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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태로 트레이드 통보에 충격받은 선수들

독특한 선후배 문화에 또 한번 깜짝

1997년 12월. LG 송구홍은 투수 이병석과 엮여 해태 투수 김동호·박철웅과 유니폼을 바꿔입었다. 첫 단체훈련을 한 뒤 그라운드에 널린 공을 수거하기 위해 나가던 중 후배들로부터 제지당했다. 후배들은 “이러시면 저희들이 곤란해집니다요”라며 송구홍을 강제로 벤치에 앉혔다.

트레이드 통보에 대부분 선수는 충격파를 느낀다. 하물며 90년대 중후반 해태 타이거즈로 이적을 명받은 선수라면 더욱 우울했을지 모른다. 당시 해태는 재정난에 간판선수를 팔아 연명하고 있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까지 안고 떠나야했다. 해태 유니폼을 입고 팀에 합류한 뒤로는 한 차례 더 충격을 받아야했다. 문화충격이었다. 문화적응 기간을 거쳐야했던 건 송구홍만이 아니다.

이병훈 KBS N 해설위원도 LG에서 해태로 트레이드된 1994년을 기억했다.

“해태 선후배 문화는 특이했다. 선후배 간격을 3년차 5년차 단위로 끊었다. 3년차까지는 형이라 부를 수 있어도 5년차 이상은 선배님이라는 호칭을 붙여야했다. 인사하는 모습도 다른 팀과는 완전히 달랐다. LG에서 선배에게 인사를 할 때 러닝스로를 하듯 지나가면서 했다면 해태에서는 다들 정지자세에서 각잡고 인사했다. ‘안녕하세요’도 없다. ‘안녕하십니까’로 통일이었다.”

이 위원은 90년 LG 입단 뒤 팀의 최고참급이던 13년 선배 김재박 전 LG 감독에게도 형이라고 부른 것으로 기억했다. 이같은 인사법은 LG와 해태 차이가 아니라 나머지 7개구단과 해태의 차이였다.

양준혁 SBS 해설위원도 98년 12월 삼성에서 해태로 트레이드된 뒤 낯선 문화를 만났다.

해태행을 거부하다 김응용 감독의 설득에 광주행 차에 오른 양준혁이 새로 얻은 아파트로 이사하는 날이었다. 만감이 교차한 가운데 들어선 현관 앞. 해태 후배인 오철민과 곽현희가 문앞을 지키고 있었다. 둘의 손에는 빗자루가 하나씩 들려 있었다. 새 집 정리는 손쉽게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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