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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色버전 ‘죄와 벌’ … 하나만 볼까! 둘 다 볼까!

'내일이라도 당장 죽을 것 같은 노파가 있어. 그녀는 여러 사람에게 해를 끼치며 자기 자신이 무엇 때문에 살고 있는지조차도 모르고 있지. 그런데 저 쪽에는 구원의 손길이 뻗치지 않아서 허무하게 사라져 가는 젊고 신선한 힘이 있어. 노파의 돈으로 수십 가족이 빈곤과 부패와 죽음과 타락과 성병에서 구제를 받는다. 그 노파를 죽이고 그 돈을 빼앗자는 거야. 단 그것은 그 돈을 이용하여 전 인류와 공공사업에 대한 봉사에 몸을 받친다는 것이 목적이긴 하지만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도스토예프스키 <죄와 벌> 중에서

영원한 고전인 도스토예프스키 소설 <죄와 벌>을 원작으로 한 두 편의 연극이 3월 무대에 오른다. 명품극단이 3일부터 11일까지 대학로 예술극장 소극장 무대에 올리는 <더 게임-죄와 벌>과 극단 피악이 27일부터 4월 1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올리는 <죄와 벌>이 그것이다.

<더 게임…>은 살인자인 라스꼴리니꼬프와 검사 뽀르피리를 중심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공연장 전체를 뒤덮은 거미줄을 무대로 배우들의 신체언어와 논쟁을 통해 현대적인 의미의 죄와 벌에 대해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스토리는 원작인 <죄와 벌>을 충실하게 따른다. 악독한 전당포 주인 알료나와 그의 여동생 리자베따가 도끼에 찍혀 살해된다. 예심판사 뽀르피리는 범인이 라스꼴리니꼬프라고 확신하지만 정확한 물증이 없다. 뽀르피리는 라스꼴리니꼬프와의 대화를 통해 범죄를 밝혀내려 하지만 결코 쉽지 않다. 연출가인 김원석은 거미줄에 걸린 벌레와 다를 바 없는 한 인간의 절규를 통해 우리를 옭죄고 있는 법, 도덕, 규칙과 제도라는 억압과 구속을 이야기한다. 대학로에서 뼈가 굵은 남명렬이 뽀르피리 역을, 오경태가 라스꼴리니꼬프 역을 맡았다. 여배우 김호정은 쏘냐로 출연한다. 평일 8시, 토·일 4시. (02)3673-2003

더 게임- 죄와 벌 연습장면

지난 2010년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서 도스토예프스키의 <악령>을 선보여 화제를 모았던 극단 피악도 신작 <죄와 벌>을 선보인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연기와 춤이 어우러진 씨어터 댄스 스타일의 연극이어서 눈길을 끈다.

<더 게임…>과 달리 라스꼴리니꼬프의 독백, 내면의 심리, 인물의 캐릭터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다. 라스꼴리니코프는 무대 위에서의 독백을 통해 전당포 노파의 살인의 계획과 실행, 내적·심리적 불안과 인간과 신념에 대한 사고와 양심의 싸움 등을 펼쳐보인다. 라스꼴리니꼬프 역에는 지적이면서도 강한 연기에너지가 돋보이는 배우 김태훈(현 세종대학교 문화예술콘텐츠대학원장)이 맡았다. 최홍일, 정수영, 문경희 등이 라스꼴리니꼬프의 독백 사이사이 등장하는 주요 배역으로 출연한다. 현대무용 안무가로 잘 알려진 댄스씨어터 까두의 박호빈이 안무를 맡아 새로운 형태의 무대 스타일을 제시한다. 프랑스에서 공연학 박사를 취득하고 유럽에서 공연예술가들과 협력하여 다양하고 실험적인 작업을 추구했던 나진환의 연출이 기대되는 작품이다. 평일 7시30분, 토 2시·7시, 일 3시. (02)889-35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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