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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오 배기자의 지상 트위터]조정래 감독 “‘서편제’ 속편 언젠간 찍을 날 오겠죠”

북 치고 영화 만들고. 조정래 제이오엔터테인먼트 대표(39)는 ‘북 치는 영화감독’으로 통한다. 판소리 공장(共場) ‘바닥소리’ 등의 전속 고수(鼓手)로 활동하면서 개봉을 앞둔 장편 극영화 <두레소리>를 연출했다. 조 감독은 외친다. “내 꿈을 펼쳐라”고.

조감독은 “북은 국립국악원의 명고수 김청만 선생님께 많이 배웠다”고 했다. 조감독은 또 중요무형문화재 성우향·박송희 선생님의 문하생이기도 하다. 그는 “대학에서 영화 연출을 전공했는데 국악과 출신인 줄 아는 분들이 많다”.”고 했다.

-북은 언제부터 쳤습니까.

“2001년 <춘향가> 보유자 성우향 선생님의 다큐멘터리 작업을 맡았는데 그때부터 매일 2~5시간씩 제자분들에게 북과 소리를 배우고 익혔어요. 김청만 선생님에게는 2008년부터 배웠고. 판소리 고법으로 2006년 서울전국국악공연대회에서 준우수상, 2011년 장흥전통가무악대제전에서 장려상을 받았습니다.”

-계기가 있었습니까.

“중대 영화과 92학번이에요. 안성 캠퍼스 연못가에서 예쁜 여학우가 부르는 판소리를 듣고 그때부터 소리와 북을 좋아했어요. 임권택 감독님의 <서편제>(1993)는 극장에서 다섯 번 봤고 곧바로 속편 시나리오를 썼어요. 감독님께 만들어 달라거나 제가 만들어도 되겠느냐고 여쭤보려고 찾아가기도 했어요.”

-뭐라고 하시던가요.

“물어물어 양수리 한국종합촬영소로 감독님을 찾아갔는데 용기가 없어 먼 발치에서만 보고 그냥 돌아왔어요. 돌아오는 길에 실력을 쌓자, 실력만 있으면 길은 있다, 그런 생각을 했어요.”

-북 솜씨가 예사롭지 않던데 부전공을 했습니까.

“아뇨. 현재 국립창극단 소속인 박성환 선배와 학교에서 국악 동아리 ‘된장국’을 만들어 함께 활동했어요. 박 선배가 성우향 선생님 제자예요. 선배 소개로 성 선생님 다큐멘터리 작업을 맡았죠. 2002년부터 인사동에서 ‘거리소리판’ 공연을 주 1회, 바닥소리 식구들과 월 1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위문공연도 가졌고. 판소리극 <사천가>와 <슈퍼댁 씨름대회 출정기>의 이자람·김명자 선생 등 유명 국악인과 가진 공연이 셀 수 없이 많아요.”

그는 “2000년에 졸업했다”고 말했다.

“군대 갔다오고, 1년 휴학하고 <퇴마록>(1998) <연풍연가>(1998) <텔미썸딩>(1999) 제작부와 연출부에 들어가 현장 공부도 했어요. 졸업작품이 <종기>에요. 제2회 서울세계단편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았고 프랑스 코트(Corte)영화제에 심사위원특별초청작으로 초청받았어요.”

-국악 소재인가요.

“아니에요. 시나리오는 <회심곡> 등 여러 편을 썼는데 졸업작품으로 만들지 못했어요. 단체작업이다 보니….”

<종기>는 종기가 난 할머니와 할머니를 병원에 모시고 가겠다고 한 약속을 못 지킨 손자의 이야기를 그렸다. 실제 가족을 캐스팅했다. <두레소리>와 일맥이 상통한다.

-<두레소리> 전에 만든 영화는 없나요.

“클레이 애니메이션 <청개구리 이야기>를 연출·제작했어요. ‘국악과 함께하는 동화 이야기-얼씨구 동화세상’이라는 부제를 달아 책·CD도 냈는데 나름 반응이 좋았어요.”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 합창 동아리 ‘두레소리’는 언제 만났는지요.

“2009년이에요. 평소 알고 지내던 이 학교 함현상 교사 소개로 두레소리 창단공연을 영상에 담았어요. 국악과 합창의 만남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통해 우리 소리의 맛을 전해주는 두레소리에 단박에 반했죠. 창단과정의 우여곡절도 흥미로웠고. 함 선생과 대화를 나누다가 영화로 만들기로 했어요.”

곧바로 시나리오 작업에 돌입, 2010년 3월에 탈고했다. 함현상 교사와 초등학교 3학년 때 드라마 <대장금>의 OST(오나라)로 실력을 인정받은 김슬기, 그리고 조아름·최은영·임하늬·최은혜 등 두레소리 전·현 멤버들을 캐스팅한 뒤 5월부터 40일간 촬영을 마쳤다. 함 교사는 음악감독도 맡았다.

-제작비는 얼마나 들었는지요.

“8000만원이요. 10여 곳에서 퇴자를 맞은 뒤 신안건설 대표인 대학 선배(방양수)에게 전액을 투자받았어요. 선배님과 홍보마케팅을 맡아준 명필름에 감사드려요. 아이들과 함 선생, 출연·제작진도 고맙고.”

-학생들의 연기와 함 교사의 음악이 돋보입니다.

“<두레소리>는 소통에 관한 영화예요. 국악을 전공한 아이들이 합창단을 만들어 창단공연을 가질 때까지 친구·부모·사제지간에 빚어지는 갈등과 화해를 그렸어요. 아이들이 창단과정에 함 선생을 많이 따랐는데 ‘너희들 생각은 어때?’라고 자기들 의견을 물어준 거였대요. 제작과정에도 소통을 중시, 대화를 많이 나눴어요. 그러면서 대사를 아이들이 실제로 쓰는 말로 바꾸고, 연기도 콘티 무시하고 현장 상황에 맞게 편하게 하도록 하고, 쉬는 시간에도 카메라를 돌려 자연스런 모습을 담은 게 주효했어요. 음악(이사 가는 날·꿈 꾸는 아리랑·두레소리 이야기)도 정말 좋고. 덕분에 지난해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에서 ‘시선상’을 수상했고, 제천국제음악영화제 등 국내외 영화제에 초청받았어요.”

조 감독은 지난해 <두레소리>와 함께 국립문화재연구소의 의뢰를 받아 다섯 중요무형문화재의 다큐멘터리를 연출했다. 한 포털의 최대 국악 카페로 손꼽히는 ‘얼씨구 국악세상’ 운영자로 활동하면서 <흥보가> 보유자 박송희 선생에게 소리도 배우고 있다. 화성국제연극제, 의정부음악극축제, 서울문화재단의 아트트리와 아트에코 영상감독 등을 역임한 그는 생활과 국악 공부를 위해 그간 기업 홍보, 돌잔치 영상작업도 마다하지 않았다고 했다. 요즘 김성근 감독이 이끄는 ‘고양원더스’ 다큐멘터리 작업을 하고 있다.

“국악이 좋아요. 영화도 좋고. 접목 작업은 더 좋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중 강일출 할머니는 독립군의 도움을 받아 탈출하셨는데 그분 이야기도 영화로 만들고 싶어요. 음악은 당연히 국악이죠. 제가 북을 담당할 수 있도록 더욱 연마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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