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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원의 아메리카브레이크]‘부자 아빠’ 기요사키의 180도 변신

“열심히만 살아서는 절대 부자가 될 수 없다. 월급만 받아 모아서는 절대 부자가 될 수 없다. 돈을 위해 일하지 말고 돈이 나를 위해 움직이게 해야 한다.”

10여년 전 한국사회에 엄청난 돌풍을 일으켰던 베스트셀러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주된 내용이다. ‘부자가 되고 싶다면 부자가 하는 일을 따라서 하라’는 저자 로버트 기요사키의 가르침은 1997년 당시 IMF 파문으로 평생 직장에서 쫓겨난 한국 월급쟁이들에게는 벼락과 같은 ‘깨우침’이었다.

‘부자 아빠…’ 출간 15주년이 된 올해, 캐나다의 TV방송사 CBS에서 재미있는 기사를 보도했다. 이름하여 ‘부자 아빠 세미나는 사기’다. 보도에 따르면 기요사키는 아예 ‘부자 아빠’(Rich Dad)를 특허 상표로 만들어버린 후 캐나다의 재정컨설팅 업체에 상표 사용권을 팔아버렸다. 이 업체는 ‘부자 아빠가 되는 법’이라는 제목으로 캐나다 전국에서 세미나를 개최했는데, 세미나 참가자에게 평균 500달러(한화 약 50만원)의 수강료를 받았다는 것이다.

수강료가 비싼 정도면 차라리 애교다. ‘부자 아빠’ 세미나 강사는 일부 참가자에게 ‘특별강좌’라는 명목으로 1인당 4만5000달러(4500만원)의 수강료를 몰래 받아챙겼다. ‘특별강좌’의 내용이 무엇인고 하니, 일단 크레딧 카드 한도를 높여 가능한한 많이 대출을 받으라는 내용이다. 강사는 “크레딧 카드 한도를 10만달러까지 높여라”라고 가르치며, 대출한도를 높이기 위해 카드회사와 전화통화하는 법까지 가르쳤다.

‘부자 아빠’의 이같은 가르침은 CBS의 ‘몰래카메라’에 고스란히 녹음됐고, 취재진은 이 내용을 저자 기요사키 본인에게 직접 확인했다. 기요사키 역시 너무나 노골적인 세미나 내용에 당황하며 “‘부자 아빠’ 상표를 빌린 사람의 짓이며 나와는 상관없다”고 변명해야만 했다.

굳이 세미나 사기사건이 아니더라도 요즘 그의 가르침은 미국에서 통하지 않는다. ‘대출을 받아서 부동산에 투자해 재산을 불려라’는 그의 가르침에 따라 미국인들은 무작정 대출을 받아 부동산을 사들였고, 은행은 눈먼 돈을 무조건 대출해줬다. 천정부지로 뛴 부동산 가격이 붕괴하니 결국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졌다. 대출받아 산 집 한 채 값이 ‘부동산 버블’로 반토막 나고, 대출을 못 갚아 은행에 집을 차압당해 길거리에 나앉은 사람들이 수두룩한 것이 오늘날 미국의 경제 현실이다.

‘부자 아빠’ 기요사키도 변했다. 그는 요즘 강연에서 더 이상 ‘부자 아빠’를 가르치지 않는다. 대신 “미국 경제는 멸망한다”고 외치며 “귀금속을 모을 수 있는 만큼 모아라. 멸망에 대비해 총을 구입해두고, 집안에 식량을 비축해두라”고 가르친다. 숫제 경제 멸망이 아니라 지구 멸망이라도 대비하려는 그의 모습에서 15년 전 ‘부자 아빠’의 자신감은 사라진 것처럼 보인다. 오늘도 ‘부자 아빠’를 추종하던 한국의 월급쟁이들은 과연 이 같은 ‘버블’에 대비하고 있을까, 씁쓸해질 뿐이다. <본지 미국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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