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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최종분석] ‘침체기? 안정기?’ ‘나가수’를 보는 2개의 시선

국내 최고의 가수 7명이 경합을 벌이는 MBC <우리들의 일밤> ‘나는 가수다’를 바라보는 최근의 시선은 두 가지로 크게 엇갈린다. 시청률과 음원 순위 등 초반보다 시들해진 반응 때문에 일각에서는 ‘침체기’라고 정의한다. 반면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예능 프로그램이 겪어야 할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현재의 ‘나가수’는 과연 침체기와 안정기 중 어느 쪽에 가까울까?

‘나가수’는 방송 전부터 우려와 기대에 교차했다. 뛰어난 가창력을 가진 국내 최고의 가수들까지 서바이벌이라는 경쟁 상황에 내몰려야 한다는 것에 대한 반감이 존재했다. 또 지금까지 ‘웃음’이 주된 포인트였던 일요 예능 프로그램들 사이에서 음악을 소재로 ‘감동’이 성공을 거둘지도 의문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화제를 모았던 ‘쎄시봉 친구들’이 그랬던 것처럼 아이돌그룹 중심인 가요계의 변화, 그리고 일요 예능 프로그램의 다변화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다.

‘나가수’는 방송 직후에도 여전히 우려와 기대가 공존했지만 시청자들과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폭발적인 관심을 끄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초반부터 전혀 예상치 못했던 재도전 논란이 불거지면서 담당 PD가 교체되고 가수 스스로 하차하는 일이 벌어졌다. 결국 한달간의 휴식기 후 되돌아온 ‘나가수’는 임재범의 가세로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그러나 경연 결과와 새롭게 합류하는 가수에 대한 스포일러가 끊임없이 등장해 재미를 반감시켰고, 촬영장에서 있었던 사소한 일이 악성루머로 확대되는 등 수많은 난관에 부딪쳤다. 여기에 ‘가창력이 아닌 성대 대결로 전락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했다. 여러가지 악재가 겹쳐 상승세였던 시청률은 하락세로 돌아섰고, 각종 음원차트 상위권을 휩쓸었던 음원의 반응도 초반 만큼은 강한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나타나는 수치만 보면 ‘나가수’는 분명히 침체기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시청률은 한 때 20%에 육박하기도 했지만 최근 들어 상황(중간평가, 편성 변경)에 따라 10% 초반까지 그야말로 들쑥날쑥이다. 음원 차트에서도 겨우 1~2곡 정도만 상위권에 랭크될 정도로 반향이 크지 않은 상태가 됐다. 새롭게 합류하는 가수에 대한 기대감과 반응도 임재범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가수다’가 단순히 1회성 이벤트가 아닌 정규 예능 프로그램인 만큼 침체기라고 단정짓는 것은 성급한 일이다. 보통 하나의 예능 프로그램이 시작할 때 차별화된 콘텐츠와 초특급 게스트로 시선몰이를 한 후에는 약간의 후퇴 또는 주춤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특히 ‘나가수’의 경우 확실한 시청층을 확보하며 오랫동안 일요 예능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KBS2 <해피선데이> ‘1박 2일’과 경쟁해야하는 만큼 꾸준한 상승세를 유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방송 초반 MC 겸 도전자 이소라를 비롯해 김건모, 김범수, 박정현, 백지영, 정엽, YB로 화려한 출발을 알렸고, 휴식기 후 임재범이 가세하면서 시선 끌기는 충분히 성공했다. 이후 등장했던 김연우, 옥주현, 장혜진, 조관우, 김조한 등 다양한 가수들을 통해 ‘나가수’는 기존 주말 예능 프로그램에 판도를 변화시켰다. 하지만 임재범이 그랬던 것처럼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가수가 계속 등장한다면 제작진은 물론 시청자도 금새 지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지금의 ‘나가수’ 제작진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시청률도, 끊임없는 이슈가 아닌 꾸준히 프로그램이 이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발판이다.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기 위한 ‘핫한’ 가수가 아닌 다양한 장르와 창법의 가수들이 계속 등장하면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셈이다.

‘나가수’의 연출을 맡고 있는 신정수 PD는 침체기와 안정기에 대해 조심스러워했다. 신 PD는 “제작진이 생각하고 있는대로 페이스로 가려고 하고 있다. 조금 더 긴 호흡으로 봐야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또 “내년 이맘때에도 지금과 같은 패턴으로 비슷한 반응을 얻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며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보면서도 긴장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가수’에서 윤도현의 매니저 역할을 하고 있는 방송인 김제동도 “어쩌면 지금의 ‘나가수’가 정상궤도에 있는 것 같다”는 견해를 내놨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기존 일요일 예능이 확실한 고정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콘텐츠(‘나가수’)가 평균 10% 중반대 시청률을 기록한 것은 충분히 파괴력있게 효과를 본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며 “지금은 시청자들에게 음악을 소재로 한 콘텐츠라는 것을 확실하게 인식시키면서 안정기에 접어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초기 엄청남 파괴력을 발휘했던 것처럼 계속 강하게만 끌고 간다면 결국 모든 것이 파괴될 수 있다”며 “새로운 인물의 이야기가 등장할 수 있도록 재정비하는 단계”라고 덧붙였다. 또 “5라운드를 끝으로 하차하게 되는 원년 멤버인 김범수, 박정현, YB의 명예 졸업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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