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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기 “뜨거운 사랑 한번 하면 멜로연기 도움 되겠죠?”

배우 이민기는 좋은 사람들과의 좋은 호흡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가 영화 <퀵>(감독 조범구)에 출연하게 된 것도 이런 연장선상에 있다. <해운대>의 윤제균 감독이 제작을 맡은 <퀵>에 강예원·김인권 등 인연 깊은 배우들과 출연하기 때문이다.

“장르나 상대 배우에 따라 호흡이 달라져요. 배우 사이의 호흡이 좋을 때도 있고, 오히려 호흡이 상충될 때 좋은 에너지를 내기도 하죠. 이번 영화는 서로에 대한 배려가 빛났어요. 같이 작업을 해봤던 사람들이니까 ‘상대가 오해하면 어쩌지’라는 걱정 없이 편하게 했죠.”

스피드 마니아인 퀵서비스맨 기수(이민기)는 헬멧에 폭탄이 설치됐다는 의문의 전화를 받고 연쇄폭발 사건에 얽히게 된다. 그는 생방송 시간에 쫓겨 퀵서비스를 이용하는 아이돌 가수 아롬(강예원)을 태우고 목소리의 지령에 따라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헬멧을 벗거나, 속도를 늦추면 폭발하기 때문에 도심을 ‘스피드’ 있게 질주한다. 이 때문에 촬영 대부분을 오토바이 위에서 진행했다.

“학창시절에 오토바이를 좀 탔고, 스무 살 때 고향(김해)에서 상경한 후 오토바이를 탔습니다. 서울은 복잡해서 오토바이가 유용했거든요. 한 친구가 경미한 사고가 난 후 오토바이 운전자는 더 많이 다치니까 타지 말자고 결심했어요. 이후 3년 만에 운전대를 잡았어요.”

촬영하면서 예전 생각도 좀 났다. 전에는 싸구려 오토바이를 몰았는데, 영화 속에서는 고급 브랜드의 오토바이를 탄다.

“예전엔 돈이 없으니까 싸고 작은 것을 탔는데, 형들처럼 비싼 오토바이를 타고 싶어서 대형 오토바이 면허를 땄어요. 그땐 고시원, 옥탑방 살 때니까 형들이 잘 안 빌려줬죠. 아마 (배우가 된) 지금이라면 많이 빌려줬을텐데…(웃음).”

명동 같은 서울 한복판을 오토바이로 누비거나 불길 옆으로 달리는 건 진귀한 경험이라 쾌감을 느꼈다. 하지만 여전히 안전을 생각해 오토바이는 사지 않았다. 경상도 억양이 강한 그는 <해운대>에 이어 이번에도 사투리 대사를 내뱉는다. 하지만 그는 “<퀵>의 기수는 서울에서 몇 년 산 경상도 남자의 말투”라고 구분지었다. 도대체 그런 사투리는 뭘까.

“원래 경상도 출신이니 <해운대> 연기가 편하지 않았냐고 하시는데, 오히려 그쪽 출신이라 더 노력했어요. ‘모 하드노(뭐 하나)’ ‘모 하더노’ 같은 미묘한 차이를 고심했어요. 이번에는 굳이 표준어로 고치려고 하지는 않았지만 서울에 살면서 변질된 사투리에요. 누가 뭘 물어봤을 때 부산에선 ‘맞나?’라고 하는데 서울에서는 ‘그래?’ 하거든요. 그래서 ‘그래’를 ‘맞나’ 억양으로 했죠. 나름 고민을 많이 한 셈이죠.”

그는 웃기려고 하는 말은 아닌데, 듣는 사람을 웃게 하는 매력이 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더해진 ‘4차원’이나 ‘어리숙함’보다는 남성적인 매력이 더 강했다. 솔직함이 어리숙함으로 오해를 받은 모양이다.

‘만년 20대’ 일 것 같은 그에게 “30대가 되면 어떤 모습이 될 것 같냐”고 물었다.

“연애를 거의 못 했고 안 한지도 오래돼 그런 감정을 잘 몰라요. 대신 남자들과의 교류나 감정은 잘 알죠. 서른 살 되기 전에 뜨거운 사랑을 하면 멜로 감성이 있는 30대가 될 것 같아요. 연애에 실패하면 지금과 비슷하겠죠. 세월의 때가 잘 묻어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하고 다니는 짓거리들에 대한 때가 묻어있는 사람이요.”

‘착한 짓’만 해서 ‘좋은 때’를 많이 만들어야 겠다고 하자 그는 “나쁜 때가 묻어있으면 나쁜 연기를 할 때 도움이 될 것 아니냐”며 웃음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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