을 봤다”면서 여가수인 박정현, 옥주현, 장혜진에 투표를 했고, 옆에서 지켜보던 부인은 “김범수가 최고였다”면서 화를 내기도 했다. 한 10대 남성 팬은 카라의 노래를 부른 장혜진에 우선적으로 한 표를 던졌고, 한 20대 여성팬은 김범수에 크게 동그라미를 친 뒤 “어떤 가수를 골라야 할지 정말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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