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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룡은 있지만 ‘흑룡의 해’는 없다

2012년 임진년은 용띠 해다. 특히 임진년은 용 중에서도 ‘흑룡의 해’로 불린다. 그런데 무엇을 근거로 임진년을 ‘흑룡의 해’로 부르게 된 것일까.

이와 관련, 3일 한 언론은 한국고전번역원에서 근 30년째 한문고전 번역에 종사한 박헌순수석연구위원의 말을 빌려 “자세히 조사해 봐야겠지만, 흑룡이라는 말 자체를 한문고전에서 본 적이 없다. 용이 시꺼멓다면 그게 흉하지 길하다고 할 수 있는가”라며 ‘흑룡’의 존재를 부인했다.

“용 중에서 흑룡이 있다는 말을 나는 최근에야 알게 됐다. 도대체 누가, 무슨 목적으로 흑룡이라는 말을 만들어냈는지 모르겠다”고 한 김일권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의 말도 전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옳지 않다는 게 많은 한학자들의 얘기다. ‘흑룡의 해’라고 부르는 것에는 문제가 따를 수 있지만, 흑룡의 존재를 부정하는 주장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이들은 실제로 <묵자> ‘귀의편’의 “제이금일살흑룡우북방(帝以今日殺黑龍于北方)”이나 <회남자> ‘남명훈’의 “여와씨가 오색돌을 연하여 창천을 보하고 큰거북의 발을 잘라 사극을 세우고 ‘흑룡’을 죽여 기주를 건지며…” 등의 구체적인 사례를 들기도 했다.

천진기 국립민속박물관장

띠동물 민속전문가인 천진기 국립민속박물관장도 문헌이나 민속 속에 등장하는 ‘흑룡’의 존재를 인정했다.

다만 “임진년을 ‘흑룡의 해’라고 부른다”는 따위 말은 문헌 속에 나오는 것이 아니라 어떤 상술에 의해 근래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전했다.

예부터 전해오는 ‘띠동물 사상’이 세월을 거치면서 변하게 되는데, 띠 동물에 색깔이 입혀지는 것은 최근의 일이라는 것이다. 특히 ‘백말띠 여자는 드세다’는 속설은 일본에서 만들어진 것이고, ‘황금돼지해에 태어난 아기는 운세가 좋다’는 얘기는 중국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천 관장은 “이처럼 띠동물에 색깔을 입히는 데에는 상술이 녹아 있다”며 “그런 상술에 휘둘릴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천 관장은 “새해 연초에 덕담을 나누는 것이 나쁠 수 있느냐”며 “올해는 ‘흑룡의 기운으로 모든 일이 잘되라’는 긍정적인 마음을 갖는 것은 좋을 듯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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