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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부터 겨털까지 다 사랑스러워” 영화 ‘러브픽션’ 공효진

장기연애의 유대감 겪어보면 알아류승범과는 100% 신뢰하는 사이

겨드랑이털 붙이다 보니 풍성 T·T… 그저 달콤한 로맨틱코미디 아니죠

29일 개봉을 앞둔 영화 <러브픽션>의 배우 공효진은 분명한 여자입니다. 부드럽지만 모호하지 않고, 사랑받는 걸 즐기지만 자만하지 않고, 굳은 믿음의 중심에 의문부호 하나는 꼭 남겨두는 사람. 그녀를 읽어보세요. 공효진이 써내려가는 '논픽션' 인생스토리는 영화 속 '픽션'보다 훨씬 사랑스럽습니다.

 -드라마 <최고의 사랑>을 끝내고 만났을 때 <러브픽션> 시나리오가 너무 재밌다고 막 자랑했던 기억이 나요.

 "특히 주월(하정우)이 희진(공효진)에게 보낸 연애편지를 보면서 기가 막히다고 생각했어요. '…님의 자태에 혼절이라도 한 듯 정신이 아득하고 혼백이 산란하여 오뉴월 누렁이마냥 혀를 쭉 빼물고 애꿎은 타액만 드립다 들이켰소만… 부디 망측하다 꾸짖지 마시고 가슴 벅찬 리플라이 기다리겠소. 이만 총총.' 뭐 이런 대사가 다있나 했죠. (웃음)

그런데 이 영화를 그냥 달콤한 로맨틱 코미디로 보면 기대와 다를 수도 있을 거라고 봐요. 다른 영화가 화장실에 앉은 모습만 보여준다면 <러브픽션>은 그 안에서 나는 소리나 모습까지 적나라하게 나오는 식이니까요. 연애의 알몸상태를 보여주는 영화랄까."

 -<네 멋대로 해라>의 '미래', <미스 홍당무>의 '양미숙'과는 달리 <파스타> <최고의 사랑>로 이어지면서 짝사랑하는 역에서 사랑받는 역할로 점점 옮겨가는 것 같아요. <러브픽션>에는 아예 남자들의 '뮤즈'가 되었고요.

 "아! 너무 좋아요.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싶어요. '공블리'가 웬 말이래요. (웃음) 처음엔 그냥 잠시 지나가는 별명이 될 줄 알았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 그런 작품이 이어지더라고요.

<러브픽션>의 희진이도 사랑스러운 캐릭터라는 생각은 했지만 겨드랑이 털마저 사랑스럽다니 정말 감사하죠."

 -영화가 끝나도 겨드랑이 털의 잔상은 꽤 오래 남더라고요. (웃음)

 "시나리오 읽고 재밌다, 정도만 생각했던 설정인데 충격적이었다는 분도 있더라고요. 대사에 여자 겨드랑이 털을 처음 본 건 아니지만 '이렇게 숱 많은 건 처음이야' 그러잖아요.

촬영 때 얼마나 붙여야 하나를 두고 토론도 했죠. 그런데 조금 붙이니까 너무 내 것 같아서 계속 숱을 더해갔던 것 같아요. 결국 아… 이미 요단강을 건넜구나 싶었죠."

 -희진이 주월에게 "자기는 사랑을 참 편하게 하는 것 같아"라고 하는데, 편한 사랑과 가슴 아픈 드라마틱한 사랑 중 어느 쪽이 더 좋은가요?

 "드라마틱한 사랑을 꿈꿀 나이는 지난 것 같아요. 물론 좀 자극적이고 싶을 때도 있죠. 너무 평탄하니까. 하지만 저는 그 평탄함이 좋아서 이렇게 긴 시간 동안 연애를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해요.

장기연애의 유대감은 겪어보지 않으면 모를 거예요. (류)승범이와는 이제 100% 신뢰하는 사이가 된 것 같아요. 감정적 소모의 연애가 아니라 진심으로 위로받고 기댈 수 있는 또 하나의 나 같은 느낌이 들어요."

 -일상적인 연기에 있어 배우 공효진의 자연스러움을 따를 자는 없잖아요. 하지만 좀 더 극적인 연기를 해보고 싶다거나 연기에 대한 방법론적인 고민은 없나요?

 "어떻게 보면 <미스 홍당무>가 그런 생각에서 찍은 영화예요. '이거 분명 NG'라고 생각 했던 게 모니터 보면서 '기가 막힌 데요 감독님!'으로 바뀌는 경우가 많았어요. 양미숙은 굉장히 캐릭터적인 캐릭터잖아요. 아직도 <미스 홍당무>에 대해 이야기 할 때면 '양미숙씨는 말이죠'라고 할 만큼 저와는 다른 캐릭터였어요.

영화에는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캐릭터가 있고 관객을 아예 끝까지 끌고 가버리는 캐릭터가 있잖아요. 양미숙씨는 상대방을 정말 정신적 '파탄'에 이르게 하는 '팜므파탄'이었죠. (웃음)

물론 전 자연스러운 걸 기본으로 그것이 가장 중심이 될 수 있게끔 연기를 해온 거 같아요. 그게 저의 장점이라 생각하고 앞으로도 버리고 싶은 마음도 없고요. 하지만 이제 연기에는 여러 방법이 있다는 것도 알겠어요."

 -남들이 아직 눈치 채지는 못했지만 스스로 생각하는 한계는 분명히 있을 것 같아요. 배우 공효진에게 그 한계는 무엇인가요.

 "누군가 제 연기를 좋게 봐주신다면 그건 대사를 구현하는 능력 때문이 아닐까요.

만약 대사 없는 영화라면, 다른 언어라면, 혹 사극을 한다면 내가 연기로 칭찬받는 배우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그럴 때면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걸 느끼죠.

어느덧 연기를 시작한지도 꽤 오래되기도 했고 가끔은 내가 아는 게 다인가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었거든요. 하지만 이렇게 자꾸 깨지는 순간이 오면 미래가 불안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희망적이기도 해요."

 -겨드랑이 털은 누구에게나 있는 거지만 유독 여자들만 제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여배우로 살아가는데 있어 느껴지는 겨드랑이 털 같은 편견은 뭘까요?

 "늙는 거요. 나이 들어 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고 모두에게 공평한 건데 유독 여배우들은 그러면 안 되는 것처럼 생각하잖아요. 물론 노화가 나이에 걸맞게 진행되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되면 저 역시 서글퍼요.

주름살이 보이고 발꿈치가 건조해지고. (웃음) 그렇지만 살아가는 모두가 당연히 겪어야 되는 일이잖아요. 이제 나의 죽음이 아니라도 주변의 죽음도 경험하고…. 이 모든 경험들이 이제 시작이구나 싶어요.

그동안은 즐거운 일들만 있었구나, 앞으로 닥칠 시련들이 있겠지, 그런 것들이 가끔 두렵기도 하죠. 하지만 결국 희진이 겨드랑이 털을 당당하게 기르고 다니듯이 누군가 그 편견들을 깨는 일들을 계속 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여배우들 역시 캐릭터를 받아들이는 데 있어서 망가지면 어떡하지? 라는 걱정을 많이 하시겠지만, 제가 해보니까 생각하고 상상하는 것만큼 데미지(피해)는 없더라고요. 그런 면에서 제 경우가 좋은 예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일상에서의 환경운동에 대해 쓴 책, <공효진의 공책>이후 환경운동에 대한 생각들은 어떻게 이어지고 또 변하고 있나요.

 "생각의 발전은 결국 앎에서 오는 것 같아요. 당신이 환경에 피해를 주니까 '넌 잘못됐어'라는 계몽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환경을 살릴 수 있는지 정보를 주는 것이 제 역할이죠.

그것이 배우로서 가진 영향력이라면 감사한 거고요. 분리수거 하다보면 긍정의 에너지가 생겨요. 행동하면서 얻어지는 에너지가 있거든요. 사실 사람은 누구나 좋은 사람이고 싶어 하잖아요.

그리고 이런 활동이 주는 자기애, 자기 충족감을 알게 되면 중독 될 수밖에 없고 전염성도 커요. 환경운동이 '트렌드'가 되어야 한다 생각해요. 환경을 생각하는 것이 멋있는 삶이고 더 지적인 삶이라는 인식.

물론 그 크기와 열정은 각자의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환경을 계속 염두에 둔 삶은 다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런 활동조차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하는 경우도 있고 공효진씨 역시 그렇데 비쳐질까 하는 걱정도 있진 않나요?

 "그 사이 환경에 관심 갖는 분들이 수면 위로 많이 드러나서 동지가 생긴 것처럼 반가웠어요. 그리고 부정적 사례들 보면서 조심도 하고 생각도 많이 하게 되요. 하지만 진심을 모두에게 이해시키긴 힘들잖아요.

게다가 말은 그렇게 하면서 너는 왜 그렇게 화려한 인생 살아? 집에 오자마자 눈감아 눈떠서 직장 가는 사람들이 페트병 라벨 일일이 뜯을 시간이 어디 있어? 라는 비판, 배부르니까 이것저것 고민할 수 있는 거야 하는 시선도 느끼죠.

제 본업은 배우니까 제 일로 더 사랑받으면 환경에 관한 활동 역시 사람들이 더 이해해주리라 생각해요. 결국 두 일을 병행해야 하는 거죠. 아! 제가 오랜만에 팬 미팅을 해요. 한 10년 만인가? (웃음) 이번에 제가 좀 팬 분들을 모아 달라고 했어요. 그냥 모여서 사진 찍고 케익 자르는 팬 미팅이 아니라 '우리 함께 이런 일을 해보자'하는 그런 취지로요.

한강에서 쓰레기 빨리 모으는 사람과 셀카찍기 같은. 즐거움을 주는 이벤트지만 좋은 일도 하면 좋잖아요. 아! 저 이러다가 환경부 장관 한다고 나서는 거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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