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셧다운제 시행 한달…논란은 진행형

자정시간 이후 청소년들의 온라인게임 이용을 제한하는 ‘셧다운제’가 20일로 시행 한달을 맞는다.

‘온라인게임 중독을 예방하고 청소년들의 건강한 성장을 지원하기 위함’이라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셧다운제는 시행전부터 형평성과 실효성 문제 등 많은 논란을 몰고 왔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11월 20일 자정을 기해 법안은 시행됐지만 당사자인 청소년들이 법안을 주도한 여성가족부(여가부) 앞에서 ‘밤샘 게임’이라는 이벤트성 시위를 벌이는가 하면, 시민단체가 위헌여부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등 셧다운제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찬반 줄다리기 계속

일단 학부모들은 자녀보호 차원에서라도 셧다운제 시행을 반기는 쪽이 우세하다. “아이들이 게임에 미쳐서 못살겠다”는 학부모들을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게 사실. 이를 증명하듯 시행전 KBS에서 실시한 셧다운제 찬반 여론 조사에서도 77%의 학부모가 셧다운제를 찬성한다는 결과가 나온 바 있다. 또 지난 9월30일 여가부가 주최한 ‘인터넷 게임중독 토론회’에서는 게임에 대한 학부모들의 원성이 쏟아지기도 했다. 당시 한 학부모는 “딸이 게임을 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폭파시키고 싶다”고 말할 정도였다.

반대하는 쪽에서는 셧다운제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시대착오적인 제도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청소년들의 ‘게임을 할 권리’는 헌법의 기본권인 행복추구권에 포함되며, 셧다운제가 심야에 다른 활동을 하는 청소년과 게임을 하는 청소년을 정당한 이유없이 차별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청소년들의 건강한 성장을 방해하는 ‘우리 사회의 진정한 적’은 따로 있는데도 만만한 게임을 희생양으로 삼았을 뿐이라고 지적한다.

또 셧다운제를 찬성하는 일부에서도 사전준비가 미흡한 상태에서 법안을 밀어붙인 점, 청소년들의 이렇다할 정서적 탈출구가 없는 상황에서 게임을 몰아침으로써 또다른 문제가 야기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실효성 논란도 여전

셧다운제가 처음 논의되던 당시부터 반대쪽에서 줄기차게 제기해 온 것이 실효성 문제. 심야시간에 게임을 즐기는 청소년들이 그리 많지 않은데다 오히려 부모나 다른 성인의 주민번호를 도용하는 등 또다른 문제만 야기할 것이란 주장이었다. 실제로 셧다운제가 시행 된후 인터넷에서는 자정 이후에도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교환(?)되는 등 이미 셧다운제의 취지가 빛이 바랬다는 의견이 나온다.

형평성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비교적 제재가 쉬운 온라인 게임에 대해서만 적용될 뿐 모바일은 물론 온라인 네트워크 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패키지 게임에는 적용이 유예되는 등 산업을 왜곡시킨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여기에 몇몇 게임의 경우 아예 심야시간 서비스를 중단하기로 해 애꿎은 성인 게이머까지 피해를 보는 등 또 다른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여가부 관계자는 “제도가 정착되는 과정에서 일부 문제점이 나오고 있지만 그것을 부풀릴 것이 아니라 힘을 모아 개선해야 한다”며 “셧다운제가 모든 것을 해결하는 능사는 아니지만 청소년들의 게임중독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출발점”이라고 지적했다.

△게임 업계는 지금?

여가부는 일단 시행초반 혼란을 감안해 내년 1월 말까지 약 3개월간 처벌 유예기간을 둔 상황. 그래서인지 업계의 반응도 조용하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셧다운제로 인한 영향은 거의 없다”며 “업계 전체로도 별다른 피해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가장 큰 피해가 우려됐던 넥슨도 “일부 파티 플레이어가 불편을 호소하는 등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두드러진 영향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계도 기간이 끝나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란 시각도 있다. 대형 업체의 경우 셧다운제를 대비할 여력이 충분하지만 자금과 인적 인프라가 부족한 소형 업체들에게는 실질적인 피해가 생길 수 있다는 것. 실제로 일부 업체들은 시행 한달이 지나고 있지만 셧다운제를 위한 시스템 조정 등에 눈 돌릴 여유가 없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럴 경우 장기적으로 대표적인 한류 콘텐츠인 게임산업의 성장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한국게임산업협회 김성곤 사무국장은 “쉽게 말해 소형업체들은 먹고살기 바빠 셧다운제에 신경 쓸 여력이 없는게 사실”이라며 “계도기간이 끝나고 정식 법 집행이 시작되면 중소업체를 중심으로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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