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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 띄운 ‘숨은 공신’스윗튠을 아시나요

\'스윗튠\' 한재호(왼쪽), 김승수.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던 이들이었다.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서 더 그랬다.

한재호·김승수로 구성된 작곡가 단체 ‘스윗튠’. 일본에서 신한류를 불러일으켰던 화제의 곡 ‘미스터’가 이들이 만든 노래다. 이외에 카라의 곡 ‘점핑’ ‘허니’ 등 대부분의 곡을 이들이 썼다. 카라를 국내 스타로, 나아가 한류스타로 발돋움하게 했던 공신인 셈이다.

최근 서울 도곡동 ‘스윗튠스튜디오’에서 어렵게 만난 이들은 시종 쑥쓰런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사진촬영 역시 “해본 적이 없다”며 손사레를 쳐 애를 먹어야했다.

앳된 얼굴의 한재호(38)와 김승수(33)는 이른바 PC통신 시절부터 이런 저런 미디 음악을 만진 컴퓨터 음악 1세대들이었다. 오늘날의 팝댄스 음악은 극단적으로 말하면 ‘도레미파솔라시’의 7음계가 아니라 ‘0’과 ‘1’로 대변되는 디지털 언어로 제작되고 있는 중이다. 컴퓨터에 능숙한 이들이 작곡 분야로 나아가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한재호는 중앙대 연극학과, 김승수는 고려대 경영학과 출신이다. 모두 음악과 무관한 이들이었지만 컴퓨터를 기반으로하는 지독한 취미생활로 음악과 연을 맺었다. 한재호는 취미삼아 기타를 쳐왔고, 김승수는 어릴 때부터 건반을 다뤘다.

김승수는 “학창시절 동안 컴퓨터를 워낙 좋아했다”며 “당연히 게임하는 걸 즐기다 서서히 게임음악을 직접 만들어보는 단계까지 나아갔고, 그렇게 작곡가가 됐다”고 말했다. 한재호는 “원래 꿈이 방송사 PD였는데, 결국 그 PD 말고 음악 PD(프로듀서)가 됐다”고 웃었다. 또 “우리 때는 작곡가라면 대부분 클래식 쪽 사람들을 일컬었고, 지금처럼 실용음악학원도 없었던 시절이라 PC통신을 통해 이런 저런 정보를 얻어가며 스스로 컴퓨터 미디 프로그램을 독학해야했다”고 덧붙였다. 유별난 ‘얼리어뎁터’ 한재호에게 미디 음악은 꼭 익히고 싶었던 신세계였다.

각자 취미로 미디 음악을 하던 두 사람은 11년 전 처음 만났다. 첫 작품은 사이버 가수 ‘아담’이었다. 실체 없이 그저 사이버상에 존재했던 가수의 음악을 만드는 게 작곡가 삶의 시작이었다. 이후 핑클, 슈가, 클릭비, 이기찬 등의 음반을 거쳐 오늘날의 스윗튠으로 이어졌다.

유독 인터뷰를 피해왔던 것에 대해 한재호는 “우리나라 가요시장은 생각보다 좁고, 우리가 맡은 가수를 위해서라도 작곡가는 전면에 대두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여겼다”고 말했다. 또 “널리 알려지는 등 성공을 목표로 하지 않았고, 좋아서 하는 일이기에 더 그랬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작업을 맡은 가수들에 대한 애정은 유별나다. 함부로 곡을 내돌리지도 않는다. “아무래도 가장 기분 좋은 순간도 우리가 맡았던 가수들이 1위에 오를 때겠지요. 곡을 여러 곳에 주면 우리가 맡은 가수의 색깔을 지켜줄 수가 없지 않습니까. 우리에겐 한 곡이겠지만 가수에게는 인생 전부가 될 수도 있지요.”(김승수)

걸그룹 카라가 일본에서 성공한 것을 보면서 벅찬 느낌을 받은 일도 결코 잊을 수가 없다. 김승수는 “지난해만 해도 걸그룹 진출이 활발하지 않을 때였다”면서 “일본 쇼케이스 때 풍경을 현장에서 지켜봤고, 그 때는 정말이지 보람이 컸다”고 말했다.

K팝이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한국 작곡가들의 인기 역시 높아졌다. 일본 최고의 인기 그룹 스맙이 스윗튠을 찾아왔고, 오랜 분석 끝에 그들에게 맞는 곡을 써줬다. 또 일본 걸그룹 ‘범피’의 지속적인 러브콜을 받은 뒤 고민 끝에 합류를 결정했다. 미국 측에서도 러브콜을 받아 검토 중이며, 조만간 뜻깊은 결과물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된다.

대중들이 작곡가들에게 가장 묻고 싶은 질문 중 하나가 저작권료일 것이다. 게다가 이들에게는 카라의 노래가 일본에서도 인기곡으로 부상한 만큼 적지 않은 저작권료가 예상된다. 부끄럼이 많은 이들은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한재호는 “일본 측 저작권료가 국내보다 좀 적게 들어온다”는 말로 대신했다. 일본은 음반 판매량이 많지만 국내처럼 디지털 음원이 활발하게 팔리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납득이 가는 설명이다. 다수의 작곡가에 따르면 대개 노래 1곡이 차트 톱10에 들면 1억원 정도의 저작권료가 지급된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는 말이 딱 맞아요. 저희들이 발표한 노래 모두가 애정이 가고, 또 아쉽고 그래요. 곡을 막 던지는 스타일이 아니어서 애착이 더 크죠.”(김승수)

현재 스윗튠이 새롭게 지목한 팀은 걸그룹 나인뮤지스다. 한재호는 “어느 가수에게 제안을 받으면 우리 스스로 답이 나올 때에만 수락한다”면서 “말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나름의 해법이 있다고 여겼다”고 말했다. ‘스윗튠 사단’에 합류한 나인뮤지스는 스윗튠이 쓴 펑키한 디스코곡 ‘휘가로’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한 번 맡으면 끝까지 책임지는 스윗튠은 나인뮤지스의 활동을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다. 나인뮤지스의 다음 곡 역시 스윗튠이 맡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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