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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파업 현장 ‘촛불이 빛나는 밤에’ 라디오 쇼

MBC 남문광장서 파업에 지친 조합원들 위한 프로 진행

“사장님을 공개 수배합니다. 우리 사장님을 찾아 주십시오.” 〈공개수배 사건 25시〉 풍의 BGM이 깔리고 DJ를 맡은 서인·허일후 아나운서의 죽이 척척 맞는 농담과 애드리브가 수시로 오가는 이곳은 ‘정오의 희망곡’도 ‘별이 빛나는 밤에’도 아니다.

21일 오후 7시30분 서울 여의도 MBC 본사 남문광장에서는 ‘촛불이 빛나는 밤에’라는 작은 라디오 쇼가 진행됐다. 이 쇼는 장기 파업에 몸과 마음이 지친 조합원들의 힘을 북돋우고 지지를 보내주고 있는 시민들을 위해 MBC 라디오국 PD들이 힘을 뭉쳐 만든 프로그램이다. 지난 20일 첫방송됐고, 이날이 두번째이자 마지막 ‘시민과 함께하는 라디오 쇼’였다. 사장의 퇴진과 공정방송 쟁취를 내건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서울지부(이하 MBC노조)로서는 총파업 한 달을 기념하는 프로그램이었다.

2시간 동안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된 ‘촛불이 빛나는 밤에’ 두 번째 밤은 무거운 투쟁의 장이라기보다는 격려와 응원을 보내는 ‘사랑방 중계’에 가까운 자리였다.

1부에는 ‘파업 때 보면 좋을 영화 소개’로 시작해 연대와 지지를 호소하는 한 일간신문의 기자와의 공개 전화연결이 이어졌다. 이 신문 역시 MBC와 마찬가지로 현재 파업 60일을 넘기고 있는 상태. “파업을 하니 이게 힘들더라! 뭘까요?”라는 허일후 아나운서의 질문에 기자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돈이죠!”라고 답했다. 그는 “두 달간 전혀 월급이 나오지 않고 있을 뿐더러 사측에서 마이너스 급여를 청구했다”는 말을 전했다. 바로 이어지는 허 아나운서의 한탄, “어머, 어쩜 우리 사장님하고 그렇게 똑같으신지 모르겠네요. MB정부에서 사장들 모아놓고 교육이라도 하는 가봅니다.”

“‘촛불이 빛나는 밤에’는 제 2스튜디오에서 이원 생방송 중입니다. 그럼 3m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김정근 아나운서!” “예! 다섯 걸음 떨어진 곳에서 마이크를 받은 김정근 입니다”식으로 예능과 웃음이 주를 이룬 1부와 달리 2부에서는 새언론포럼의 가열찬 응원과 함께 시사평론가 김종배를 불러 현 파업상황과 4월 총선에 대한 뼈아픈 진단을 듣기도 했다.

촛불을 들고 MBC를 응원방문 한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한때 <100분토론>진행자이자 MBC 일용직으로 2년 동안 밥 벌어 먹었던 사람으로서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TV를 틀면 볼 것도 없어요”라며 MBC 애청자로서의 아쉬움을 전했다. 또한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4월 지나면 제자리로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는 의미심장한 다짐을 남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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