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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 파업 예능PD들 주목받는 이유는?

MBC와 KBS 등 공영방송이 유례없이 연쇄파업을 벌이고 있다. 공영방송을 지켜내려는 기자와 PD들의 투쟁과 더불어 대중들의 관심이 몰린 곳은 인기 예능프로그램 연출자들의 파업 참여 여부다. MBC <무한도전>의 김태호PD, KBS2 <개그콘서트>의 서수민PD, <해피선데이-1박2일>의 최재형PD 등 스타 연출자들의 참여 여부가 대중들의 파업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1박2일>의 최재형PD는 결국 촬영 현장을 택했다. 최PD는 9일 <1박2일> 두 번째 시즌의 두 번째 촬영지인 강원도 정선으로 떠났다. KBS 새 노조는 6일 오전을 기점으로 파업에 돌입한 상태였다. <개그콘서트>의 서수민PD가 8일 프로그램 녹화에서 빠진 채 파업에 참여한 상태라 KBS의 또다른 간판 예능인 <1박2일>의 방송에 쏠리는 관심이 컸다.

KBS2 <해피선데이-1박2일> 최재형PD

최PD의 현장복귀는 프로그램에 대한 부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1박2일>은 나영석PD, 이승기, 은지원 등이 활약했던 첫 번째 시즌이 지난달 24일 방송을 마지막으로 막을 내리고 두 번째 시즌 방송이 시작됐다. 한때 '국민예능'으로 불렸던 프로그램의 입장에서 두 번째 시즌에 KBS 예능의 명운을 걸려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파업이라는 돌발변수가 터졌지만 최PD 입장에서는 아직 자리잡지 못한 프로그램을 놔두고 현장을 빠져나오는 일이 쉽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MBC <무한도전> 김태호PD

반면 <무한도전> 김태호PD는 전격적으로 파업에 동참했다. 그는 6주째 프로그램을 손에서 놓고 있다. 평소 각종 특집을 통해 시사적인 문제에 관심을 표명했던 김PD는 파업 이후에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파업에 당위성을 알리는데 노력하고 있다. <무한도전>은 워낙 김PD의 색이 깊게 배인 프로그램이라 사측에서 '대타'를 투입하기 힘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9년 초 파업 때문에 김PD대신에 CP가 편집했던 '유앤미(You&Me)콘서트' 특집은 완성도가 평소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개그콘서트>의 서수민 PD는 파업에 동참했지만 다른 PD들이 촬영과 편집을 대행해 결방을 막았다.

드라마국은 최근 드라마 외주제작 비율이 비약적으로 늘어났고, 방송사 외부에 소속된 PD들도 많아 방송사 파업 참여가 쉽지않다.

MBC <해를 품은 달> 김도훈 PD도 파업참여를 선언했지만 결국 연기자와 스태프들의 사정을 고려해 현장에 복귀할 수밖에 없었다. 김 PD는 MBC 소속이지만 현장에서 촬영을 진행하는 스태프들은 외주 제작사 소속이어서 촬영을 못하게 되면 이들의 생계도 막막해진다. 이때문에 드라마 PD들이 파업 참여에 고민할 수밖에 없다.

방송사가 파업을 할 때 상대적으로 프로그램 파업 참여여부를 쉽게 정할 수 있는 쪽은 교양국이다. 교양국의 PD들은 다른 어떤 부서보다 시사현안에 대한 입장이 확고하기 때문에 자신의 신념에 따라 방침을 정할 수 있다. 거기다 교양 프로그램이 미리 촬영을 해 완성하는 형태로 제작되고, 프로그램에 따라 외주비율이 상당히 높다는 점도 선택을 쉽게 한다.

반면 오락성을 중시하는 예능 PD들은 "프로그램 제작에만 신경 쓰고 싶다"고 말한다.

인기 프로그램 PD들의 고민은 더욱 깊다. 노조는 파업의 파괴력을 위해 참여를 독려하고 사측은 신뢰도 하락을 우려해 이를 만류한다. 실제로 많은 예능PD들이 이같은 딜레마를 겪다가 결국 입장을 정했다. <개그콘서트>의 경우에는 최근 김인규 사장이 개그맨들의 연습장을 리모델링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아 서수민PD가 파업에 참여하기까지는 고민은 더욱 깊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예능PD들의 파업 참여여부는 방송사 내부로는 참여빈도의 잣대가 되고, 외부적으로는 큰 영향력을 갖는다. 예능PD들의 파업참여는 앞으로도 방송사 파업의 흐름을 읽는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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