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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오 배기자의 지상 트위터]“축구화 한켤레 뿐이지만 태극마크 자부심 철철”

임흥식(56)·구영훈(45)·이승교(43)·이양일(41)·김문기(37)·최창순(25)·김한솔(24)…. 50~20대 홈리스 8명이 한국 국가대표 축구선수로 뛴다. 오는 8월 21일부터 열리는 프랑스 파리 홈리스 월드컵에 출전한다. 홈리스 월드컵 한국 국가대표 선수들이 ‘축구로 쓰는 희망가’.

파리 홈리스 월드컵은 오는 8월 21일 개막, 일주일 간 열린다. 지난 5월부터 가진 한국대표팀 선발전은 나름 치열했다. 약 50명이 참가한 가운데 두 차례 과정을 거쳐 최근 11명(후보 3명 포함)을 선발했다.

파리 홈리스 월드컵에 출전하는 한국 국가대표 선수단의 표정은 밝고 진지했다. 자부심과 자신감을 갖고 최선을 다한 뒤 당당하게 자립하겠다고 다짐하는 이들의 웃음에는 희망이, 불끈 쥔 주먹에는 투지가 넘쳤다.

-국가대표가 된 소감은.

“유니폼을 입을 때 가슴이 두근거렸어요. 선발됐다는 말을 들었을 때에는 실감나지 않았는데-한마디로 기분 좋았죠-자부심을 느껴요. 해보자,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기고-외국에 나간다는 자체가 흥분돼요. 그것도 한국 국가대표 선수로-대표선수로 뛰는 게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말을 듣고 기분이 묘했어요. 단 한 번밖에 없는 기회여서. 우리 인생과 똑 같잖아요….”

홈리스 월드컵 대표선수는 한 번만 할 수 있다. 전 세계 어느 나라든. 홈리스 월드컵 한국대표팀 지도를 맡고 있는 ‘빅이슈코리아’의 <빅판> 코디네이터인 조현성 코치는 이에 대해 “더 많은 분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어느 누구든 한 번만 출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평소 축구를 하시는지요.

“10년만에 하는 거예요-저는 30년 만이에요-자활근로를 하며 저녁마다 연습해요-매일 새벽 5시에 혼자서라도 연습해요. 조기축구회 시합이 있으면 경기에도 참여하고.”

-선수 출신은 없나요

“고등학교 때까지 선수였어요(그는 대표팀에서 가장 기량이 뛰어나다. 연습경기에서 헤트트릭을 기록하기도 했다)-중학교 축구를 하다 유도를 했고, 다시 축구부로 불려가 뛰다가 그만뒀죠-고등학교 때 선수였죠(요즘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 구보를 열심히 하고 있다)-초등학교 때 했어요. 포지션은 윙이었고(대표팀에서 골키퍼를 맡고 있다. 선수들 가운데 스피드가 가장 빠른 준족이다)”

-선발전 소식은 어떻게 들었나요.

“시설(복지센터 등)에 있는 친구에게 들었어요-<빅이슈>(소셜 엔터테인먼트 매거진) 판매하면서 알았는데 처음에는 망설였죠. 될지 안 될지 모르고, 됐을 경우 노출되는 게 꺼려져-제가 아는 분은 그래서 포기하더군요-그런 분들이 많을 거에요. 몰라서 안 온 분들도 많고-알게 된 게 행운이고 뽑힌 건 더 행운이죠. 국가대표가 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단체훈련은 물론 개인훈련도 해야 하고, 그렇게 되면 직장을 잡는 게 어려울 것 같아 꺼렸는데 참여하길 잘 한 것 같아요.”

-축구를 하면서 좋은 점은 뭔가요.

“몸도 마음도 원상태로 복귀하는 것 같아요-땀 흘리고 평상심을 유지하는 게 좋아요-정신이 맑아져요-승부욕을 키우고 협동심을 기르는 게 생활에 큰 도움이 돼요-즐거워요. 예전에도 즐거웠어요. 어머니 속을 많이 썩였는데 다녀와서 꼭 인사드리고 용서를 빌 거에요-축구가 좋아서 왔고, 리듬감과 사회성을 되찾고, 벗어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키우고 있어요.”

-아쉬운 점은 뭔가요.

“후원이 열악해요. 명색이 국가대표팀인데-연습복과 평상복을 지원해준 펠틱스(Feltics)가 고마워요-대한축구협회도 어웨이 유니폼 줬잖아요. 상의만 보내줘 아쉬웠어요-축구화도, 스타킹도 하나밖에 없어 조심스러워요. 망가질까봐-큰 도움 바라는 거 아예요. 연습기간만이라도 자고 먹는 게 해소됐으면 좋겠어요-영양가 있는 식사를 하고 비타민도 복용하고 싶은데, 잘 싸워서 한국 이미지가 올라가면 좋잖아요-‘빅이슈코리아’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잖아요. 우린 우리 역할이나 잘 해요.”

이들 가운데 이승교 씨가 주장 역할을 맡고 있다. 책임감과 파이팅, 그리고 리더십이 강하다. 지난해 대형 면허를 획득한 그는 연습과 구직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월드컵을 마친 뒤 버스기사를 할 예정이다.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요.

“축구를 다시 하고 싶어요. 선수로, 아니면 관계되는 일을 하는 게 꿈이에요-30년 동안 전기기술자였어요. 다시 그 일을 해야죠. 그 전에 <빅이슈> 판매로 자립부터 해야죠-저도 <빅이슈> 판매를 하고 있는데 꿈은 음식점을 내는 거에요-노숙인센터에서 식당 관리 일을 하고 있어요. 제 식당을 갖고 싶어요-목욕관리사예요. 보증금을 마련해 본격적으로 일할 거예요”

홈리스 월드컵은 2003년에 시작됐다. 홈리스로 구성된 각국 남·녀 대표팀이 참가해 조별 리그와 토너먼트로 우승팀을 가린다. 한국팀은 지난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 처음으로 출전했다. 남자팀 43개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선수 구성이 홈리스 월드컵 취지에 가장 부합하고 열정적으로 경기를 펼친 점 등을 인정받아 ‘최우수신인팀상’(BEST NEW COMER)을 받았다.

올해 참가팀은 55개국이다. 한국팀은 중위권 입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축구인 김병지·유병수·정가을·한준희 씨가 홍보대사를 맡았다. 서울대 체육대 출신으로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고 있는 신문규 씨가 재능 기부, 조현성 코치를 돕고 있다. 대표선수들은 “국가를 위해, 저 자신을 위해 열심히 뛰겠다”고 다짐했다. “목표로 한 성적을 거둬 홈리스에 대한 편견을 해소시키는 데에도 기여하고 싶다”고 기원했다.

‘빅이슈코리아’구입땐 홈리스자활 돕기 동참(THE BIG ISSUE)는 홈리스의 자활을 돕는 소셜 엔터테인먼트 매거진이다. 1991년 영국에서 창간된 이후 10개국 14종이 발행되고 있다. 는 지난해 7월 5일 창간됐다. 14년 동안 홈리스 자립을 지원해온 비영리 민간단체 ‘거리의 천사들’에서 시작한 사회적기업 ‘빅이슈코리아’(www.bigissue.kr)에서 발간한다. 지하철 역 36곳 출구에서 살 수 있고 YES24(yes24.com)에서 온라인 구입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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