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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품달' 김민서 "훤이 옷고름 풀려할 때..."

"좀 있으면 또 촬영하러 갈 것 같아요. 21부 대본이 나와있을 것 같고. 촬영장을 가면 배우들과 감독님이 반겨주실 것 같고…."

MBC 수목극 <해를 품은 달>(극본 진수완, 연출 김도훈 외·이하 해품달)은 40%가 넘는 시청률과 함께 많은 배우들을 재발견하게 해줬다. 그저 가능성 있는 아역출신이었던 김수현(24)은 이 작품 하나로 일약 안방극장을 이끄는 큰 별로 성장했다. 연우 역의 한가인, 양명군 역의 정일우, 운검 역의 송재림, 민화공주 역의 남보라 등이 재조명받았다.

배우 김민서씨가 경향신문 본사 스튜디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중전 윤보경 역의 김민서(28)도 이 드라마가 발굴한 수확 중 하나다. 2008년 SBS <사랑해>를 통해 데뷔해 <성균관스캔들> <동안미녀>를 거치며 조금씩 이름을 알리던 그는 <해품달>을 통해 확실히 존재감을 알렸다. 스스로도 "앞으로 연기인생에 밑거름이 될 작품"으로 여길 만큼 촬영을 막 끝낸 그의 감정은 감격에 차 있었다.

그가 맡은 보경은 극중 영상 윤대형(김응수)의 딸로 처음에는 평범한 아이였지만 처음 들어간 궐에서 어린 이훤(여진구)을 보고 사랑에 빠진다. 결국 어린 연우(김유정)가 사망한 사이 중전에 올랐지만 연우에 대한 콤플렉스를 숨길 수 없다. 극을 통해 가장 안타깝고도 비정한 운명에 던져진 인물이다.

"잘한다 잘한다 하면 고래도 춤추게 하잖아요. 하지만 보경이는 '너는 왜 이리 못해'하면서 사랑 받지 못한 아이죠. 누구보다 순수하고 자기감정에 솔직하지만 자신감이 없다 보니 표현에 서툴러요. 그러다 보니 사랑하는 사람도 못 잡고 그러다가 또 증오가 생기고…. 보경이를 표현하면서 불쌍하고 마음이 아팠어요."

극은 초반 아역 연기자들의 호연으로 상승세를 탔다. 당연히 성인 연기자로서 상승세가 좋았겠지만 아역들의 인기에 부담감도 있었을 법 하다. 하지만 김민서는 오히려 다른 대답을 내놨다.

"당연히 아역들은 인기를 예상했어요. 정말 잘하는 친구들이잖아요. 근데 막상 부담감은 없었던 것 같아요. 오히려 '내가 시청률을 좌지우지할 만큼의 비중일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본에 제 몫이 있었고 보경이 연기에만 몰입해야 해서 딴 생각은 안 났던 것 같아요."

<해품달>하면 떠오르는 김수현에 대해 안 짚고 넘어갈 수 없다. 두 사람은 함께 키이스트에 소속돼 있다. 하지만 얼굴을 못 보다 드라마 촬영 전 고사 때 처음 만났단다. 김수현은 김민서보다 네 살이 어리지만 연기할 때는 전혀 그 사실을 느낄 수 없었다고 했다. 오히려 든든한 배려와 장난기로 어우러진 김수현의 모습은 김민서에게도 탁월한 상대역이었다. 두 사람이 연출한 명장면 하면 '합방장면을 빼놓을 수 없다. 당시 김수현의 대사 "중전을 위해 내가, 옷고름 한 번 풀지"는 큰 화제가 됐다.

"서로 편해지려고 장난을 자주 치던 때 찍었어요. 훤이 보경을 확 끌어안을 때 '이렇게 돌릴까, 저렇게 돌릴까' 같이 합을 맞추면서 유쾌하게 찍었죠. 그런 이유로 설레거나 떨리거나 했던 것 같진 않아요. 오히려 보경이가 거울을 깬 후에 훤에게서 상처를 치료받을 때 '거지도 나만큼 불쌍하지 않을 거다'하면서 아이처럼 울던 장면이 더 기억에 남아요."

잡지모델로 먼저 이름을 알렸던 김민서는 걸그룹 민트의 멤버로 활약한 이색경력도 갖고 있다. 이야기를 꺼내자 "연기자 생활에 만족하겠다"며 수줍게 웃어보였다. 사실 큰 생각 없이 연예계에 들어섰던 김민서는 <사랑해> 촬영 이후 스스로 너무 연기를 못한다고 생각하고 의지를 내면서 본격적인 배우로서의 삶을 선택했다.

"악역을 하다 보면 본의 아니게 상처를 주는 대사를 하는데 마음이 힘들더라고요. 이제 노려보는 연기는 해봤으니까 로맨틱 코미디물의 사랑스러운 캐릭터, 주말극에 등장하는 따뜻한 아이 아니면 진한 멜로도 해보고 싶어요. 버림받은 역은 이제 사양할래요."

김민서, 그녀는 다음 작품에선 환하게 웃는 캐릭터를 할 수 있을까. 지켜보는 기대감이 커져만 간다. 글
·사진 김창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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