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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한인학교엔 칠레인이 3배

칠레에도 한류 바람이 거셌다. 칠레인들은 한국어를 배우고, K팝을 들었다. 대체 언제부터 한류바람이 불었을까.

9일(현지시각)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 파트로나토 지역의 한국 한글학교'(Colegio Coreano En Chile)를 찾았다. 이 학교는 당초 이민 1.5세대, 2세대를 가르치던 곳이었다. 남도우 교장(47)은 "2010년부터 한글을 배우고 싶다는 현지인들의 문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 해 6월 현지인을 상대로 한글 수업을 마련했고, 20명의 학생들이 신청했다. 당시 교민 학생도 20여명이 전부였다. 토요일에만 운영되는 이 학교의 학생 수는 지난해 하반기 80명으로 늘어났다. 교민 20명, 현지 칠레인은 60명. 무료로 운영됐으나 경비를 감당하기 힘들어 지난해부터 6개월에 5만 페소(한화 약 10만1000원)의 최소 수업료를 받고 있다. 남 교장은 "내일(10일) 2012년 새학기가 시작되는데 현지인 70여명이 등록하고 싶다고 연락해왔다. 그냥 돌려보내려 했더니 울고 불고 난리가 났다. 환경이 열악해 모두 수용할 수 없지만 가급적 다 받아들이려 한다"고 말했다.

남 교장은 "왜 한글을 배우고 싶냐고 물었더니 칠레 학생 중 70%가 K팝 때문이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남교장은 "스페인어로 된 한글 교재가 없어 한국인들이 쓰는 교재를 그냥 쓰고 있다"며 "우리 중 누군가는 칠레 젊은 이들의 열정에 답을 해야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칠레한인회 서화영 한인회장(54)은 "몇 년 전 지상파에서 드라마 <천국의 계단> <겨울연가>가 방영됐고, 뒤이어 K팝에 대한 반응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서 회장은 "왜 여러 나라 음악 중 한국의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노래하는지 나 역시 궁금하다"며 "교민사회는 위상이 높아지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인회는 올해 10월 '한국주간' 행사를 마련할 계획이다. 3년전 처음 기획했던 '한인의 날' 행사에 무려 1700여명의 현지인들이 몰려왔다. 한인회는 올해 행사 규모를 확대키로 했다. 그는 "수백 명의 젊은 팬들이 태극기를 붙이고 행사장에 몰려든다"고 말했다.

한국 상품 전문 숍 '코리아 몰' 김성일 대표(54)는 "지난해 문을 열었을 때보다 40~50%가량 매출이 증가했다"며 "하루 100여명이 찾아와 앨범을 구매한다"고 말했다. 그는 "방학때면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지에서도 K팝 팬이 몰려온다"고 했다. "

김선태 주칠레대사관 참사관은 "매달 K팝 커버댄스 대회가 열리는데 최근엔 약 85개 팀이 참가할 만큼 규모가 커져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 참사관은 K팝 팬수를 3만명을 추산했다. 칠레의 지상파 방송사인 메가TV의 펄리나 세이페다 기자는 "1년 전까지 레게가 점령한 칠레 음악계는 현재 일렉트로닉과 팝, 그리고 K팝이 대세"라며 "일정 팬을 보유한 K팝은 최근들어 서서히 일반인들의 관심영역에 들어서고 있고, 지금대로라면 인기는 점차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칠레 가톨릭대 아시아학센터 민원정 교수(45)는 "대중적으로 한류가 널리 퍼졌다고 보기는 어렵고 아직은 마니아 문화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민 교수는 "바람직한 한류의 확산을 위해 K팝에 한정하지 않고 드라마 재즈, 영화 등 여러 콘텐츠의 지원에 관심을 쏟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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