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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중일 감독 “3000만원 줄게 우승을 다오”

“3000만원 줄게, 우승 다오.”

삼성 류중일 감독이 프로야구 2년 연속 우승을 위해 통 크게 나섰다. 핵심 선수 6명과 이번 시즌 성적을 놓고, 자칫하면(?) 3000만원이 지갑에서 나갈지도 모르는 대형 내기를 걸었다. 선발과 마무리, 중심타자, 테이블세터가 모두 내기에 참가했다. 류 감독이 정한 기준 이상 성적을 내면 선수가 돈을 따고, 그 이하 성적으로 떨어지면 류 감독이 돈을 딴다. 액수는 각 500만원이다.

선발 차우찬(25)은 15승에 걸었다. 15승 이상을 올리면 류 감독의 지갑에서 500만원이 나간다. 차우찬이 “포스트시즌까지 포함시켜 달라”고 옵션을 추가하려 했지만, 류 감독은 거절했다. 냉정하게 정규시즌 15승을 해야 한다. 마무리 오승환(30)은 이번 시즌 블론세이브를 3차례 이내로 끊으면 500만원을 딴다. 4번 이상 세이브에 실패하면 류 감독에게 500만원을 내놔야 한다.

삼성 류중일 감독

중심타선의 박석민(27)에게는 타점이 중요하다. 100타점을 넘기면 박석민이 500만원을 받고, 95타점도 못 채우면 류 감독이 500만원을 받는다.

2번타자가 유력한 박한이(33)는 타율 3할이 경계다. 3할을 넘기면 류 감독으로부터 200만원을 받고, 3할3푼 이상이면 500만원을 받는다. 그러나 2할7푼도 못 채우면 500만원을 류 감독 지갑에 넣어줘야 한다.

외국인투수들은 ‘1+1’ 계약이다. 미치 탈보트(29)와 브라이언 고든(34)은 25승을 합작하기로 했다. 함께 25승을 쌓으면 류 감독이 둘의 부인들에게 각각 명품백을 선물해주기로 했다.

류 감독은 이 6명에게 모두 질 경우, 약 3000만원을 풀어야 한다.

내기의 각 조건은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있는 성적이다. 물론 수월하지는 않다.

차우찬과 고든, 탈보트가 ‘목표량’을 채우면 이미 삼성은 40승을 거둔다. 마무리의 블론세이브가 3개 이하에, 5번타자는 100타점, 2번타자는 타율 3할3푼을 올리면 삼성은 우승하고도 남는다. 류 감독의 ‘묘수’가 거기 숨어있다.

류 감독은 “내가 다 잃더라도 상관 없다. 그럼 우리는 우승한다. 뭔들 못 주겠냐”고 껄껄 웃었다.

류 감독의 레이더에 포착됐던 또 한 명, 투수 정인욱은 내기 제안에 “아직 그럴 돈이 없다”며 정중하게 사양(?)했고, 3번타자 이승엽과 4번타자 최형우에게는 “부담 주기 싫어서” 류 감독이 제안하지 않았다.

몇억원대 연봉을 받는 선수들이지만 성적을 채우지 못해 500만원이나 내놓으려면 속이 엄청나게 쓰릴 수밖에 없다.

‘디펜딩 챔피언’ 삼성은 올시즌에도 최강으로 손꼽히고 있지만, 류 감독은 통 큰 내기로 보이지 않는 데서 당근과 채찍을 나란히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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